[바둑]국회의원 조훈현은 바둑을 부흥시킬 수 있을까

양양 2 1635

*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회이슈와는 별 관계 없습니다.

** 스포츠계의 이슈를 다룹니다.

바둑계에서 현재 국수라 불리는 조훈현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자격으로 이번에 20대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조훈현의 이런 행보에 대해서 많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바둑계는 지금 사상 최초로 프로 바둑인이 정치권에 진입함으로써 기대하는 바가 클 겁니다. 어쨌거나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것은 행정부를 감찰하고 위원회에서 활동함으로써 해당 위원회의 성격에 따라 정책에 참여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헌데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바둑에 대한 좋은 정책이 나올 수는 있을지 모르나 이게 바둑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보고 있습니다. 바둑 자체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나갈 방법이 사실상 없거든요.

어떤 스포츠든지 경쟁을 위해서는 "득점"이라는 행위를 해야 하고, 이 득점을 위해서 보여주는 일련의 흐름을 관중들이 이해하고 서로가 공감할 수 있어야지만 흥행이 가능합니다. 당구를 예로 들어보자면 3구-3쿠션 룰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을 관중이 재미있으려면 최소한 3쿠션이라는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쿠션을 치기 위해 나름대로의 공이 흘러가는 모습을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이 어느 정도는 가능해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보다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자신이 당장 득점할 수는 없어도 상대방이 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드는, 일명 '겐세이' 행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겠지요.

이런 특성들은 스포츠 자체가 가지고 있는 행위에 대한 이해가 하나의 장벽이 되는 사례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프라인을 넘는 슛으로 들어간 버저비터에 환호할 수 있는 관중들은 "버저비터"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하프라인을 넘어 슛을 한다는게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환호하는 겁니다.

 

하지만 바둑은 이런 이해를 갖추기에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바둑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벽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관람에 대한 재미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바둑은 이런 면에서 엄청나게 난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돌을 하나 올려두었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 도리가 일반인들에게 어렵다는 겁니다. 야구는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쳐서 달리면 됩니다. 희생플라이가 되든, 중전 안타가 되든, 홈런이 되든, 허슬로 병살이 나오든 어쨌거나 이해하기가 정말로 쉽습니다. 도루의 룰이나 보크같은 아주 깊숙한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쪽은 공을 치고 달리며 반대쪽은 공을 못 치게 하고 달리는 걸 저지하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이해만으로도 최소한의 재미를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더 간단합니다. 손을 안 쓰고 상대방 골대에 공을 넣으면 됩니다. 손을 못 쓴다는 불편함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골을 넣기 위한 과정에 나오는 일련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누구든지 쉽게 내릴 수 있습니다. 호날두의 무회전 킥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으며, 또 메시가 태클을 피해 드리블을 한다는 것이 엄청난 스킬을 요구한다는 걸 아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플레이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바둑은 이런 이해 자체가 어렵습니다. 솔직히 조훈현이 국회에 입성하였다고는 하나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기대 자체가 안 됩니다. 당장 현 한국기원 총재가 우리나라 언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앙일보 회장인데 이 사람의 사회적 영향력은 분명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사람이 총재가 되었어도 지금으로부터 9년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은 왕위전이 부활하지도 않았습니다. 왕위전은 중앙일보에서 주관하여 열린 지금의 이창호를 만든 기전이며, 국수전과 함께 가장 오래된 기전인데 중앙일보 회장이 한국기원 총재가 된 뒤에도 부활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후원사를 찾지 못해 중단되었다고 하는데, 그럼 지금 시점에서 "후원사를 찾기위한 노력은 했냐?"고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바둑에 애착이 없이는 한국기원 총재가 될 수 없었을텐데 왕위전이 부활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어떤 것이든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이유를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불가항력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해 둬야 할 것이고, 이 추측이 맞다면 지금 바둑계에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무언가는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나마 한국기원이 최근 한 활동중에 대중에 바둑을 널리 알리게 한 행동이 만화 "미생" 제작에 다소나마 도움을 준 정도일까요? 그렇다고 지금 바둑 인구가 늘었냐면 그건 또 아니고요.

 

솔직히 조훈현이 국회에 가서 얼마나 바둑이 발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전국체전 시범종목을 넘어서 정식 종목으로 발탁되면 그래도 다소나마 바둑인원을 늘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이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변이 더 넓은 하키나 핸드볼조차도 지금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판국인데요.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바둑계에서 들썩이는 것 만큼 조훈현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접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국회에 체육인이 들어가서 다 해결될 거였다면 K리그는 지금처럼 고민에 빠질 필요도 없지요. 정몽준이 KFA의 협회장이었을 때는 되려 지금보다 K리그와 FA컵에 대한 흥행이 저조했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K리그도 그렇고, KBO도 마찬가지로 종목의 성장은 팬들이 기본적으로 해당 종목을 이해하고, 또 자발적으로 흥미가 있는 경우여야지만 양적 및 질적 향상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순히 정치권에 들어갔으니 해당 종목에 희망이 보인다는 관측조차도 사실 설레발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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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이만기가 당선됬다면 씨름 부흥이 가능했을거다 수준의 소리아닌가요(...) 솔직히 전 스포츠스타가 정계 진출하는건 그냥 개인의 야심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양양  
개인의 야심은 뭐라 할 수 없는게 이게 없었다면 조훈현이 8~90년대 한국바둑의 부흥을 이끌어 낼 수 없었으니 비판점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만기와도 비교하기가 좀 그런게 이만기는 씨름에 대한 공약이 없었어요(...).
문제는 조훈현이 체육위원회에 소속되어 문광부를 쪼아대며 바둑계를 위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냐고 묻는다면 바둑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에 제가 보기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바둑은 솔직히 말해서 요즘 친구들에겐 그다지 매력적인 게임이 아니니까요. 바둑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가 명백하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걸 논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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