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NTX]세월은 미인을 뒷방에 보내길 주저하지 않으니 참으로 허망하다.

양양 2 1518

* 일부 정치인이 언급될 수 있으나 정치와는 무관합니다.

작년 여름이적시장에서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렸던 에두는 전북을 떠나 중국2부리그의 허베이로 떠났었습니다.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돈 때문이었습니다. 축구선수 만 34세 나이에 몇십억을 쥐어준다면 당연히 유혹에 흔들릴 수 밖에 없지요. 당장 여러분에게 기존에 받고 있는 급여의 10배를 배팅하면 분명 흔들릴 겁니다. 단지 한국이 아니라 중국으로 가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원래 브라질 사람인 에두의 입장에선 별반 거부감이 들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프랑스에서 일하나 이탈리아에서 일하냐의 차이일 만큼 크게 와 닿는 건 아니지요.

어쨌든 에두는 그렇게 허베이에서 뛰었고, 허베이는 2부리그 준우승을 일궈내며 승격자격을 얻었습니다. 이때 에두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인데, 중국 2부리그는 1시즌에 30경기입니다. 그리고 에두는 여름이적시장으로 이적한 이후 리그기준 15경기를 소화하고 12골을 뽑아내는 무시무시함을 보여줬습니다. 허베이의 총 득점이 53골인걸 감안하면 득점의 약 1/4가량을 책임지었다고 볼 수 있으며, 팀의 최고 득점자인 네나드 밀리야시가 29경기 13골인걸 생각하면 최고의 활약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에두는 리그가 끝나고 추위가 더욱 혹독해지자 바로 방출당했습니다. 뭐랄까... 여기에서 느껴지는 건 참으로 허망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아무리 프로스포츠가 돈의 논리에 입각해서 움직인다고 해도 이런 방식이면 중국축구의 미래는 사실 볼 필요도 없습니다. 끝장나는 거지요. 애첩을 계속해서 갈아치우는 것처럼 아무리 용병이라지만 이렇게 빛의 속도로 처분하는 건 제대로 된 방식은 결코 아닙니다. 당장 K리그에서도 이렇게 하다가는 팀의 유지는 물론이고 국가대표팀의 향상에도 별반 도움이 안 됩니다.

중국의 축구굴기(축구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 중국축구의 성장을 꾀하는 현 중국정부의 정책)에 있어 최종적인 목표는 국가대표팀의 성장입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제외하면 월드컵 무대에 나온 적도 없고, 본선에서 단 1무조차도 거두지 못했던 중국의 입장에선 메이저급 스포츠 행사인 월드컵에서의 참담한 성적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건 당연합니다. 옆나라들은 월드컵을 개최함은 물론이고 16강 이상의 성적을 두번이나 올린 것과는 극과 극으로 대조되니까요. 자존심 강한 중국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사실입니다. 아마 2001년 즈음해서 중국을 방문했거나 중국 매체를 자주 접하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2002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어마어마한 것은 물론이고 차트에 올라왔던 월드컵 관련 노래만 해도 10곡 이상입니다. 이는 채널V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많이 소개가 되었지요.

이런 국가대표팀의 성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시진핑은 중국축구의 성장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킴은 물론이고 이 자존감을 통해 중국인들의 사회통합적인 측면을 이끌어내고자 굴기를 세웠으며 각 중국의 기업가들은 이에 호응하여 지금과 같은 중국슈퍼리그를 만듭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리그의 성장을 통해 축구실력을 높인다"는 기본적인 틀을 바탕으로 중국축구는 나아가고 있다고 평하는게 일반적인 시각이었습니다...만 이젠 더 이상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중국 축구계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용병의 은퇴 이후의 활용에 대한 복안이 없다.
2. 선수와 구단, 그리고 리그간의 이해에 있어 돈 이상의 가치에 대해서 공유가 불가능하므로 중국축구의 향상이라는 중국의 가치를 용병들이 이해할 이유가 없어진다.

용병을 본질적으로 보면 해당 리그에 있어서 "상당히 우수한 선수"임은 분명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들이 받는 급여와 중국선수들간의 간극이라든가 용병제한과 같은 규정의 주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게 불가능합니다. 어떤 스포츠든지 우수한 선수는 보통 자신의 분야에 있어서 프로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수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자질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수한 선수들은 은퇴 이후의 삶에 있어 지도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갖는 경우가 많고, 꼭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스카우터라든가 구단운영에 참여 등, 현역시절과 연관이 있는 활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K리그의 사례를 보면 전설적인 골키퍼 샤리체프는 신의손이라는 이름을 얻어 골키퍼코치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고, 특히 2015시즌엔 당시 소속이었던 부산 아이파크가 강등되긴 했지만 부산의 골키퍼인 이범영은 국가대표에도 승선하는 등 신의손은 약체 클럽팀에서도 국가대표팀에 엄청난 기여를 해 주었습니다. 데니스(이성남)는 수원과 성남에서 전설적인 선수였으며 특히 수원과의 인연 때문에 지금은 매탄중학교의 코치를 거쳐 리틀윙즈에서 코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매탄중은 수원 삼성의 15세 이하 청소년 클럽팀으로 있는 학교이며, 리틀윙즈는 12세 이하 청소년 클럽입니다. 말하자면 샤리체프와 데니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자신이 보여준 능력을 은퇴 이후에도 꾸준히 K리그에 기여함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이 갖고 있던 경험적 자산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그들이 국적이 다른 용병이긴 하지만 팬들이 지속적으로 아껴왔음은 물론이거니와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 때문에 구단도 선수들을 대함에 있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우수한 선수들은 당연히 팀에 대한 공헌이 명백하기 때문에 함부로 대한다는 건 당연히 이미지를 깎아먹는 일 밖에 안 됩니다. 계량적인 상업수익이 나지 않는 K리그에서 기업이 돈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잠재적 이익을 위한 "이미지"관리도 하나의 이유인데 이런 짓을 할꺼라면 구단을 운영할 필요가 없지요. 전북의 에닝요, 포항의 라데, 서울의 아디 등의 사례를 봐도 팬들은 용병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들의 활약에 환호하고 선수들은 팬들의 환호에 답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나아가서는 팬들과의 가치공유를 위해 은퇴 이후에도 공헌할 가능성을 열어두게 됩니다.

헌데 작금의 중국프로축구에서 이런 가치공유를 기대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딱 잘라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당장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화승총을 구입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지, 타네가시마를 만들 생각은 뒷전인게 작금 중국축구의 현실입니다. 물론 중국이 가진 자본력은 우리나라나 일본 수준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당장 성과를 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세운 제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두각을 드러낼 수 있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또한 계약만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돈이 없으면 파토나는 게 당연한 건데 이는 부호와 애첩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미색이 다한 애첩을 부호가 뒷방으로 보낼 것이 내일 아침 태양이 뜨는 것처럼 확정지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여인도 이 졸부를 사랑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열성적으로 최대한 돈을 뜯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뿐더러 버림받을 것을 철저하게 대비할 겁니다. 언제 버림받을지 모르니 이 여인에게 있어선 이게 확실하게 우위를 잡을 수 있는 게임전략이 됩니다. 허나 비록 돈으로 왔지만 부호가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미색이 다 한다 하여도 곁에 둘 것을 보인다면 애첩은 비록 첩일지는 몰라도 부호의 가족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우수한" 지혜를 아낌없이 발휘할 겁니다.

중국축구가 비록 상업적인 규모가 근래에 와서 아시아 최대가 되었지만 오래 전부터 중국은 감독을 수시로 갈아치우고 외국인 선수를 등한시 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이걸 바꾸는건 뭐랄까...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걸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중국엔 수준급 선수들이 몰려와도 "가까운 시일 내에 버림받을" 운명을 아는 선수들에게 돈 이상의 가치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활약하는 기간은 오로지 계약기간 뿐이며, 그들에게 가치공유란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팀의 최우수선수가 여름에 영입되어 겨울에 방출되는 상황인데 임대도 아니고... 비상식이 상식처럼 일어나는 중국축구에게 돈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ps. 반대로 본다면 K리그에 있어서는 호재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축구선수들에게 있어선 중국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같은 손익계산과는 별개의 조건으로 언제든지 쉽게 잘릴 수 있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이라는 내재적 불안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용병입장에선 최고의 성과를 낸다손 치더라도 커리어가 멈출 수 밖에 없는 "연속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C리그의 진출은 재고해 봐야할 이슈로 부각되었기 때문에 K리그 입장에선 용병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줄 수 있어 이득이 됩니다. 이는 J리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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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함장  
어떻게 보면 요즘 여러 국가에서 이야기거리가 되는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개방성'과 그로 인한 사회 발전이라는 화두를 반영하는 듯 하군요.
양양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었는데, 함장님 의견도 타당한 듯 합니다. 우수한 실력과 경험을 검증받은 용병에 대한 개방적인 생각과 팬들의 지지,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인 질적인 축구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민자와 사회발전이라는 측면은 상당 부분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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