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스 6 1506
1. 제가 입학하기 3년 전 일인데, 한 선배가 있었다고 하네요.

이 선배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종교수업이 마음에 안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학교 측에 그 수업을 듣고싶지도 않고, 예배도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당연히 학교 측에서는 절차가 복잡해지니 안 된다고 딱 잘라서 말했죠.



2. 그런데 이 선배는 저와는 달리 적극적인 사람이라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교육청에서 일 처리를 안 합니다.

1차 병크


(…)

그런데 이 선배는 진짜 악착같은 사람이라, 민원을 계속 넣었습니다.

그 결과 교육청에서 어떤 조치를 취했냐면,

관여 안할테니 교장, 교감, 교목, 선배 네 사람이 교육청에 와서 알아서 합의보라고 해버립니다.

2차 병크


참 조치도 이상하게 했군요. 대체 왜 그런건가...

(…)

애초에 학생 한 명이랑 어른 세 명 모여서 토론하라는 건 그냥 학생더러 포기하라고 압력 주는거죠.



3. 그런데 놀랍게도 이 선배분은 전투종족이라, 3대 1 토론에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했습니다.

호전적인 성격 때문에 쌍욕을 좀 많이 했지만


그 결과 이 학교에는 최초로 종교와 철학 두 과목 중 한 과목을 선택하는 형태의 선택제가 생겼습니다.

(듣기로는 그렇게 된 게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분반제 자체는 서류상으로 옛날부터 있었을 겁니다.)

학교 측에서는 골치아픈 놈 한 명 격리시켜두는 셈 치고 3년간 한 명의 학생만을 위한 철학 분반을 운영했죠.

그 선배 이후로 입학하는 학생이나, 선배와 동학년의 같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교무실에서 종교/철학 분반 선택 희망서를 사사삭 처리해버리고 그대로 학생 전원 종교 분반 선택으로 처리했죠.



4. 그리고 그 선배가 졸업하고 학교 측에서 좀 편해지려는 때, 제가 입학했습니다.

동시에 교육감 및 교육 의원들도 그 때 바뀌었지요.

당시 새로 바뀐 교육감은 학생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고,

교육의원 중 한 분은 제가 아는 분이셨는데, 그 분은 음… 원칙주의적인 분이신데다가 인권 문제도 관심 많으셔서 그냥 넘어가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놀랍게도 당시 제가 민원 한 통 넣었더니 종교/철학 분반 문제가 그렇게 빨리 처리된 거였습니다.

민원 접수되고 이틀만에 학교로 조치 취하더군요.

운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학교는 또다시 3년간 저만을 위한 철학 분반을 운영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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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Nullify  
인생은 타이밍...이라기엔 뭔가 되게 기묘한 이야기네요.

뭐든 강요하는 건 안 좋지만...
Lester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도 미션스쿨이었는데, 월요일 1교시의 예배와 금요일즈음의 종교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목'이라고 하여 목사가 있었네요. 그런데 그렇게 빡빡하진 않았기 때문에 예배도 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물론 째고 숨을 사람은 늘 있었습니다), 종교수업도 성경을 준비하거나 교재를 따로 마련하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습니다. 종교수업 시간에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를 틀어주신 게 기억나네요.

오히려 종교수업보다는 예배에 관련된 일화가 많습니다. 예배 안 가려고 학교 곳곳에 숨는 학생들과 단속하는 선생님들 간에 숨바꼭질이 있었다는데, 어떤 학생은 쓰레기통에(...) 숨어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선생님에게 들키긴 했지만, "그냥 거기 있어라"란 말을 들었다고(...)
루나브레이크  
제가 다닌 학교는 불교학교지만 종교 교과서에 다른 종교에대한 내용도 작지만 한 파트씩 있더군요.
종교 수업도 거진 교양시간마냥 운영되었고..
지나가던 스  
제가 다닌 학교도 종교 교과서가 있었습니다. 그 교과서도 이슬람교나 불교, 도교 같은 것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었죠.
그런데 실제로 그 교과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양양  
고등학교는 이게 가능하군요. 대학교를 상대로 낸 종교과목 관련 소송은 제가 알기론 죄다 패소라서...
성인이 주로 다니는 학교와 미성년이 주로 다니는 학교의 차이라서 그런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신기한 사례입니다.
Mr.A  
대학은 의무교육이 아니고, 해당 대학에 입학할지 아닐지도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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