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고 하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딱 정설이 있는 건 아닙니다.

호무라 5 1192

우리들은 교과서나 입문서 등으로 역사를 배우거나 문명같은 게임을 할 때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 혹은 석기-청동기-철기 이런식으로 딱딱 나뉘는 걸 보다보니 역사가 그렇게 딱딱 나뉘는 걸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역사학계에서의 만년떡밥 중 하나는 바로 언제가 근대고 현대냐, 아니 그 전에 근대란 게 뭐지 있긴 한가 하면서 멘날 토론을 하죠. 그 토론은 위키에서 하는 것보다 더 살벌할 때도 있는데 왜냐면 그거 떡밥 던지는 사람이나 반박하는 사람이나 다 거기 분야에 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거든요. 그 주장들을 보면 우리가 흔히 배우는 교과서나 입문서의 내용과는 정반대인 경우도 흔해서 멋모르는 사람들은 뭔 개소리 하나 싶겠지만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고 그게 정설이 되는 경우도 많아서 환빠같은 되도않는 주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죠. 한국의 근대가 언제냐에 대해서가 대표적인데 세도정치 시기부터 러일전쟁 때까지 지목받는 시기나 사건도 여러가지고 그렇게 주장하는 논문들이 네세우는 이유와 논리도 나름대로 정교합니다.

역사시기 나누는 떡밥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수많은 떡밥과 의견이 존재하죠. 정조는 개혁군주가 아니고 단지 300년 전의 조선으로 돌아가려고 한 사람이며 영정조 르네상스 그런건 다 허구라는 주장 등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른 의견도 많습니다. 좋게 평가되던 인물이나 국가도 평가가 휙휙 바뀌는 거죠.

세계사로 넘어가보면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 쇠망사 쓰던 시절에는 중세는 흑역사, 비잔티움 제국은 로마제국 짝퉁에 저열한 국가라고 평가절하 하는것이 정설이었고 그걸 좋게 보려고 하면 미친 놈 취급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중세와 비잔티움 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죠. 불과 40년 전만해도 태평천국 운동을 숭고한 민중혁명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장제스를 무능한 놈으로 보는 경우도 흔했지만, 지금은 태평천국 운동은 칸톤 무역체제가 무너진 후 실업자가 된 사람들이 적극 참여한 먹고살기 위한 반란이라는 평가도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고, 장제스는 시대를 잘못 타고났을 뿐 무능한 건 아니었다는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죠.

역사라는 것은 딱 정해지지 않았고, 자기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여기서 증명됩니다. 그리고 그 점 때문에 역사학이 어려워요. 교과서는 단지 요즘에 가장 인정받고 타당해 보이는 의견을 담을 뿐이거든요. 가끔 논문을 보다보면  사람들이 흔히 아는 것이나 정설과 정 반대의 의견이 올라오는 일도 흔합니다. 그래서 역사학을 할 떄는 그 논리적 타당성과 근거를 따져야 그게 그럴듯한 주장인지 헛소리인지 파악할 수 있죠. 그거때문에 이번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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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호무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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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분명 바꿀 수 있어.

5 Comments
루나브레이크  
전 이번학기 때 일상사랑 미시사랑 포스트 모더니즘 때문에 머리터지는줄 알았네요
루나브레이크  
여튼 그 관점에서 일제시기 조사를 했는데 솔직히 다 끝낸 지금에서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만....국가주도 기술의 전파가 호명이랑 관련있지 않을까 하는게 결론이네요
WestO  
1학기는 언제 끝나십니까??
Lester  
그래서 언젠가부터 '아, 나는 스토리로서의 역사를 좋아한 것이었지 역사 그 자체를 좋아한 건 아니었구나'하고 깨닫게 됐습니다...;;;
Nullify  
그러다보니 공부할 엄두도 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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