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분나쁜 것에 대해 감성적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나쁘다면
Null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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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1 12:59
내가 확실히 상처입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이유를 제기한다면 마음껏 비하하고 모욕하는 건 괜찮을까요?
첫눈에는 당연히 아니라는 대답이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 우리는 비판과 비난의 경계를 정의하는 것에서조차 쩔쩔매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사실상 타인이 "뭘 잘못했는지" 이성적으로 구구절절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무리 상대에게 상처가 된들 자신은 그저 비판할 뿐이라고 믿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이건 보는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실제로 감정적으로 나가다가 비극이 탄생하는 일이 많다 보니 대개의 사람들은 이성적으로만 대응하면 그 명분이나 과정이 어찌되었건 정당하다고 믿어버리기가 대단히 쉽습니다.
어쨌든 첫째 줄의 질문에 대해서 계속하자면, 평소때야 우리는 비하와 모욕의 의미를 잘 알고 있으니까 당연히 거부감을 드러내겠지만, 내가 남을 갖가지 이유를 들어 "비판"할 때 이게 상처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으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상대를 비판할 당위성을 가진다고 믿게 되며 그 이유에 따라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다른 건 일절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이야 뭐라 생각하던 자신의 머릿속에서는 목적이 순수히 남의 문제를 수정한다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무슨 감정이 일어나건 그걸 따지는 건 애초에 목적이 아니니 눈길을 주지 않는대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일단은요. 왜냐하면 그 말의 강도가 얼마든, 공격성을 얼마나 띄고 있든 간에, 자신의 눈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는 비판" 그 이상이하도 아니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애초에 타인에 의해 부정당하거나 하는 계기가 있지 않은 한 자기가 결의한 일에 스스로 태클을 거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재고하는 일이야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그런 일은 일이 한바탕 지나가고 난 뒤에 벌어집니다. 쉽게 말해 피드백을 받기 전까지는 아무런 생각도 없다는 거지요.
그럴듯한지 아닌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맞기겠습니다만, 전 명분이나 이유에 상관없이 이걸 반박할 괜찮은 수단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 자신이 상대방에게 똑같은 수준의 "비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면 됩니다. 자신이 남에게 수정을 가하려 할 때만큼의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인정할 여지가 생기겠지만, 저 혼자의 경험으로만 이야기하자면 그런 이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