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서울 순대볶음.

호무라 0 1386
어머니는 젊은 시절 서울에서 사셨죠. 부유하고 잘 사는 분이 아니셨기에, 친구분들과 돈을 모아 음식을 먹으며 세상살이의 이야기를 수다로 푸시는 걸 인생의 활력소 중 하나로 삼았죠.

친구들과 자주 가시던 곳 중 하나가 남대문시장과 종로 5가. 거기는저렴한 서민 음식의 메카였죠. 즐겨 드신 것 중 하나는 순대볶음. 철판에 야채, 잡채 등과 순대 등을 볶아낸 이 음식은 식사로도 안주로도 최고였습니다.

이후 참 오랫만에 남대문 시장으로 가셨습니다. 참 많이 변했다고 하십니다. 변하지 않은 건 엄청난 인파 뿐이라고 하십니다. 순대볶음을 자주 드시던 곳이 가셔서 이것이 내 추억의 맛이라 하시며 젓가락을 드십니다. 다 드신 후 한마디.

"내가 아는 순대볶음은 이 맛이 아니었는데..."

세월은 음식의 맛마저 바꾼 것임을 깨달으신 후 웃으시며 "하긴 몇년이나 지났던가. 강산도 바뀌는데 음식는 오죽하랴." 하시는데, 전 거기서 오랜 세월을 느꼈습니다.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네이버밴드에 공유 신고

Author

Lv.1 호무라  3
432 (43.2%)

운명은 분명 바꿀 수 있어.

0 Comments
제목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