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NTX] '강화복/현실성' 과 관련된 소동에 대한, 제 소견 표명

Loodiny 3 2333
함장님을 포함해서, 강화복이나 로봇보행병기, 기타 SF 가제트들에 대해 '비감정적인 토론'을 해 오신 분들이 죄송해하실 건 전적으로 없습니다. 제가 기분 상한 건 제 개인의 문제인 겁니다. 오히려 제가 괜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리겠습니다.
일단 강화복의 비현실성 자체에 대한 의문 제기는 '옳을' 뿐더러,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으니까요.

'아놔 로봇이 그렇게 싫으면 반다이에 테러를 하던가.'
->'이 다음엔 또 뭐에 트집을 잡으려나? 강화복? FTL? 리보펑크에서 유전자 조작이 너무 쉽게 된다고 까려나? 하하하 SF가 싫으면 그냥 읽지 말라고 하하하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제 입장에서 보자면,일은 대충 이런 느낌으로 일어났습니다. 스타트는 비슷하죠. 하지만 제겐,또 하나의 로봇보행병기 항목이나 다름없게 느껴졌습니다.

뭐,확실히 까는 건 취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설정놀음을 '빠는' 건 취향이 못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냥 죄악이죠. 유치합니다. 헛소리입니다. 사람들을 속입니다. 수준 떨어집니다. 무식. 판타지 (비)상식.
단적으로 말해, '빠'는 욕설인데 '까'는 욕설이 아니라는 점에서 SF 팬덤의 발언력은 증명된 거나 마찬가지죠. 로봇을 변호하면 그걸로 '빠'니까요.
못 믿겠다면, 지금 당장 로봇보행병기 항목을 다시 읽어보시길. 분명 객관적입니다.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감정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나요?


뭐,어쨌거나, SF 팬덤과 밀리터리 팬덤 사이에 일종의 NOMA가 존재해야 한다는, 즉 군사작전에 관여하는 미래학자들은 미 국방성의 싱크탱크들로 충분하고, 밀리터리 팬덤 역시 창작물이자 미래 과학 기술의 단초를 제공하는 실마리로서 SF를 용인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라는 것엔 다수가 동의할 겁니다.

하지만 이는 문자 그대로 이상이죠.(...)과거 건담의 전성기,제가 오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최소한 현대에는 밀리터리 진영이 판타지/SF 진영에 대해 절대적 갑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무엇보다 강력한 '사실'이라는 무기가 있거든요.
우리들이 참신하고,과학적 현실성이 있는 소재를 발견했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대강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게다가 과학자들이 그것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과학 기술을 조금씩이나마 발견해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글솜씨 좋은 사람들이 이를 가지고 철학적인 소설을 써서,발표합니다.(이런 소재의 예로는 사이보그나 링월드 같은 게 있겠죠)

그리고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근데 이런 건 없어. 계산이 맞는지 뭐 어떤진 모르겠는데,하여간 없어. 있을 이유도 없고. 헛소리 그만 하고,걸스 운트 판처나 봐. 고증 잘 돼 있어."

사실을 말하자면, 무엇을 까는 건 무엇을 구축하는 것보다 몇 배나 쉽습니다. 아주 쉽게 행해지는 지독한 행위라고요.


전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미래에 인류가 어떻게 발전할지를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 보고,그 기쁨으로 짜증나는 물리 계산(우주전함 하나 띄우는 데 수능특강 한 단원분의 계산이 필요합니다) 같은 것도 이겨내고, 언젠간 인류가 제 2,제 3의 피치블렌드에서 우라늄을 초월한 에너지원을 발견해 낼 거라는,어떤 의미에서 터무늬없이 낙관적인 전망을 가졌던 수많은 SF 작가들의 노고가,
'망상'이라는 한 마디 말로 일축되는 것만큼은 막고 싶다는 게, 제 소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함장님께서 사과하셔야 할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상 이건 어디에 밀덕이 많더라 하는 문제가 아니라,북한이 안 망하는 한 언제까지나 있을 불평등이니까요.(농담 아님)

아니,전 오히려 감사합니다. 제가 극복해야 하는 과학적 난제, 제가 극복해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분명히 보여 주신 거니까요.


전,이 우리를 비웃는 사람들 모두를 쓰러트리고 싶습니다. 사실이고 진실이고 현실이고,명성과 억지,궤변과 망상으로 한 번 세상을 뒤엎어 볼 겁니다.
1차 목표는 성운상(일본의 유명 SF 문학상)입니다. 그래도 해외에서 상 하나 타 오면,상 좋아하는 한국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겠죠.
그리고 적당히 언론 플레이를 해 가면서,평화주의와 사유의 자유를 부르짖을 겁니다. 아무 제한 없이,현실성이나 비용 같은 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자유롭게 상상해 보라고요. 그게 인류를 구원할 거라고요.


그리고 적당히 세월이 지나서...한 22세기쯤. 도라에몽은 못 나올지언정 적당한 SF적 가제트,그게 군용 풀아머 파워드 슈트든,인공 중력이든,FTL이든,초월적 동력기관이든,심지어 너무 기상천외해서 어느 단편에서나 짤막하게 언급되었던 기묘한 장비든,뭐가 됐든 간에

그게 제 앞에서 인류에게 또 한 번의 도약을 선사할 때,

전 당당히 서서,이렇게 외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우리가 이겼다!"

라고요.


그런 의미에서,함장님께 죄송하다는 진실한 사과를 다시 한 번 드림과 동시에,
여기, 이를 앙다물고, 눈을 부릅뜨고,분노를 집어 삼키면서,
'현실'이란 놈에게 장갑을 집어던져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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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Nullify  
전 그래도 여전히 워커 머신보다 아윙과 랜드마스터가 먼저 나온다는 데 걸겠습니다.
박정달씨  
워커따위 기사도 무용담의 SF버전에 불과한 것을...
함장  
너무 그런데 신경쓰지 않는게 좋아요.
밀리터리 취향은 말 그대로 밀리터리 취향이고, SF취향하고는 별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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