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와 유세 떠는 것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요?
Nullify
12
1962
2015.05.04 13:16
개인적으로 수준이 높은 개인이 수준이 낮은 개인에 대해서 취하는 반응으로 충고와 유세는 강도만 다른 똑같은 행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좀 "계도"를 해주겠다는 마음이 일정 선을 넘어가면 남을 깔아보는 시선으로 변질된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 중에는 그냥 "무지하다는 것 자체"가 깔보일 수 있는 이유고 따라서 내가 남을 깔아보는 건 유세와는 거리가 멀고 그냥 단순히 이끌어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얼핏 보면 그냥 좀 자신보다 무지한 사람에게 충고해주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그냥 남을 까내리고 그걸 당연시하는 경우 말이죠. 제가 당한 적이 몇 번 있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실제로도 남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게 보이는데도 그걸 저지르는 쪽에서는 그냥 지극히 당연한 충고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은근히 많거든요. 그렇다고 그게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당하는 쪽에서 수준이 낮춰지는 게 원통하다고 "무조건 쟤가 깔보고 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합니다. 정말 충고해주는 것인데 남들보다 좀 과격한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까내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죠. (물론 굳이 남을 생각해주겠다는 행동에 과격한 자세로 임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인격적으로 충분히 글러먹었다는 반증이긴 합니다만 이건 좀 다른 이야기니 패스. 게다가 개중에는 정말로 타인의 열등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파렴치한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상대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공격이 될 만한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유세 떤다고 보진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자기 스스로가 남에게 설교할 가치도 없는 나쁜 놈이 되는데 주변의 시선이 두렵지 않은 이상 누가 그럴까요.
옛날 이야기 좀 하자면 얼마 전에 제가 실수한 것 가지고 다른 누군가에게 무지하다고 까이고서는, 그 주제에 잘난 척까지 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한동안 잠도 못 잔 적이 있습니다. 정작 저쪽이 실수한 게 더 많은데도 휙 넘겨버리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났을 땐 이미 늦어있어서 더 짜증이 났죠.
그런 의미에서, 충고와 유세를 확실히 구별할 방법이 있다면 그게 뭘까요? 만약 충고와 유세의 기준 자체가 철저히 말하는 쪽에서 자의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면 그걸 받아들이는 입장은 얼마나 생각해줘야 할 것 같아 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