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은 이번에도 설레발

양양 14 1678

대부분 예상했듯이 노벨문학상은 한국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사실 노벨문학상은 철학적인 부분이 중요해서 시대정신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적어도 제가 만나본 작가들(최상위 권위를 가진 등단절차를 거친 사람 한정)의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시절 서정주나 이광수의 생각을 긍정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으며, 작가가 왜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하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것보다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않은 글만 쓰고 노벨문학상에 당선된 사람이 있는지부터 생각해보면... 되물음당한 제가 더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풍토 속에서 노벨상과 같은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문학상을 수상한다는 건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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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paro1923  
시대정신이라... 우리나라 문예인들이 너무 나약한 것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타산적이 되도록 굴곡진 현대사가 그렇게 몰고 간 것인지...
양양  
이제는 나약하다는 말도 하기가 좀 그런게, 이젠 문인들이 나약함을 이유로 탐욕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움직임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각박한 현대사의 상황도 고려해봄직 하겠습니다만... 이번에 수상한 알렉시예비치도 결코 쉬운 삶을 살아간 게 아니었고(구 소련 체제하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정의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설파), 여기에는 냉전시대에서 정의를 설파하며 시대정신을 강조했지요.
우리나라 문인들을 보면 결코 다른 나라의 문인들보다 "더 어려운 시대를 살았다"라고 장담하기도 어렵고, 또 시대정신(≒정의)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설파한 적도 없으니...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의 한국문학계는 실망덩어리에 불과해 보입니다.
paro1923  
이육사 시인이나 윤동주 시인 같은 사람이 그립긴 합니다. 결국엔 곡학아세를 하던 놈들과 그 추종자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틀'을 만든 셈이군요.
양양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한국문학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 이육사나 윤동주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시대정신을 생각해 보면 민족을 배반한 서정주는 한국문학의 미려함을 다듬었다고 고평가하는 한편, 이육사나 윤동주에 대한 작품은 그리 큰 가치를 둘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경우를 많이 봐 왔습니다.
...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어이없는 소리지요. "육첩방은 남의 나라"에서 느껴지는 절절함과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련가"에서 느껴지는 글의 미려함에 과연 더 높은가치는 어느쪽인지 뻔하지 않을까 합니다.
paro1923  
...역시 친일부역자였던 이은상이 멋도 모르고 소동파를 깠던 일화도 그렇고(소동파는 고려를 깠을지언정 자기 조국을 사랑했건만), 여러모로 뻔뻔한 놈들이 많군요.
타이커습니다  
예전에 황석영이 이걸두고 한국 문창과 교수들이 문제다라고 했던 기사를 봤었는데...어딨는지 모르겠네요.
타이커습니다  
그러고보니 옛날에 원로시인이신 이기형씨가 자기저서에 이런 일화를 남기셨죠. '자기가 젊었을때 만해를 뵙고 그의 고결함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론 그의 고단함에 안타까워 했다. 그러고난뒤 이광수를 만났을때 그는 일본식 집에 일본식 옷을 입으면서 그의 아들에게 일본어로 나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설명했었다. 그에게 일본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내가 분노하면 "그건 이군이 잘몰라서 그래..."라고 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었다."' 뭐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런 양반이 정작 광복이후에는 '사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런거라능!'한다는게 참...
paro1923  
'향산광랑'이라는 창씨개명 보고 전 개인적으로 '똥싼광랑'이라고 깠습니다.
양양  
안타깝지만 현 한국문학의 수준은 처참할 정도로 정의와는 동떨어져있는 경우가 많지요.
뭐랄까... 재료가 이미 상했는데, 그 어떤 향신료를 친다한들 이게 맛있고 건강한 요리가 될 수 없듯이 정의가 빠진 문학은 양판소와 기실 동급이거나 그 이하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제가 만난 작가들은 서정주나 이광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서인지 이 시대정신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모습을 종종 봐 왔기에 노벨상과 한국문학은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느꼈지요.
루나브레이크  
문학을 너무 정치적으로 보는게 아닌지요?
순수문학 이런 소리를 하려는게 아니고 저도 한 정치성(?)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걸 넣으라고 대중이 강요 할 일도 아니고 그랬다간 오하려 시대정신과 정의와는 동떨어진 작품이 나오는게 아닌가...

문학은 문학입니다. 꼭 정의로울 필요도 없고 시대정신을 반영 할 필요도 없습니다. 뭘 넣을지는 작가들이 알아서 할 일이죠. 꼭 노벨상을 노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정의는 몰라도 훌륭한 작품엔 시대정신이 들어있다는 말에는 동감합니다. 아니, 시대정신이라고 하면 너무 한쪽에만 국한돼 것 같고...주제성 이라고 하면 좋을려나?
양양  
인간의 행동에 정치와 무관하게 돌아갈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문학을 보는 관점은 랑시에르의 말마따나 문학은 그 자체로 이미 정치적이라고 보고 있기에 이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장 미학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이미 "행사"가 되어버린 이상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원래 정치와 전혀 관련이 없어야 할 스포츠의 경우도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미학과 경쟁성은 상업적이고 정치적으로 활용이 됩니다. 대중이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미 정치적이 됩니다.
박정달씨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도 안잡히는군요. 이렇게 철저하게 도구적으로만 보는 관점이 문학이라는 말의 원래의미와는 맞아떨어지기는 하는데...
Tlii  
그렇다고 아예 민중문학이 뽑힌 경우도 없지 않나요? 개인적으론 그냥 유러피안 심사위원 x대로 주는 상이라고 봐요.
카멜  
그닥? 왜 굳이 노벨문학상을 따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그걸 못딴 원인이 요새 작가들이 "시대정신"이 없어서다 라는 주장도 받아들이기는 힘드네요.
그럼 노벨 문학상 '못'딴 세계의 모든 작가들은 시대정신도 뭐도 없는 나약한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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