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초기에 인정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책에봐라 11 1519
관련 사안의 내용을 다시 검토해 보아도 사과 요구에 승복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야(=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여전히 정당하다고 생각된다면야) 얼마든지 추가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다 한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건 저쪽으로서 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대목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라도 인정하는 게 사태 확산을 막는 지름길 아닌가 싶어요. 사안 전체가 빼박인 경우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잘못을 인정하는 건 스스로의 언행에 대한 일이지 스스로의 가치 자체에 관련된 일이 아닐 텐데...
'사과 = 항복'쯤으로 잘못 생각해서 끝까지 뻗대는 경우가 많더군요. 역설적으로 그런 언동들이 스스로의 평판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되고 말이죠. 그저 언행 자체에 대한 사과 요구일 뿐인데 이걸 전반적인 인신공격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만 해도 그렇고요.

내용적 잘잘못을 떠나 '내가 공격받았다'라고 하는 당혹감과 방어심리(?)가 드는 건 아무래도 반쯤은 본능 레벨인 듯해요. 그래도 이걸 잘 제어해야 교양인 내지는 상식인 소리를 듣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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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사막  
빠르고 정확한 대응의 중요성은 여러번 강조해도 안 부족할 거예요.
책에봐라  
동의합니다.
사막  
물론 개인의 사정상 대응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온라인에서는 그 점을 알 수 없고, 그래서 더 차가운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책에봐라  
네. 핀트가 좀 다른 얘기긴 합니다만 자기 의견을 활자로만 옮기면 뭔가 냉랭해지는 타입도 있더군요. 실제 의사나 태도와는 별개로 말이지요.
XOBcuzesurio  
알고 있어도 잘 안 되는 경우는 많더라고요... 그런데 제목이 비슷해서 설마했는데 두 곳 다 쓰시는군요.
책에봐라  
그쵸. 이게 참...
늘 냉수를 휴대하고 다녀야 하나...
(냉수 마시고 속 차린 다음 차분히 대응할 수 있게 말이죠 히힣)

네네. 저쪽에도 간간 갑니다.
그러고 보니 XOBcuzesurio님께서도 두 곳 다 보신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헤
XOBcuzesurio  
(뜨끔) 1곳이 줄었더니 4곳을 가고 있더군요.
책에봐라  
저도 한 곳이 줄었네요. 네 곳 정도면 뭐... 적당(?)한 수효인 듯하네요. 히힣
Nullify  
얼핏 보면 누가 의문을 제기할까 싶습니다만, 반대로 상대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오해를 하고 적대감을 품고서 남을 탓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논리라는 점에서 마냥 동의할 수도 없다는 문제가 있죠.

말 그대로 "(내가 뭘했든간에) 니가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뻗대서 이런 참상이 났다"는 건데, 이거 따지고 보면 상대보고 무조건 꿇어줘야 할 것을 상정하는 아주 폭력적인 논리란 말입니다.

실제로 싸움광인 사람들이 자신의 공격성으로 벌어진 일을 무마하기 위해 잘 써먹는 논리이기도 하고.
Nullify  
첨언하자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모든 일이 "상대가 인정하지 않고 뻗대서 일어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비켜주질 않을테니 당연히 분쟁이 길어지고 서로에게 소모적일 테고, 그 소모적인 일이 일어난 것 자체가 상대가 끝을 안 맺고 계속 버팅겨서라고 생각할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내가 공격당했다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내가 상대를 도발했든 뭘했든 저쪽에서 먼저 달려드는 걸로밖에 보이기 때문에 순전히 남탓할 수 있는거죠.

그럴 거면 내가 도발당했다는 믿음을 품는 것도 사실 모순되는데 그걸 자인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세상에 1%도 안 될 겁니다. 나를 때린 놈의 속마음을 고려해주고 싶은 동기가 얼마나 될까요?
책에봐라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나를 때린 놈의 속마음을 고려'할 줄 아는 게 '교양인 내지는 상식인'이 되는 길이겠지만, 말씀하셨다시피 이게 되면 어디 인간인가요... 쯔업;;
거기다 지적해 주신 대로, 상대방이 애초에 공격성이 강해서 불문곡직 '사과하라!'는 식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간단치 않은 문제죠.

다만 제 글의 핵심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건 저쪽으로서 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대목이 있다면"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방의 공격성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아무리 몰리는 상황이라 해도, 스스로도 켕기는 게 좀 있다면 그 대목에 대해서라도 시인을 하는 게 서로 편해지는 길이라고 봐요.
그걸 시인해 버리면 오히려 공격적이던 상대방이 뻘쭘해져서라도 태도가 많이 누그러질지도 모르고요.

물론 그 '시인'을 '항복'으로 받아들여 '이 때다' 싶어서 더더욱 몰아붙여 버리는 사람이라면야 그 사람이 더 문제일 겁니다.
그럼 그냥 제대로 상대하는 일을 포기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소통이 아닌 압제를 바란다는데 할 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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