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황.

지나가던 스 1 1676
1. 욕실 배수구를 둘러바른 두꺼운 실리콘을 들쥐가 갉고 들어왔습니다.

왠지는 모르지만 죽을 각오로 배수구를 뚫고 집으로 들어오려 하더군요.



2. 오늘 우연찮게 고등학교 친구인 P군이 저를 불러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P군은 자신의 동생을 불러와 제게 소개했는데, P군의 동생이 제게 “안녕하세요” 하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더군요.

저는 한참동안 인사를 어떻게 받아줘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존댓말을 쓰면 분위기가 경직될까 두려워서 일단 말을 놓았습니다.

“안녕. 네가 P군의 동생이구나?”

나름 생각해서 한 선택이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말을 놓았는데 P군은 자기 동생에게 존댓말을 쓰더군요.

(…)

P군의 동생을 낮잡아보려고 말을 놓은 것은 아니었는데...



3. 점심을 먹고 모교의 도서실로 찾아갔습니다.

모교의 도서실에서 우연히 2014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편혜영의 <몬순>을 읽었는데,

제 취향상 글의 핵심 주제보다는 운율과 문체, 극적 시퀀스를 중점으로 읽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읽는 내내 표현 하나하나가 주는 느낌이 경이롭더군요.



4. 소설을 다 읽고 저녁에, 사서선생님과 P군과 근처 곰탕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밥 먹다가 사서선생님이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도벽 있던 J모 양은 어떻게 됐니?”

“아 그 친구요? 온라인에서 중고거래 사기치다가 경찰서에서 부모님이 빌어서 합의 보고, 지금은 아마 인터넷 자체를 금지당한 것 같아요.”

“언젠가 그럴 줄 알았는데, 예상대로구나”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학교에서 있었던 상당히 판타스틱한(…)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니 이야기를 꺼내도 현재감이 안 들더군요.

현재감이 안 든다는 말은 그러니까, 이야기가 사실인 건 직감으로 아는데, 당시 일을 실제적으로 기억해낼 수가 없는 흐리멍텅한 상황 말입니다.

기억이라는 게 상당히 빨리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5. 수강시간표가 나왔는데 상당히 슬픕니다.

꼭 듣고 싶었던 과목은 교수님이 자유분방한 분이라서(…) 폐강되어 버렸고,
* 비판이론 전공하신 교수님이 민립대학을 세우셔서 그 대학 관리만 하는데도 힘이 듭니다.

그 외에 들으려고 점찍어둔 강의들은 부전공 필수 과목과 겹칩니다.

부전공 필수 과목들은 이번 학기에 못 들으면 장학금이고 뭐고 포기해야 합니다.

분석철학 기초 입문이라고 할 수 있는 '논리와 비판적 사고'라는 과목은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부전공 필수 과목과 시간이 겹쳐서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시간대가 겹친 그 겹친 필수과목의 이름은 논리회로.

헤헤, 괜찮아! 논리회로 쪽이 훨씬 재밌을거야! 그렇게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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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Mr.A  
1. 추워서 아닐까요? 아무리 집이 추워도 바깥보다는 따뜻할테니까요.

3. 문체라… 전 책을 읽으면서 문체를 의식한 적은 딱히 없는 거 같네요. 책을 읽으면 이야기나 내용에 집중해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만… 기억나는 건 전투요정 유키카제 정도? 시종일관 무미건조 그 자체라 인상이 좀 강했어서.

4. 기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건 그리 신뢰할만한 것이 못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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