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NTX]달라질 K리그 순위산정방식은 의미가 있는가?

양양 0 1601

어제 적은대로 1월 1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이사회 소집과 정기총회를 통해 K리그의 순위산정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바뀐 내용은 이전글에 있는 것처럼 승점이 같은 팀들끼리 있을 경우, 다득점이 골득실차보다 더 우선적으로 적용되어 순위를 가른다는 것입니다.

이걸 도입하게 된 배경은 "골이 나오는 경기가 재미있는 경기다"는 연맹의 의견이 저변에 있기 때문이지요. 즉,

골이 많이 터지면 관중들은 재미있어 한다 → K리그 흥행을 위해 골이 많이 터지는 경기가 양산되도록 유도하자 → 그럼 골득실보다는 다득점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면 골이 많이 터지는 게임이 더 늘어날 것이다 → K리그의 상업적 흥행

이라는 생각으로 도입한 것입니다. 실제로 연맹은 전북의 "닥공"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고, 언론에도 공격적인 축구를 통해 관중유입을 늘리겠다고 지난 몇년간 끊임없이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신태용이 성남 감독시절에 "신공"이라며 닥공을 벤치마크한 바 있고, 서울과 수원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팀들도 이런 흐름에 따라가다보니 일종의 캠페인처럼 번진 일이 있었습니다.

헌데 제가 이 바뀐 방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썩 좋지는 않습니다. 여기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1. 우승을 위해서는 승점이 가장 중요하다.

2015시즌 전북의 실점은 39점으로 클래식에서도 상당히 짠물수비를 보여주었으며(늪이라 불린 성남이 33실점, 포항과 인천이 32실점), 득점력도 상위권이긴 하지만 리그2위인 수원에 다소 밀리는 57득점이었습니다(수원 60득점, 제주 55득점, 울산 55득점, 서울 52득점). 보다시피 우승팀 전북은 최고의 창과 방패를 가진게 아니었습니다. 최고는 아닐지언정 좋은 창과 좋은 방패가 효율적인 조화를 이루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해야지만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은 K리그 현역감독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다득점은 어쨌거나 두번째 문제에 불과할 뿐입니다. K리그에서 승점이 같아 다른 방식으로 정규시즌 우승팀이 갈라졌던 역사는 딱 한번 있었을 정도로(2008년) 30년 역사에 흔치도 않았는데 승점을 먼저 얻을 생각하는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애초에 성남이나 서울 등이 닥공을 벤치마킹했던 건 "승리"를 위해 공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이 첫째였고, 마케팅은 그 다음이었지 연맹처럼 덮어놓고 공격축구가 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구단들은 우승을 위해 움직이고, 그것도 우승의 제1기준인 승점에 목말라 있다는 건 변치않는 사실입니다.


2. 득점이 팬 증가의 동인이 될 수 있는가?

실관중 집계가 K리그에 도입된 해는 2012년부터입니다. 그 이전엔 뻥튀기 숫자가 너무 많아 데이터의 신뢰도를 의심할 여지가 있어 2012년도부터 데이터를 적용해 비교해 보겠습니다. 2012년부터 골 수와 관중의 변화는 어떨까요?

2012년: 경기당 2.55골, 평균관중 7045명

2013년: 경기당 2.55골, 평균관중 7652명, 전년대비 약 600명 상승

2014년: 경기당 2.21골, 평균관중 7932명, 전년대비 약 300명 상승

2015년: 경기당 2.39골, 평균관중 7720명, 전년대비 약 200명 하락

보면 알겠지만 골과 관중수에는 그 어떤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습니다. 연맹은 분명 "관중을 끌어모으기 위해 구단들은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 하며, 골로써 그걸 답해라"라는 시그널을 규정변경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만, 이건 누가봐도 잘못된 판단입니다. 경기당 골 숫자와 평균관중 사이에는 아무런 의미있는 관계가 없다는 게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골이 줄었는데 평균관중이 늘어난 것에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공격적인 축구가 관중을 끌어모은다"는 전제가 어떻게 나온건지 생각해 봐야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이유로 연맹이 바꾼 2016 K리그의 개편은 도무지 그 기대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골 수가 늘었는데 관중이 줄어든 것은 무엇이며, 되려 골이 줄었는데 관중이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K리그의 상업적 도약을 위해 수비축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야 정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연맹은 공격축구가 관중 모으는덴 최고라며 규정을 바꿨습니다. 다른건 모르겠는데 이번 결정을 통해 제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해도 현 총재보다 K리그 발전에 더 이바지 할 수 있다는 ~~근자감~~자신감이 붙은 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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