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클리셰를 깬 작품 - 엘프사냥꾼

양양 7 1575

엘프사냥꾼은 이세계 소환물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설정이 3류 양판이나 라노벨과 별반 다를게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허나 엘프사냥꾼은 기존에 이세계 소환물이 가지고 있던 틀, 말하자면 지금 양판계에서 소위 "잘팔리는" 클리셰를 한참 전에 깨 버린 물건으로 평할 수 있습니다.


1. 엘프라는 종족에 대한 평가

작품에서 소개하고 있는 엘프는 사실 별거 없습니다. 귀가 인간보다 월등히 긴 종족이면 엘픕니다. 진짭니다. 믿어주세요(...). 만드라고라 엘프처럼 식물을 기반으로 한 종족도 귀가 길기 때문에 엄연히 "엘프"로 취급합니다. 이 밖에도 인어 엘프 등, 엘프라는 종족 카테고리는 생각보다 광활하며 이들을 한데 묶는 특징은 단순히 귀의 길이 밖에 없습니다. 또한 여주인공인 세르시아의 말을 빌리면 커먼 엘프(=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엘프)는 아예 생김새 역시 귀를 제외하면 인간과 다를게 없습니다. 귀가 짧아지는 저주에 대해 들은 세르시아는 "그럼 대체 인간이랑 다를게 뭔데?"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양판에서 흔히 묘사되는 "인간보다 월등한 아름다움"이란 설정조차 여기엔 그런거 없습니다. 커먼 엘프 중에서는 오크를 닮은 엘프도 존재하거든요(...).


2. 지구 얕보지마 판타지!

예전에 구 리그베다 시절에도 적었던 이야기인데, 제로의 사역마에서 거대한 골렘에 대항하기 위해 지구에서 소환된 병기를 사용하는 내용을 다뤄본 적이 있습니다. 판타지 세계에서 마법이 제 아무리 킹왕짱이라 하더라도 현대 과학기술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내용이 당시에도 상당히 재미있는 소재였는데, 제로의 사역마보다 훨씬 빠른 시점인 엘프사냥꾼에서 이런 소재도 다룹니다. 거대 골렘을 소환하여 주인공을 위협하는 세력에게 상큼한 대포 한방으로 종결되는 장면을 보면 참... 보통 "지구의 과학기술은 판타지 세계의 초능력보다 약하게 묘사한다"라는 틀을 이렇게 깨는 판타지 작품도 당시에는 상당히 드물었지요.


3. 과학의 증명(?)

천동설과 지동설을 논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지동설이 타당한 주장이고 지동설은 "행성이 항성의 주위를 돈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으나... 여기에서의 지동설은 "문자 그대로 지각이 움직이는" 이야기입니다(...). 땅을 받치는 거대 생물이 움직인다는 학설(...)이지요. 같은 언어를 쓴다 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용어가 판타지 세계에서 "같은 의미로 쓰일 꺼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게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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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paro1923  
비록 "등짝, 등짝을 보자" 패턴(그 '등짝'이 아니라, 문신 수집 때문이지만...) 때문에 그러한 참신한 점들이 가려지긴 했지만, 확실히 클리셰들을 재미있게 비틀었죠.
양양  
엘프사냥꾼의 재미는 사실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여러모로 "깨는" 전개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90년대 중반에는 이런 시도들이 상당히 재미있게 인식되었지요.
타이커습니다  
뭔가 굉장히 신선하면서 재밌어보이는 작품이로군요...나중에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루나브레이크  
엘프 사냥꾼은 만화책 아닌가요?
타이커습니다  
음...그렇나요? 잘모르는 작품이라...
paro1923  
만화책,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죠. 노벨라이즈(소설화)는 안된 걸로...
양양  
소설화 된게 딱 하나 있긴 합니다만, 한국에는 정발이 안 되었기에 국립중앙도서관에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내용은 애니메이션판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거라서 만화 본편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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