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를 읽을 때 가장 신기한 점 ⑥ - 오리엔탈 판타지 편

양양 5 1674

양판을 읽다보면 자주 드는 생각으로 "동양풍의 양판은 찾아보기 힘들다"라는 점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 찾아보려 했는데... 딱히 의미있는 수준의 답은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번은 다뤄볼까 해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1. 영지물의 경우

- 잘 써봐야 삼국지, 열국지 짝퉁

아무리 동양풍으로 영지물을 써도 사실 이 바닥에는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삼국지와 열국지가 있습니다. 특히나 사실을 바탕으로 저술된 소설들이다보니 작품의 현실성은 물론이고 사회학적으로도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여기에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로 극적인 허용내에서 이뤄질 수 있는 다소의 허구까지(ex: 백만대군을 돌파하는 자룡,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벤 관우 등등)... 이걸 모두 고려하면 동양풍 영지물은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써 봤자 욕먹기 딱 좋습니다. 수백년 동안 고찰된 상태에서 다수가 개선에 참여한 삼국지, 열국지와 껏해봐야 10~20대가 깜냥으로 끄적인 영지물과는 애초에 비교자체가 불가하기에 이 또한 오리엔탈 판타지 영지물이 안 나오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모험활극의 경우

- 뭘 어떻게 쓰려해도 무협

정말로 잘 써봐야 사실 결국엔 무협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나 문파에 속해있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세상을 여행하면서 모험을 하는 경우는 정말로 잘 써봐야 그 결과물이 무협으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령 양산형 장르를 다루는 황규영은 집필한 소설의 숫자가 많으며 스스로가 "무협이 아니다"라고 표현한 몇몇 물건들을 살펴봐도(천왕, 개천, 의기 등) 결국은 사람들이 평가하기엔 "조금 다른 형태의 무협"이라고 받아들여집니다. 또한 황규영 이전에도 까마득한 옛날의 작품인 절대쌍교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절대쌍교의 무공은 판타지의 마법과 거의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가령 명옥공의 화후를 측정하는 층수단계라는 개념은 현재 양산형 판타지의 클래스형 구분방식(혹은 써클형 구분방식)의 그것과 사실상 동일한 측정법이며, 절대쌍교에 등장하는 고유명사를 영어식으로만 바꿔도 순식간에 한국형 판타지로 보이는 마술이 터집니다.

 

물론 위의 지적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생각하면 딱 저 두 가지가 먼저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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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박정달씨  
그런걸 보면 과수원집 아저씨가 정말 대단한 분이긴 하죠.
양양  
과수원집 아저씨도 양판을 쓰긴 하지만, 최소한의 핍진성과 개연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데다가 자신만의 색을 명확히 하였기에 평가를 높게 줄 수 있을 겁니다.
어줍잖게 오리엔탈 요소를 넣기보단 "오리엔탈처럼 보이는 사고방식이 (자신의 소설 내의 세계관의 사람들이 보기에)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새로운 인식이 있다"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서술방식은 분명 높게 평가할 만 합니다.
시몬바즈  
이영도 작가 제외하면 뫼신사냥꾼 정도 생각나네요.
사실 나관중이 연의쓰기전에 삼국지소설은...반삼국지같은 퀄이 넘쳐나죠...그러기에 나관중이 대단한것이기도 하고요.
양양  
뭐랄까... 민간문학의 발전은 보통 처음엔 엉망이었다가 후세에 많은 사람들의 개필로 발전을 거듭하지요. 우리나라 판소리 문학이나 일본의 츄신구라도 그런 형태로 이야기가 상당 부분 보완되며 현대에 이르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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