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NTX] 수능 친 지 이제 3년 지났군요. 그 때 기억을 회상하면서...

호무라 1 1615

수능 치기 일주일 전부터, 저는 식이요법을 썼죠. 혹시라도 배탈이 나거나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죽만 먹었습니다.

수능 전 날 모집일 때, 제가 제2외국어를 치는데 제2외국어도 치는 학생들은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시험을 치게 됬죠. 그래서 저는 평소 가던 학교에서 시험을 쳤습니다. 소집이 끝난 후 집안에 그냥 틀어박혀 있었어요. 감기 걸리거나 넘어지기라도 하면 아주 곤란하니까. 초콜릿과 찹쌀떡을 조금 먹고 한 서너시간 최후의 준비를 했죠.

신기하게 잠은 잘 자지더군요. 그게 고딩때 잠 자는 시간을 1시 30분, 깨는 시간을 6시 30분으로 고정시켜 놓으니 알아서 잠이 들더라고요.


시험 당일, 저는 버스를 타고 등교했습니다. 등교길에 다른 학교 응원단들이 응원을 하더군요. 그런데 제 학교 응원단은 없었어요. 왜 그런가 하니 제 학교 학생들 중 제2외국어 치는 놈이 저 포함해서 10명도 안 되고, 보통 같은 학교에서 치는 일이 없다 보니 배치를 안 한거죠. 좀 쓸쓸해지려는 차에 그 응원을 지휘하던 선생님이 마침 중학교때 선생님이라서 저는 다른 학교 학생이었지만 넌 잘 할수 있을 거라는 응원과 울릉도 호박엿을 하나 받았죠. 제 기억이 맞다면 그 엿 안에는 초콜릿이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해요..


제가 챙긴 건 최후에 볼 정리 노트(페이지는 4쪽이었죠.), 필기구, 그리고 보온병에 담은 호박죽(설탕은 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홍진호가 요즘 홍보해서 유명한 트윅스, 조지아 커피캔 두개(설탕 없는 아메리카노였죠.) 정도였습니다. 오신 선생님들은 모두 다른 학교 선생님이고, 저희 학교 선생님은 교장 선생 한 사람 뿐이더군요. 점심시간에 봤는데, 저보고 시험 잘 쳐라 넌 할 수 있다 하면서 가셨죠. 더 이야기하면 부정행위 될 거 같아서 애써 말을 아끼는 눈치였어요.


시험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다만 기억나는 건 1교시 때는 왜 이렇게 소변이 마렵던지. 2교시 수리는 시간이 엄청 남아돌았고, 3교시 영어는 그냥 무난하게 했고, 4교시는 고등학교 들어올때부터 사탐을 3사로 골랐는지라 국사 세계사 한국근현대사 이렇게 3개를 봤죠. 4교시 되니 애들이 거의 다 빠져나갔고, 5교시는 제 교실과 제 옆 교실 두 곳에서만 시험을 칩니다. 고른 건 아랍어였죠. 일본어나 한문을 할 수도 있는데 굳이 그거 한 이유는, 일본어나 한문은 어지간해서는 점수 따기가 힘들기 때문이거든요. 저도 나름 고등학교 일본어나 한자 정도는 식은죽 먹기지만 이걸 치는 놈들은 아예 일본어가 모국어 수준인 놈도 있으니. 그냥 3으로 쫙 찍고 시간을 때웠죠. 그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던가.


시험을 다 치고 나니 5시 40분인가 그랬을겁니다. 해는 어두워졌죠. 마침 5교시 담당교사가 제가 수능 시험장 들어갈 때 만난 그 선생님인데, 저보고 집에 어떻게 갈너냐고 묻기에, 저는 그냥 버스 타고 간다고 하니, 오늘 고생 엄청 했는데 그래서야 되겠느냐 내가 시내까지는 테워 주마 이렇게 하셔서 그 분 차를 타고 시내에서 내렸죠. 맥도날드에서 그릴치킨버거인가 그걸 먹으면서 돌아왔죠. 끝난 후 수험표 뒤에 적은 답안을 비상에듀와 메가스터디에 입력해서 등급을 확인했죠. 제가 원하던 성적은 달성했더라고요. 웃으면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이후 수능 성적표 나올 떼까지는 학교에 나왔지만, 하는 건 그냥 애들이 가져온 영화나 보다가 12시에 돌아가는 정도. 그러다가 제가 그 때는 최신폰인 아이폰 4s를 사서 들고 다니니까 애들이 열폭하던 것만 기억에 남더군요. 뭐 성적표 나온 뒤 저는 바빴습니다. 대학에 정시 원서를 넣고 각종 서류를 때러 돌아다니고, 서울에서 면접도 하는 등... 성적표 나온 뒤부터는 학교 안 나갔어요. 선생님이 직접 애들보고 대학에 대해 일 없으면 그냥 안 와도 된다. 푹 쉬라 이러니. 아마 그 때가 11월 말이었을 겁니다.


그 이후 저는 그냥 푹 놀았어요. 새벽 3시까지 마비노기 하고, 12시까지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간 못 보던 애니들과 영화들도 봤죠. 제타 건담, 건담g, 건담w 같은 것부터 해서 마요치키라던가 내여귀라던가.. 그러다가 12월 중순 제 머리를 마치 머리로 강타하는 듯한 전화가 왔죠. 입학담당 선생님이 저보고 너 xx대 합격했어. 그러니까 수시 때 넣은 거기 이렇게 말하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거기도 네임벨류는 있다 이러더군요. 그리고 확인해보지 진짜 붙었습니다. 뒤이어 yy대, zz대 등도 붙었죠. 결국 정시는 실패...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지는 않았던 게 제 목표인 인xx 가기는 일단 성공했으니까요. 집에서도 기뻐했죠. 다만 더 잘할 수 있는데 망했다는 생각은 대학 들어와서도 안 사라지더군요.


잉여 생활은 2월까지 지속되었죠. 중간에 겨울 해운대를 만끽하기도 하고, ot니 뭐니 하면서 서울도 다녀오고.. 다만 제가 후회되는 게 하나 있다면 만일 제가 고등학교 때 저축을 했더라면 그 잉여로운 기간동안 여행도 하고, psp나 닌텐도 ds같은 걸 사서 게임도 하고 그럴 수 있었을텐데 못했다는 점... 하지만 그 떄 이후 이렇게까지 잉여롭게 놀아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 때 더 즐겼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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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호무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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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분명 바꿀 수 있어.

1 Comments
自宅警備員  
정시고 수시고 다 분쇄시켜버린 저로선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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