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존중 NTX] 초등학생때 읽었던 책 이야기.

삭이꾼 9 1593
어렸을때 시내 독서퀴즈 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탔다는건 지금은 그저 추억이지만.

그 출제도서 중에 "무기팔지 마세요"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논리야 놀자"를 쓰신 위기철씨의 저서죠.
내용은 초등학생인 주인공(여학생)이 반 남자애들 사이에서 장난감총(흔히 BB탄총이라고 알고있는)이 유행해서 가지고 놀며 반친구들에게 쏘는것을 보고 장난감총을 금지시켜달라는 부탁을 선생님께 해서 금지하는데 성공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습니다. 그 이후 주인공은 전쟁과 평화에 대해서 진지한 얘기와 조언을 듣고 학교앞에서 총 버리기 운동을 하거나 "전쟁은 놀이가 될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하거나, 문방구에서 제목처럼 "무기팔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시위를 하거나 하면서 장난감총을 금지시키는데 성공합니다. 2부에서는 그 이야기를 뉴스에서들은 어떤 미국아이가 이 이야기를 신문에서 보고는 한국에서도 무기문제가 심각했던건가! 하고 오해를 하고는 자신도 무기반대 운동을 성공시키고 TV인터뷰에 나와 그 한국인 주인공의 사진을 펴보이면서 끝납니다.

.....그때는 정말로 모범적으로 반전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애초에 초등학생한테 팔면 안되는)위험한 장난감총을 애들에게 가지고 놀게 하면 안된다" 하면 끝날것을. 그냥 장난감총을 가지고 놀앗을 뿐인데 전쟁을 놀이처럼 들긴다는 듯. 심지어 문방구 주인을 무기 파는 사람으로 취급하는등 굉장히 편협적이고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었던것 같아요. 실제로 아직도 인터넷에 독후감이 올라오고 있는데 혈압을 위해 검색해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 장난감총과 전쟁문제를 연결시킨걸까....

아마 그 작품이 조금만 더 늦게 나왔다면 주 소재가 FPS 게임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 신고

Author

Lv.1 삭이꾼  1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9 Comments
타이커습니다  
뭐 흔히 말하는 '꼰대'문제 아니겠습니까...
PS.근데 저때도 둠같은건 있지 않았나요?
삭이꾼  
발행년도가 2002년이니 물론 콘솔, PC용 FPS는 많이 나와있었겠지만 한국에서 FPS가 대중화 된건 2004년에 서비스 시작한 스페셜포스 때부터니까요.
Nullify  
반전주의에 빠져든지 얼마 안 된 어린이가 산전수전 다 겪은 토크쇼 사회자 쳐바르는 장면이 명장면이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과정은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 +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의 끝판왕이었습니다. 정신승리?)

나올 당시에는 타겟층이 어린이였으니까 자기 주장을 그냥 동화책마냥 단순하게 그려내려는 과정에서 그리 된 게 아닐까 합니다.

"싸우면 나쁘다" 말하는 거 자체는 굉장히 쉽죠.
Mr.A  
저거 아직까지 애들한테 많이 읽히나보더군요. 지식인 국방무기 카테고리에 독후감 써달라는 글이 자주 올라와요(…).

책 내용은 잘 모릅니다만, 제목만 봐선 나체시위 하던 강 뭐시기의 주장이랑 비슷한 책으로 보이는데…
Loodiny  
글쎄요... 아이들의 장난감에 규제를 가하는 거랑, 아이들에게 평화주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보입니다만.

거꾸로 보기에, 우리들이 이걸 문화 탄압이랑 연결시키는 것이 우리들이 나이를 먹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삭이꾼님도 그랬고, 저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도 그 글을 읽고 '아, 전쟁은 끔찍한 것이지 결코 재미있는 것은 아니구나. 그리고 우리는 독재자나 강대국의 이익을 위해 벌어지는 전쟁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의무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지, 그걸 가지고 문화규제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거든요. 저만 하더라도 그런 책 읽고 나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잘만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이들이 읽으라고 만든 이야기니만큼 내러티브를 단순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걸 가지고 문화규제 옹호라고 보는 건 과민반응 같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이면 6학년이나 되서야 만 12세 이상인 fps 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설사 현대에 나와도 초등학생들 상태로 캐쉬 장사하는 게임 회사들 까도 싸다고 생각해요.~~
전위대  
아 그책요. 그땐 재밌게 읽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병맛이죠. 원래 위기철은 로봇이 나오는 매체도 인간미가 없으니 다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양반입니다. 좀 맛이 갔어요.
Nullify  
이 사람 저서 중에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라고, 동화집 비슷한 게 떠오르네요. 그 책에 대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극단적인 주장이 꽤 됐는데, 그걸 애들 읽는 책에 넣었는데도 별다른 느낌이 안 드는 걸 보면 뭔가 이상한 쪽으로 재주가 있는 사람같긴 했단 말이죠. (아니 사실 어린애들에게는 도덕 교과서마냥 "이러니까 불쌍하지? 뵈기 실지? 이러면 안되겠지? (하략)" 이런 정도만 해줘도 잘 먹힌다는 점도 있지만)

ps. 아홉살 인생이나 논리야 놀자는 꽤나 정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위대  
안그래도 그 책 얘기 맞습니다. 아홉살 인생은 저도 잘 읽었죠. 논리야는 안 읽었지만.
Tlii  
허, 아직까지 기억 한편에 '남동생의 장난감 무기까지 훔쳐나와 희희낙락 단체로 분서갱유하는' 장면이 삽화까지 곁들여서 생생한데, 이 책이었군요.
당시에도 영 생뚱맞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다시 보니 저 작가는 나이브함이 하늘을 찌르네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