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다쳐 서울로 돌아오는 이야기

호무라 0 1572

어제 진도 답사하다가 용장산성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앞에 사람이 나타나서 놀라서 넘어졌는데, 그 떄는 그냥 넘어갔죠. 약간 발목이 아팠지만. 그런데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가면서 확실히 발목이 깨진 게 느껴지더군요. 평소에는 이것보다 더 험난한 산길도 가볍게 갔는데 그 때는 산 올라가려 하면 발목에 통증이 느껴지고, 특히나 내려갈 때 더 해서 말이죠. 보통은 산 내려갈 때 더 가뿐해야 정상인데. 그리고 버스에서 쉬는데 다리가 부어오르고 아픈 걸 보고 아 이거 발목이 박살났구나 싶어서 답사 스탭과 교수님들에게 이야기했죠.

문제는 정말 심각한 걸 알았을때는 저녁 6시인데다가 전라도 깡촌인지라 병원 갈 곳도 없다는 거. 오후 10시쯤 되니 고통이 더 심해져서 너무나 간단한 퀴즈조차도 맞추기 어려울 정도더군요. 그래서 이건 가만히 있다가는 여행은 커녕 교생실습도 못 나가겠다 싶어서 서울로 가서 치료하겠다고 했죠.

그러자 제가 낸 답사비에서 빼서 그걸로 택시를 불렀고, 5만원을 기차타라면서 빌려주더군요. 어설프게 철덕질을 해보면서 얻은 걸 이때 참 유용하게 썼죠. 그게 뭐냐면 마침 그 때 머무르던 숙소가 보성군과 순천시 경계에 있었는데 순천역에 용산역으로 가는 직통열차가 있는 걸 알고는 거기로 가겠다고 했죠. 보성역은 광주인가 익산인가 거기서 환승해야 하는데다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차도 얼마 없어요. 아무튼 그걸로 아침 8시 50분에 택시를 타고 갔는데 비용이 딱 칠만원 깨집니다. 그리고 ktx 산천을 잡아타고 갔죠.

그리고 용산역에서 2500원짜리 국수를 점심으로 먹고 바로 건대입구역으로 간 뒤, 대학병원에 가니까 "님 여기는 상급병원이라 진단서가 필요하고 어차피 오늘 교수님 세미나 가셔서 못 봄." 이래서 급히 이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 찾으니 가장 가까운 데가 하필이면 건대 양꼬치 거리 부근이라서 500미터 이상을 걸은 거 같군요. 가서 엑스레이 찍고 하니 "너님 보니까 뼈가 부러져 붙은 흔적과 인대 늘어난 거 같은데 언제 뼈 부러진 적 있음?" 이라 하기에 저는 중1때 축구하다가 다쳤다 하니 "아무래도 이건 인대 문제인듯요, 그래도 심각하지는 않으니 다행임"이라고 하면서 30분동안 물리치료라고 해서 침대에 누워놓고 뭔 패드를 붙여놓기도 하고 엉덩이에 주사도 놓고 한 뒤에, 반깁스를 하고 한 일주일 정도 있으라네요. 잘때와 샤워할 때는 풀고...

마음속으로는 내심 이런 단채여행과 먹지도 않을 술과 안주값을 하루에 5천에서 7천씩 걷어가는 거 때문에 빠지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꼭 이런 식으로 이뤄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하느님. 다른 건 모르겠고 오늘 4만원 깨진 건 엄청 뼈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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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분명 바꿀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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