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3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죠.
담임선생님 수업 중 왈.
──
내가 고등학교 졸업한 지도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단 말이지.
* 47세십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처음 닭장차 타던 때가 생각나네.
그 날은 그냥 (대학교의) 동아리실에서 놀고 있었어.
그런데 선배들 뛰어오더니 갑자기, 다들 빨리 튀라는거야.
그래서 가방이랑 챙겨들고 얼른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이미 전경들이 쫙 깔려있었어.
포위되어 있었던거지.
그래서 잡혀가지고 닭장차에 실려 가는데, 최루탄 냄새가 배어서 진동을 하더라고, 그걸 지랄탄이라고 하는데 아냐?
그 때는 대학교 건물에도 최루탄 냄새가 배어 있었어. 그거 냄새가 친숙할 정도야.
─"근데 닭장차가 뭐죠"
닭장차 그, 전경들 타고 다니는 트럭 있잖아. 우린 그걸 닭장차라고 불렀거든.
(여기까지만 말했으면 웃기지는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근데말이야. 그 날 진짜로 난 동아리실에서 놀고 있었거든.
정말 진짜로 뭔가 작당하고 모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놀고 있었거든.
진짜 놀고 있었단 말이야.
─"(…)"
물론 나도 대학교에서 돌멩이 던지고 화염병 던지고 그랬는데,
그 날은 진짜 조용히 놀고 있었다고.
그 날은 데모 안 했단 말이야.
아니 진짜 그 날은 얌전히 놀고 있었다고……
─"(…)"
──
뭔가 그 날 닭장차에 끌려가신 게 굉장히 억울하셨던듯(…)
그 때랑 지금은 진짜 상황이 많이 달랐나봅니다.
ps. 그러다가 한 여학생 왈.
─"선생님, 최루탄 냄새가 친숙할 정도면 군대에서 화생방훈련도 잘 버티……"
"아니."
"농도부터 다르잖아. 창문도 없는 방에 가둬놓고 그런다고. 진짜 죽는 줄 알았다."
(…)
"처음 몇 분간은 죽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하는데, 몇 분 지나면 숨이 쉬어진다."
그러면서 갑자기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올리시면서 큰 목소리로 말하시더라고요.
"야 방독면 그거 있지! 그거 진짜 좋은거야! 이야 그거, ……"
(…)
"근데 벗으면 지옥 시작이거든."
(…)
"거기서 군가도 부르고 막 그러는데, 끝내고 뛰쳐나오면 그 지랄탄이 얼굴에 묻어가지고 따끔따끔 하거든."
그리고 갑자기 팔을 벌리시더라고요.
(…)
"근데 그럴 때 또 기분좋게 바람이 분다. 뺨에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데, 시원하고, 아, 진짜 좋지."
(…)
"아 그러고보니까 남학생 니네들은 앞으로 하게 되겠지."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
"한번 해 봐."
그리고 마지막으로 왠지 모르게 악의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시며 왈.
"진짜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