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를 읽을 때 가장 신기한 점 ⑧ - 마법과 수학

양양 12 1554

이건 설정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양판소의 신기"로 분류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있지만, 한번 재미삼아 화제로 삼아보려 합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의 양판은 마법을 수학과 자꾸 연결시키려고 하는 시도를 종종 합니다. 매우 특이할 정도에요. 말하자면 마법을 물리학화 하자는 겁니다. 고전 수학에서는 세상을 숫자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어 왔는데,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건지 자꾸 마법을 물리학의 일종처럼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여기에서 엄청난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말이죠.

 

1. 판타지의 물리법칙이 현실과 다를 가능성

현실의 물리법칙과 판타지의 물리법칙은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수식과 증명만으로는 판타지 세계의 수학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말하자면 현실 세계의 수학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물리학과 마나가 존재함으로써 성립되는 판타지 세계의 물리학은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따라서 수학을 이용한 마법체계는 사실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신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원리를 알 수 없는 마법이나 저주에 비해 설득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2. 과거의 마법은 비효율이 될 가능성

마법이 마치 수학과 물리학처럼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마법은 꾸준하게 발전됩니다. 수로써 의심할 나위없는 완벽한 증명이 가능하다는 건 완벽하게 계량화 시킬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렇게 발전함으로써 과거의 마법체계는 낡은 학문 내지는 기초학문에 불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말하자면 그리스 시대의 마법은 피타고라스 법칙 같은 수준의 마법을 쓰게 되고, 중근세는 미분과 f=ma 수준의 마법을 쓰게 되며, 현실수준이면 엠씨스퀘어 수준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깁니다. 마법사라는 엘리트층이 쓸 수 있는 마법의 수준이 과거에는 엄청 낮고, 시대가 흐를수록 발전하게 된다는 겁니다. 사실상 무기가 과거에는 돌검이었다가 시간이 흘러 청동검을 쓰고, 더 시간이 흘러 철검, 총포로 발전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게다가 이렇게 되면 사실상 마법이 가지고 있는 신비성 자체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지요. 그냥 발전하는 학문인데요 뭘. 지금 우리 세계에서 물리학, 화학을 신비한 학문이라고 누가 생각합니까...

 

물론 판타지 세계에 수학이 존재함으로써 스팀펑크 세계관을 짜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세계조차도 "수로써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는 등의 표현이나 수학만능주의를 내세우거나 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 창작자나 컨텐츠 소비자 양측에게 모두 이로운 경우가 많을테니까요. 가끔은 현실적이지 않는게 판타지가 기본적으로 충실하고자 하는 "상상"을 자유롭게 둘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봐야 할껍니다. 어쩌면 수학을 내세우는 판타지 치고 양판 아닌 작품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할테지요.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 신고

Author

Lv.1 양양  1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12 Comments
paro1923  
한국 양판만의 특징이 아니라, 일본 쪽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습니다. 나노하 시리즈 같은 걸 보면 일본도 마법을 수학 공식 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양양  
음... 제 말은 이쪽을 일종의 "주류화"시켰다는 점이지요. 나노하는 개인적으론 뭐랄까... 로봇물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오가이거나 이데온에서 엔진출력이 나오긴 하지만, 사실상 스토리를 이끌어가는데는 무의미한(...) 설정이 된 경우가 많으니까요.
반면에 양판의 마법 수학은 뭐랄까... 주인공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쓰인다는 점을 생각해 봤을때, "상상"을 자유롭게 만들기에는 너무 수학에 구속시키는 거 같아서 써 봤습니다.
paro1923  
예를 들다 보니 그 쪽을 들긴 했지만, 일본산 웹소설에서도 종종 공돌이가 넘어가선 이세계 마법을 공식 같은 걸로 환산하던 걸 봤거든요.
양양  
일본식 양판(...).
함장  
전 그런 수학적 마법은 별로더군요. 월드 오브 다크니스나 워해머처럼 마법은 과학법칙과는 완전히 다른 법칙을 따르거나, 물리법칙을 아예 초월한 카오스 같은 것이 취향.
양양  
저도 취향은 그렇습니다. 뭔가 판타지의 신비스러움을 지나치게 약화시킨다는 느낌도 들고요.
판타지라면 과학에서 어느정도 벗어나있는건 있어야된다고 봅니다 전. 워크래프트나 워해머도 스팀펑크적 면모가 있지만 마법은 아예 다른 차원얘기지 않습니까.
양양  
만약 아예 마법이 과학적으로 해명될 수 있다면 루티드 같은 매력적인 설정이 태어날 수 없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법의 과학적인 연결 시도를 넘어 해석하려는 건 사실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음...제가 말한쪽은 판타지쪽이었지만...의미는 대강 통하는군요. 다만 마법과 과학의 연결시도는 꽤나 매력적이긴 해요. '굉장히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양양  
매력적일 순 있으나 이것도 어느 수준의 선을 지키는게 나을 겁니다.
굉장히 발달된 과학과 마법이 서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건 그 현상이 가져오는 결과가 같다는거지 매커니즘이 같다는 말은 아니니까요.
매커니즘이 똑같이 수학으로 표현가능한 정량적인 과학으로 증명될 수 있다면 이건 마법이 아니라 그냥 과학이니까요. 전혀 새로운게 아니게 됨으로써 판타지가 아니라 하드 SF라고 보는게 더 가까울 겁니다. 장르가 바뀌게 되는 거죠.
N!  
'판타지' 이기에 연결되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봅니다.
작품의 마법이 현대 수학/과학과 연결된 이론, 또는 그 바탕 위에서 설명된다면. 위에서 말씀하신 것 처럼 S.F로 분류되겠죠.
양양  
헌데 양판에서는 글 쓰는 사람들이 죄다 수포자인지, 수학을 무슨 마법처럼 생각하고 있는 거 같더군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