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할때 정말로 후임에게 '살의'를 느껴 본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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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날 사격장을 갔는데...

  막 전입 온 신병이 사격하는 뒤에 서서 몇발을 쐈나 세 주고 있었죠.

  탄 클립이 어디로 하나 새서 모자란다고 탄창에 탄피 넣어 오라길래 탄창 하나 들고.(...)

  하여간 신병은 사격을 열심히 하고 있고 저는 몇발을 쐈는지 복창을 하고 있었는데...

  이놈 총이 턱 하고 걸려 버리는겁니다.

  그래서 '아, 기능 고장이구나...' 하고 있는데...

  이놈이 '기능고장!' 하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뒤로 슥 도네요?

  당연히 그 총구의 코앞에는 내가 있고.(...)

  참 신기한게...보통 거기서 겁이 나야 되는데 저는 왠지 빡쳤었습니다.

  "야이 개~(삐-)야! 신교대에서 뭐 배워 왔어!?" 하면서 들고 있던 탄창 던져 버렸죠.

  그놈 얼굴에.(...)

  맹세컨데, 이게 제 2년 군생활 동안 정말 유일하게 제가 빡돌아서 후임에게 손대본겁니다.

  아니 훈련소에서 사격을 못해도 마흔발, 지가 사격에 좀 소질이 없다 그러면 여든발을 쏴 봤을거고, 수색병 교육 받을때 못쏴도 거의 쉰발 가까이 쏴 재끼고 올 놈이 그걸 모르나 솔직히?

  저기서 쏘는데 기능고장이 없었다고 해도 기능고장에 대한 대처는 신교대 조교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설명을 해 주는 대목인데 그걸 모를수가 없죠.

  이놈이 저한테 뭔 억하심정이 있다고 하기도 뭐 한게...

  이자식이랑 전 만난지 이틀 됬다구요.(...)

  제가 뭐 할일이 없어서 전역 석달 남겨놓고 남의분대 후임을 괴롭혀요?

  그것도 이자식 분대장은 나보다 계급도 높은데 제가 뭔 천지도 모르고 하사급 분대장의 부하한테 손을 댑니까?

  아니 애초에 상대가 나보다 높건 낮건 타 분대장의 지휘권은 존중해 주는게 맞죠 솔직히.

  하여간 반은 놀라서, 반은 빡쳐서 애 얼굴에 탄창을 던져 버렸는데...

  "야, 현재야."

  하고 폭파관님이 오시데요.

  "아 거 뭐 영창 보내려면 보내십쇼. 제가 뭐 못할짓 했습니까? 집에 가기 석달 전에 훅 갈뻔 했는데 살고 봐야지 말입니다?"

  하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보통은 도망가잖아. 넌 우째 탄창 던져서 해결을 하냐 무식한 자슥...이거 나보다 더한 놈이야 이거."(...)

  하고 어찌어찌 넘어갔습니다.

  그날 회의때 이놈에 대한 처벌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저를 처벌 안하시고 그 자슥만 처벌하면 폭행을 묵인하는게 되지 않습니까? 그건 모양새도 안좋고 불만만 나올겁니다. 처벌을 하시려면 저도 같이 하시는게 형평성이 맞습니다."

  라고 하니 사람들이 절 뭔 미친놈 보듯이 보더군요. 스스로 징계 받겠다고 나서는 놈이 있냐면서.(...)

  그래서 뭐...둘이 같이 사이좋게 군장 매고 일주일 뛰었습니다.(...)

  하여간 그때 정말 그 순간 만큼은 후임이고 뭐고 내가 죽게 생기니까 '저거 안조지면 내가 죽는다!' 하면서 생존 본능이 확 올라오더군요.

  저도 던지고 앗차 싶었는데 이미 쏟아진 물 어쩌겠습니까.

  솔직히 앗차 하는 심정보다 빡친게 더 크기도 했고.(...)

  뭐 그래도 때린게 잘 한건 아니라 쉬면서 '그때 때려서 미안하다.' 하니 자기도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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