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조적인 사람들이 싫어요.

黑魄 4 1568

넷질하면서 가장 많이 접한 것 같은 것들 중 하나가 남을 까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원리원칙을 들먹이는 건데, 사실 이들이 주장하는 원칙만을 들여다보면 매우 당연한 게 많습니다. 상대방을 조금 배려하기 위해 양보해야 한다던지, 남에게 상처줄 수 있는 언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라던지, 주제에 잘 알고서 이야기하라는 것이라던지, 전부 그 자체로는 틀린 말이 없지요.

 

문제는 아무리 그런 걸 장황하게 이유를 붙여가며 이야기해봐야 결국에는 "얘는 (내가 신봉하는) 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상상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걸 본의 아니게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목적 자체가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에 있지 원리를 철저히 적용하는데 있지 않다는 거죠. 특히 이런 이들은 이런 충돌과정에서 과격한 언사를 장기마냥 생각하기도 하는데, 정작 그럼으로써 자기가 그 원칙을 어겨가면서 말한다는 것을 역으로 지적당할 때 가장 격렬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겁니다. 

 

특히 이게 엇나가도 "어쨌든 니가 이러이러한 일을 한 건 변함없는 사실 아니냐, 그게 잘못된 거다" 운운하기도 하는데, 애초에 인과관계가 뭔지 알고, 당위와 사실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만 알아도 저런 막무가내식 논리는 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인간들인데, 이상하게도 원리라던가 룰이라던가 들먹인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일방적으로 접어야 되는 상황에 오는 경험이 많다 보니 이젠 단순히 원칙같은 걸 입에 담는 사람만 봐도 학을 떼게 됩니다.  

 

덧붙이자면 전 제 스스로가 참된 원리가 뭐냐느니 그런 거 판단할 처지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자기가 남에게 강요하는 만큼 얼마나 자신에게 엄격한지겠죠 (그리고 대개는 절망적입니다). 

 

sp. 요새는 "프로불편러"라는 말이 모처에서 유행하는 것 같은데, 아마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 신고

Author

Lv.1 黑魄  2
653 (65.3%)

응?

4 Comments
박정달씨  
...글 좀 쉽게 쓰셨으면... 지나치게 돌리려다 어떤 높은분 말투처럼 되버리신거 같네요.
黑魄  
누굴 저격하려던 것도 아니고 하니 돌려썼다는 말은 부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벌어진 현상같은데 말이죠.

생각보다 글이 길다고 일부러 어렵게 읽을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실제로 내용물보다는 인상에 사람이 더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cocoboom  
씹선비라고 할 만하죠
黑魄  
하도 앞뒤 안가리고 남을 까는 사람들이 넘쳐나다보니, 요즘은 씹선비라도 급이 높으면 현인취급 받는 것 같더군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