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등이의 강한 생명력에 대한 짧은 이야기

노숙병아리 12 1453
일주일전, 저는 부모님 마트에서 먹고 자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꼽등이를 만났죠. 꼽등이는 귀찮은 녀석이었습니다. 가게 문을 닫은 제가 방 안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면 녀석은 제 발가락에 매달려 같이 놀아달라고 보챘습니다. 전 꼽등이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놀아달라는 녀석을 어두운 방 안에 내버려두고 가게 카운터에 앉아 엎어져 잤습니다.

그 후로 약 이주일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마트는 폐업했습니다. 부모님은 작은 개인 편의점을 사들였습니다. 저는 마트 재고를 편의점으로 옮기는 일을 도왔습니다. 녀석을 다시 보게 된건 그때였습니다.

녀석은 마트 창고의 세숫대야 물에 둥둥 떠있었습니다. 소금쟁이처럼 다리를 쭉 뻗은 모습이었습니다. 녀석을 좋아하지 않았던 저 마저도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시신을 건져서 장사지낼수는 없었습니다. 일이 한창이었기에 전 그 가엾은 녀석을 지나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다 끝내고 왔을 때 녀석의 시신은 사라져있었습니다. 녀석은 죽지 않았던겁니다.

이 이후로 전 녀석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 녀석이 지금도 살아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침 가게 창고 구석에서 중국제 전기파리채도 찾았거든요.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 신고

Author

2,956 (71.3%)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12 Comments
함장  
수영하고 있었군...!
노숙병아리  
생각해보니 더위에 지쳐 수영장에 간건 아닌가 하고 있습니다.
paro1923  
막줄의 '전기파리채'에서 강한 복수심이 느껴졌습니다.
노숙병아리  
농담입니다. 그렇게 큰 벌레는 못 죽여요.
cocoboom  
진화의 시작?
노숙병아리  
......2XXX년, 지금은 고도로 진화한 꼽등이가 지구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cocoboom  
꼽등 이즈 홈!
베키  
꼽등이니까요(?)
노숙병아리  
네, 꼽등이니까요.(?)
베키  
~~꼽등이 : 아마 나는 3번째라고 생각해~~
N!  
으, 발에 붙어있다니.
과연 꼽등이
노숙병아리  
과연 꼽등이. 그걸 본 순간 꼴사나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