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이야기

호무라 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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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돈가스를 먹은 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가장 오래된 기억은 7실 때 경양식 식당에서 먹은 돈가스였죠. 우스터 소스가 쳐진 돈가스 한덩어리, 타르타르 소스가 뿌려진 생선가스 한덩어리, 양배추 셀러드와 마카로니 사라다, 스위트콘, 그리고 밥이 올려지고도 가격이 6000원이었을 겁니다. 제 동생은 계란프라이가 올려진 햄버그 스테이크였죠. 아버지도 돈가스, 어머니는 햄버그 스테이크였습니다. 아주 맛있게 먹었죠.

 

이렇게 가끔 먹던 별미던 돈가스는 대학 올라가면서 지겹게 먹는 음식이 되었죠. 학교 식당에 라면과 함께 안 파는 날이 드문 음식이었거든요. 5년 전에는 2500원이었고 지금도 3500원밖에 안 해요. 급식으로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나와줬죠. 그래서 계속 먹으니까 질렸습니다. 그래서 점점 맛집의 돈가스를 뒤지거나 특이한 돈가스를 찾아서 먹게 되더군요.

 

그러다가 두툼한 돼지고기에 튀김옷을 입힌 후 소스를 찍어먹는 일본식 돈가스를 점점 즐기게 되고, 나중에는 일본에까지 가서 렌가테이같이 최초의 돈가스를 만들어낸 음식점이나 기무카츠나 이센 혼텐같은 맛집까지 일부러 가서 먹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원조 돈가스를 만들어내는데다가 가격도 엄청 비싸고 찾아가기도 힘들어서 그런지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더군요. 특히 이센 혼텐의 돈가스는 모든 것이 완벽했죠. 제가 도쿄에 살지 않아서 자주 못가는 것만 빼면요.

 

그런데 계속 별에별 돈가스를 다 먹어보니 가장 속편하고 부담없는 건 처음에 먹은 그 한국식 돈가스더군요. 일본식 돈가스는 다 좋은데 한국에서는 만드는 곳 찾기도 힘들고 제대로 고기는 부드럽고 튀김은 바삭하게 그런 걸 만드는 곳이 드뭅니다. 오히려 돈을 먹여서 광고를 뿌리는 허장성세하는 곳도 널렸습니다. 그래서 돈값을 못하죠. 차라리 분식점이나 김밥천국에서 파는 것들은 기대한 만큼의 맛도 내 주면서 그럴싸하게 만들어주기나 하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한국식 돈가스를 먹고 일본식 돈가스는 일본가서 배터지게 먹는 게 제 생각에는 가장 현명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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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분명 바꿀 수 있어.

6 Comments
cocoboom  
호옹이 돈가스 진짜 맛지죠ㅎㅎ
저는 돈가스 샌드로 먹는게 좋아요^^
XOBcuzesurio  
분식점 돈가스는 고려해본 적이 없는데 다음에 돈가스 먹을 때는 한번 먹어봐야겠군요.
학식 돈가스가 맛있죠. 근데 양을 보장못한다는게...
오지콘라이츄  
급 돈가스가 당기는 밤이네요. 생리 끝났는데 이 식욕 뭐여.
양양  
인간은 24시간 식욕에 지배당하는거 아니었습니까(...).
오지콘라이츄  
아 그게 생리 전에는 유난히 심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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