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를 배우면서 해석이 이렇게 갈릴 수 있는 게 재미있더군요.

호무라 0 1706

쇼토쿠 태자가 오노노 이모코를 시켜서, 처음으로 중국 수나라에 국서를 보냈는데, 그 국서에 "일출처 천자가 일몰처 천자에게" 이렇게 적었죠. 다들 알겠지만 이걸 간단히 풀어쓰면 "해 뜨는 곳 천자가 해 지는 곳 천자에게"라고 할 수 있죠.

이를 두고 예전에 일본 학계에서는 쇼토쿠 태자는 중국에게 굽신거리지 않는 자주적 외교를 했고, 중국도 결국 일개 나라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비약해서 나중에 일본은 떠오르고 중국은 몰락하는 미래의 상황을 예측했다고 해석하기도 했죠. 그리고 천자라고 표현한 것은 덴노는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라는 천손사상을 표현한 동시에, 자신의 왕과 중국의 왕을 동격이라고 봤다고도 주장했죠.

하지만 일몰처와 일출처라는 어휘는 단지 불교에서 방위를 나타낼 때 쓰던 관용어구 중 하나고, 자기 나라를 천자라 칭한것도 일본은 중국과 대등한 국가다 그런 의미보다는, 당시 유교와 당시 한문학에서 왕을 천자라고 표현하는 걸 그대로 빌려왔다는 해석이 나왔죠. 지금은 국수주의자들 아니면 전자의 해석을 밀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은 이걸 보고, 마치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소국이 미국에게 사절을 보내서 "어이 친구, 우리 그냥 말 편하게 까지. 잘 지내보자고." 이렇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거들먹거리는 걸로 보고요

뭐, 그렇게 다시 해석하면서 그래도 쇼토쿠 태자를 높이려고 하는 일본 학계는, 그래도 이런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건 불교와 유교를 모두 이해했다는 게 아니냐고 하고 있죠. 뭐 그 해석은 틀린 건 없는 거 같습니다. 그 사람은 확실히 천재는 맞는 거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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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분명 바꿀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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