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선택 및 전반적인 가이드입니다.

미식가라이츄 2 1437

현직(...)은 아니고 식물생리학 1년 하다 때려친 본인의 조언입니다만... 

뭐 여기 오래 계셨던 분들은 저 대학원에 있었던 것도 알고 나간 과정도 알고 있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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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업체 연구원에서 일하실거면 면역학쪽이 더 낫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체에서 하는 분야는 동물쪽(단백질 정제나 치료제 등)이고 식물학쪽은 가망성이 별로 없어요;; 실험 기법이야 그 놈이 그 놈이지만 보통은 동물 세포 키우고 이런 연구소가 많아서요. 식물 전공했다가 지금 피보는중... 

 

2. 석박통합 제도가 있는 경우 교수가 아무리 꼬셔도 석박통합(석사와 박사를 한번에 하는 제도)은 절대 하지 마시고 석사 갔다가 전환하세요. 전환 가능합니다. (안그랬다가 피봄) 석사 갔다가 전환할 여지가 있으면 아무래도 막 굴리지는 않고 교수랑 안 맞으면 석사까지만 하고 나가도 됩니다. 

 

3. 대학원이 어느 나라를 가든 그렇겠지만 라인을 잘 타야 하고 졸업하기까지 과정이 그지같고 더럽습니다. 교수 잘 골라서 가세요. 라인 뿐 아니라 자기하고 잘 맞는 교수님을 가야 합니다.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아무나 붙들고 꼬시는거면 절대 가지 마세요. 랩실에 사람 없어서 노예(겸 서플라이 데폿) 꼬시는 중입니다. (본인 교수가 그랬음)

 

4. 기업체에서 식물을 가지고 연구하는 건 풀떼기 키우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성분 찾아서 화장품이나 이런 데 써먹는 거 연구하는겁니다. 

 

5. (식물생리학 하실 경우) 전주에 연고자(거주중인 아는 사람 내지는 친척) 없으면 농진청은 가지 마세요. 계약직으로는 더더욱 가지 마세요. 당신에게 똥을 줍니다. 대놓고 농부 뽑는 데도 있습니다. 저도 농진청이 똥을 줬습니다. 

 

6. 곧 나갈 사람이 사수인데 돌+아이면 골치 아플겁니다. 진지하니 궁서체. 몰런 어딜가나 돌+아이는 있겠지만 교수님한테 보내는 메일 검열까지 하는 돌아이는 만나지 마세요. 당신만 피곤해집니다. 인수인계 개같아집니다. 

 

7. 물론 대학원에 가면 연구하는 교수를 믿고 따르는 건 맞는데 같이 있는 사람들이 교수님 광신도면 조심하세요. 당신만 이상한 사람 만듭니다. 실험실에 교수님의 같은 대학원(교수님의 교수님 랩실에 같이 있던) 후배가 있을 경우 뭐떄문에 있는건지 알아보세요. 그냥 포닥과정으로 와 있는거면 모를까 거기서 박사과정 마저 졸업하는 경우라면 그 전에 있던 실험실에서 사고 쳐서 쫓겨나고 거기로 이적 온 겁니다. 참고로 대학원에서 사고 치고 쫓겨나면 지금까지 한 거 다 리셋됩니다. (일단 저 경우가 흔하지는 않고 저 교수의 경우 워낙 내 지인 챙기기에 급급하신 분입니다. 박사과정 밟다가 쫓겨날 정도면 어지간한 사고 갖고는 안 됩니다. 교수가 감당 못 할 정도의 대형사고를 쳤다는 얘기가 됩니다)

 

8. NCBI와 친해지세요. 생물학 논문은 웬만하면 거기서 나옵니다. (애기장대는 TAIR) 어느 기업체를 가든 논문 읽고 이해하는 기술은 필요합니다. 제 2, 3의 외국어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9. 논문의 저자 순서는 실험에 기여한 순서일 수도 있지만, 그냥 교수님이 자기 아는 사람들 순서대로 넣은 걸 수도 있습니다. (본인 논문)

 

10.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지 마세요. 새벽까지 굴립니다. 선배들이 주말에 나가기 귀찮다고 주말에 시켜먹을 수도 있습니다. (본인 경험담) 최소한 지하철이나 버스로 적당히 가야 하는 거리를 두세요. 안그러면 진짜 새벽까지 교수님이 굴려먹습니다. 

 

11. 교수의 능력과 인성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능력도 없고 인성도 뭐같냐, 능력은 좋은데 인성이 개같으냐로 나뉩니다. 그리고 실험실 중간에 때려치운 사람이 많은 데는 지양하세요. 교수랑 안 맞아서 관두거나, 장학금 안 줘서(...) 관두거나, 교수가 지랄맞게 굴렸거나 이 중 하나입니다. 

 

12. 교수님이 실험 문어발 걸치면 당신만 피곤해집니다. 실험을 저지르는 건 교수지만 뒤처리는 당신이 다 해요. 문어발 걸쳐도 논문이 나오면 좋은데 그렇지 않고 다 스쿱(다른 실험실에서 가로채는 것)됐다 이런 경우 조심하세요. 일은 일대로 하고 결과는 결과대로 없습니다. 특허는 우선권 주장이 가능하지만 논문은 안 그래요. 스쿱된 경우 포장 해 보겠다고 아마 "우리 교수님이 리뷰어떄문에 준비하려고 이것저것 하다가 이렇게 돼서 다른 사람들이 공을 다 뺏어갔어요 징징" 이런 식으로 말할텐데 그게 스쿱입니다. 

 

13. 다재다능한 걸 굳이 보여주실 필요 없습니다. 다재다능하다는 걸 보여주면 교수님이 무상으로 당신을 여러 군데 부려먹으려 들 겁니다. 본인은 일러스트레이터 쓸 줄 안다고 했더니 실험실 캐릭터를 무상으로 그려달라고 하더군요. 

 

14. 실험실 규모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은 데는 가지 마세요. 실험 제 떄 못 해서 랩실에서 밤 샙니다. 

 

15. 스승의 날 방문하는 졸업생이 아예 없다면 그 사람들이 다 중간에 때려치웠거나 졸업은 했지만 실험실 쪽으로는 쉬야도 안 하리! 이런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16. 대학원생들끼리 뭔가 하는 건 좋은데 교수가 거기에 끼려고 하면 윗선에서 정중히 거절하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까지 오지 말고 계속 끼려고 하는 교수님은 선천적으로 눈치가 결핍됐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17. 굳이 기업체가 아니더라도 전공은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으면 특허쪽도 알아보심이... 이공계전문기술연수라고 대학원 졸업하신 다음에 할 수 있는 겁니다만. (본인이 하고 있음) 특허쪽은 문과생보다는 이과생이 유리한 게, 관련된 전공 용어가 많이 나와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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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2 Comments
어쨌거나  
소중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Tlii  
한줄요약:교수를 죽입시다 교수는 나의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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