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가장 암유발하는 유형은 무턱대로 남을 기분나쁘게 하는 사람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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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으로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적어도 자신이 남을 기분나쁘게 한다고 인식은 하면서도 꿋꿋하게 계속하는 사람이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불쾌감을 줍니다.

일단 무작정 기분나쁘게 하는 이들과 비교되므로 당하는 입장에서는 마음대로 깔 수 없다는 것이 상당히 크게 다가오죠. 물론 종국에는 노골적이고 생각없는 이들보다 몇 배는 더 어그로를 끈다는 걸 어떻게든 드러내지만 일단 일말의 의식이라도 갖춰져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는 의외로 큽니다.

더군다나 이들은 원래 의도한 강도보다 많이 낮춰줬다는 것을 상대에 대한 예우로 착각합니다. 애초에 자제하는 것이 진정한 예의일 텐데도. 하기사 그렇게 철저히 예의를 지켰다간 내가 하고싶은 일은 못 할 테니 적당적당히 생색을 내고서는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거죠 (* 사실 말이 그렇지 그 생색이라는 거 "제대로" 낼 수 있는 사람도 드뭅니다. 들통나면 분노가 3배가 되기도 하는데다 조롱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눈앞의 짜증나는 놈이 예의 운운하면서 우월감을 표하는 것 자체도 모욕으로 보일 텐데 무슨 수로?). 

대개는 저런 태도는 사람을 떡이 되도록 쥐어패놓고서는 "머리는 피해갔으니 이정도는 봐준 거 아니냐"는 자세와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단지 진짜 물리적인 폭력은 행사 안 하지만 실상은 "내가 널 까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는 사고방식하에 움직이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런 인사치레만으로도 일단 내가 관대한 착한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가능합니다. 적어도 내가 인격적으로 상대보다 낮춰지는 건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두 가지입니다. 보통은 상대에게 말 못할 굴욕감을 안겨주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도덕적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주도하에 그러는 것이라고 상상하겠지만, 놀랍게도 내가 철저히 지키는 어떤 예의나 원칙에 어긋난 사람에게 "(딴에는) 평소대로" 훈수를 둘 때도 저런 상황이 은근히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동기가 찌질해질 수 있는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자신이 애초에 확실히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믿음하에 상대를 깔아보는 것인데다 상기한대로 "원칙 자체에는 충실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하는 쪽에서 마음대로 반박하지도 못하므로 여러모로 위험하죠. 

하지만 내세우기 위한 옳음이 얼마나 많은 화를 자초하는 지 안다면 둘 다 그냥 찌질한 잘난척이라는 점은 오십보 백보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외적 인상에 관한 것이니, 실질적으로 남을 깔아보는 태도를 취하다보면 언젠가는 들통나기 마련입니다만 애초에 저런 걸 능숙하게 할 정도면 자신이 인격적으로 남을 비하한다는 사실 자체도 흘려넘기는 게 가능한 멘탈일테니 결국 저지르는 입장에서는 매우 이상적입니다. 유일한 해결책이라면 상대를 안 하는 건데, 만약 저런 타입의 인간이 어그로 끌렸다는 명목으로 선제공격을 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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