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대한 농담.

지나가던 스 2 1526
1. 허리디스크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최전방의 친구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부대에는 연필만 있고 펜은 한 자루도 없다는군요.

친구는 제게 볼펜을 몇 자루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만이천원어치 볼펜을 사서 편지봉투에 쌌습니다.

받는 사람 란에 '일병 Y'라고 적고,

보내는 사람 란에 'H'라고 제 이름을 적었지요.

그 때 생각났습니다.



2. 어릴 때부터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절에 가서 스님께 남자 아이 이름을 하나 지어달라고 했더니,

취향이 독특한
스님은 언뜻 들으면 여자로 착각할 수 있는 이름을 지어주셨죠.

어머니: “스님, 제 아들에게 이런 이름을 지어주신 이유가 뭔가요?”

스님: “이렇게 귀여운 이름을 가진 아이가 여자일 리 없잖아!”


그래서 자라면서, 이름이 늘 여자같다고 놀림을 받았습니다.



3. 한 번은 '여자같은' 이름 때문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 집 책꽂이 한 켠에 1980년대에 출판된 누런 야설이 한 편 숨겨져 있었는데,

저는 어머니 눈을 피해 그 야설을 읽으려고 갖은 노력을 했었지요.

그 소설에는 대기업 회장님의 전속 기생이 한 명 나오는데,

기생의 이름이 제 이름과 같았습니다.

소설 읽으면서, 기생 H양이 대기업 회장님에게 '함락당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찝찝했습니다.

예를 들면 '…맹○○는 H의 탱탱한 유방을…' 같은 대사라던가, 읽으면서 기분 더럽더군요.

얼마나 기분이 더러웠으면 그 대사를 지금까지 기억하겠습니까.


(…)

그 소설 이제 팔지도 않던데, 결말을 못 봐서 아쉽군요.



4. 아무튼 그 일병 Y씨에게 보낼 편지봉투에 제 이름과 그의 이름을 앙증맞은 글씨체로 적고,

그의 이름 주변에 작고 귀여운 하트를 잔뜩 그려서 편지를 보냈습니다.

누가 보면 제 이름은 여자일 것이라고 오해하기 쉬운 이름이니까요.

일병 Y씨가 지금 많이 우울할텐데, 그 편지봉투 보면서 조금이라도 웃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이건 오히려 역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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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XOBcuzesurio  
~~휴가 나와서 널 죽이러왔다 이러지 않을까요~~
오지콘라이츄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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