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담임선생님이 독설가이십니다.

주지스 0 1478
생각해보니 오늘 S군이 쉬는시간에 담임선생님을 거리에서 찢어죽여야 한다면서 엄청나게 비난하더군요.

일단 진정하고 이야기를 좀 해 보라고 하니까, 이 친구가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S군은 일가친척이 죄다 SKY출신이라 자신도 꿀리지 않으려면 인서울 최상위권 대학에 들어가야만 할 상황인데,

내신평균등급이 많이 낮죠.

새벽에 집에서 인강으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계속 퍼자는데 성적이 오를 리가 있나(…)

다행히 가장 중요한 영어는 초등학생 시절에 미국 생활로 충분히 다져놓아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수학이라던가 사회탐구라던가 이런 과목들은 정말 애처로워 보일 정도로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오릅니다.

그러니까, 똑같이 3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전 등급이 오르고 이 친구는 3~5등급을 헤매고 있어요.

(…)

이걸로 최상위권 대학의 일반전형은 택도 없으니 대신 논술전형을 부지런히 준비했는데,

뭐 나름 이것도 현명한 판단이죠.

근데 지금도 논술하다가 막히는 게 있으면 저한테 알려달라 하는게 함정(…)

아무튼 그렇게 6개월을 보내고 담임선생님과 입시 상담을 하는데,

평소 퍼자거나 뺀질거리고 수업시간에 인강 교재를 펼쳐두고 공부하니 선생님들이랑 관계가 좋을리가(…)

글게 좀 밤에 자지(…)

어찌됐건 담임선생님은 S군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추천해주셨는데,

일가친척에 지인까지 죄다 SKY출신이라, 이 친구는 진짜 최상위권 대학을 안 가면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듯(…)

그런데 학교에서의 이미지가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라서 "논술로 이러저러한 대학을 알아 보는 중입니다" 라는 말에 선생님이 당황하실 수밖에(…)

그래서 선생님의 권장 대학을 완강히 거부하는 S군을 일단 귀가시키고 S군의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자식이 후진 대학 나와서 지인들 앞에서 꿀리는 거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어요.

(…)

담임선생님은 선생님 나름대로 어이가 없으실테고(…)

그런데 여기에서 담임선생님의 독설가 기질이 그대로 나와버려서, 가히 패드립에 가까운 수준의 발언을 해버려서(…)

독설이라기보다는 폭언에 가깝지만(…)

"자식을 이러저러한 대학에 보낼 거다"라고 말하는 어머니에게, "헐, 님 아들이 거기를요? 서울구경 잘 하다 오겠네요" 식으로 대응하셨다고(…)

그와 동시에 일단은 선생님도 교사라서(…) S군의 어머님께 '학벌주의로 아이를 묶어두는 게 결코 좋은 방식은 아니다'라는 요지의 말을 하신 것 같은데,

아무래도 S군이 엄청나게 빡친 걸로 봐서 그 말도 더럽게 꼬아서 독설로 뱉으신듯(…)

그래서 요즘은 S군의 하소연을 진지하게 들어주느라 꽤나 힘드네요.

아무래도 지금 많이 힘들 때니까요.

사람 일이라는 게 참 이 사람 편들어주기도 애매하고 저 사람 편들어주기도 애매한 것 같네요.

"담임을 거리에서……(이하생략)"

"……너 고어물 매니아냐?"

"아니, 고어물 안 보는데."

아니 이 사람아 대체 그런 어휘 구사력이 어디서 나오는건데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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