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과 학부생에게 영어원서 번역 시키면 당연히 결과가 이러지...

호무라 4 1890

미국현대사 시간, 영어 원서 번역 과제가 있었죠. 기간은 두달이어서 나름 넉넉한 기간이었어요. 그런데 기한을 지킨 사람은 저 뿐이고, 나머지는 학생회 선거 참가한다느니, 사고가 났다느니 하면서 시간을 엄수하지 못하더군요. 그 책이 여간 만만해야지. 주제가 1940~60년대 딘 에치슨과 미국의 아시아 외교전략을 다루는 전문서적이고 글쓰는 사람이 쓸데없이 기교를 부려서 단어도 어렵고 문장도 만연체니 번역이 쉽게 될 리 있나. 거기에 더해서 다들 아마 평소 하던대로 그 두달의 대부분을 놀다가 마감기간이 되자 부랴부랴 번역한 모양인데, 안 그래도 여려운 책을 이렇게 번역하면 당연히 개판이 되겠죠. 과제 받은 후 하루에 두쪽씩 나눠서 꾸준히 번역하던 저도 처음에는 번역이 안 되서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고 왈도체가 튀어나오니 벼락치기로 번역하면 결과야..

"많은 회한이 들더군요. 도대체 어떻게 대학생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한심합니다. 주술구조, 문장의 구성요소 등 기본적인 영어 독해 능력이 전혀 없군요. 만약에 능력이 있어도 번역과제물을 이 따위로 제출했다면, 성실성에 있어서 문제가 있습니다."라 학생들 전체에게 보낸 매일에서 디스한 걸 볼때마다, 그 번역과제를 정리하는 발표를 안 한 게 다행입니다. 저는 이미 예상이 갔거든요. 아마 이번주 금요일에 어떤 소리 할지 눈에 훤하네요. 뭐 이건 학생들이 개으르고 무능한 탓도 있지만, 학생 수준을 고려 못한 잘못도 있죠. 전문 번역가가 번역한 책도 오역이 난무하는데 영어 전공자도 아닌 일반 학생에게 뭘 바라나요.

P.S 그 강사와 수업을 한 선배에게 이제야(...) 그 놈 어떤가 하니 그 선배 왈, 성격이 개떡같아서 나는 많이 싸웠고, 너는 평생 취업 못할거다 같은 악담도 했고, C+을 줬다나(단 수업시간에 개기고 그랬다네요.)  B+만 주면 좋겠군요. 나는 최소한 결석도 없었고 시킨 건 다 했는데, 안 주면 피곤하게 만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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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분명 바꿀 수 있어.

4 Comments
블랙홀군  
학생을 너무 과대평가했군요.
앨매리  
그러고 보니, 전설의 왈도체가 탄생한 경위에는 복학생이 한 아르바이트의 결과물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Lester  
제가 사학과에 있을 때도 영어 원서 수업 겸 번역을 하긴 했습니다만, 한 권을 전반적으로 하라고 하진 않더군요. 2학년 때 들었던 건 캔터베리 이야기였고, 4학년 때 들었던 건 미국 내 짤막짤막한 사료들이었습니다(피털루 학살, 진주만 습격 생존자의 회고록 등등).

저도 교수가 자기 좋을대로 기준을 높인 게 맞다고 봅니다. 영문학과 수업 들을 땐 아예 교수가 대놓고 학생들의 번역 모아서 책 내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학생들한테 "이거 국내에 번역 출판되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누가 있다고 하니까 실망한 기색이 역력...
범인  
다른 전공의 학생, 그것도 학부생에게 번역을 맡기다니 너무 과대평가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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