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어머니 생신이군요. + 만화 그리는 이야기
스
12
1932
2015.12.25 05:38
1. 특이한 건 할머니 생신도 오늘입니다. 거 참 신기해라.
2.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3. 밖에 눈이 안 옵니다.
그런데 제 카톡에는 눈이 내리네요.
눈이 안 오니까 앱에서 대신 눈을 내려주네요.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4. 며칠 전에 신문용지를 500장 샀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열 장씩 선 그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별로 그런 마음이 없는데 자기는 저와 많이 친한 줄 아는 사람들은 돈과 종이 낭비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돈을 낭비하냐 아니냐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보는지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그냥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봐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 솔직히 그림 그리고 글 쓰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큰 애착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자기는 종이 낭비라고 해놓고 정작 펜 쥐어주면 저보다 못 합니다.
또 잘 만들지는 못하지만 작품을 해석하는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을 진정성을 가지고 갈고 닦고 있냐면 그것도 아니고.
(…)
아, 물론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건지는 취향 차이겠지만요.
다만 오히려 그림에 오래 애착을 가지고 연습한 분들은 '걍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님?' 정도로 하고 넘어가더군요.
5. 한 해동안 뭘 했는지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만화동아리에서 만화를 두 편 그렸는데, 둘 다 하나같이 필요 이상으로 엽기적인 만화였습니다.
6. 처음으로 그린 만화는 동아리원 전원이 하나의 주제로 각자 만화를 그리는 거였는데,
어떤 계기였는지는 몰라도 주제는 '영웅'으로 선정이 됐습니다.
아마 그 때 어벤저스 2가 개봉했었나...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한 달간 열심히 준비해서,
'벌거벗고 뛰어다니며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려 노력하는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대머리 노년 아저씨가, 합법적 스트립쇼 무대에 난입해 깽판을 치는 만화'
를 그렸는데 말입니다.
애초에 다리털 겨털 가슴털 다 보이는 벌거벗은 정신병자가 사타구니만 모자이크로 가리고 난동을 부린다는 소재 자체가 찝찝한 소재기도 하지만,
제 그림과 연출 실력도 소재만큼이나 찝찝했고,
또 하필이면 전시회를 하던 곳이 식당이 있던 학생회관이라서 흉물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잊혀졌죠.
하필이면 그 날 근처 여고의 고등학생들이 저희 대학교 탐방을 왔는데, 점심 식사를 학생회관에서 먹었나보더군요.
그 때강제적으로 전시회를 보게 됐고, 제 그림 본 학생들은 밥맛 떨어진다며 쌍욕하고 지나갔다더군요.
7. 그래서 2학기에는 조금 더 온건한 만화를 그리려 했습니다. 평범하게요.
그런데 안좋은 일이 몇 가지 겹쳐서, 작업을 조금 더 늦게 시작했어요.
2주일동안,
'어머니가 자기를 독살하려 한다고 진지하게 믿고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실제로 몰래 독살하려 하는 어머니 이야기'
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만화는 저번 만화의 반밖에 시간이 없었고 그마저도 작업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1학기보다는 훨씬 연출이라던가 선이라던가 대사 선정이 나았습니다. 훨씬요.
심지어 대충이지만 명암을 넣어서 입체적인 분위기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만 소재 자체가 온건하고, 제 그림 실력은 여전히 찝찝했기 때문에 1학기보다 인기가 없더군요.
8. 다만 신문용지를 살 생각을 한 것은 그 때였습니다.
괜히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하는 데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더 늦기 전에 아무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것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 보고 싶더군요.
앞으로 글도 많이 쓰고, 그림도 많이 그리려고요.
2.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3. 밖에 눈이 안 옵니다.
그런데 제 카톡에는 눈이 내리네요.
눈이 안 오니까 앱에서 대신 눈을 내려주네요.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4. 며칠 전에 신문용지를 500장 샀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열 장씩 선 그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별로 그런 마음이 없는데 자기는 저와 많이 친한 줄 아는 사람들은 돈과 종이 낭비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돈을 낭비하냐 아니냐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보는지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그냥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봐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 솔직히 그림 그리고 글 쓰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큰 애착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자기는 종이 낭비라고 해놓고 정작 펜 쥐어주면 저보다 못 합니다.
또 잘 만들지는 못하지만 작품을 해석하는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을 진정성을 가지고 갈고 닦고 있냐면 그것도 아니고.
(…)
아, 물론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건지는 취향 차이겠지만요.
다만 오히려 그림에 오래 애착을 가지고 연습한 분들은 '걍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님?' 정도로 하고 넘어가더군요.
5. 한 해동안 뭘 했는지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만화동아리에서 만화를 두 편 그렸는데, 둘 다 하나같이 필요 이상으로 엽기적인 만화였습니다.
6. 처음으로 그린 만화는 동아리원 전원이 하나의 주제로 각자 만화를 그리는 거였는데,
어떤 계기였는지는 몰라도 주제는 '영웅'으로 선정이 됐습니다.
아마 그 때 어벤저스 2가 개봉했었나...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한 달간 열심히 준비해서,
'벌거벗고 뛰어다니며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려 노력하는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대머리 노년 아저씨가, 합법적 스트립쇼 무대에 난입해 깽판을 치는 만화'
를 그렸는데 말입니다.
애초에 다리털 겨털 가슴털 다 보이는 벌거벗은 정신병자가 사타구니만 모자이크로 가리고 난동을 부린다는 소재 자체가 찝찝한 소재기도 하지만,
제 그림과 연출 실력도 소재만큼이나 찝찝했고,
또 하필이면 전시회를 하던 곳이 식당이 있던 학생회관이라서 흉물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잊혀졌죠.
하필이면 그 날 근처 여고의 고등학생들이 저희 대학교 탐방을 왔는데, 점심 식사를 학생회관에서 먹었나보더군요.
그 때
7. 그래서 2학기에는 조금 더 온건한 만화를 그리려 했습니다. 평범하게요.
그런데 안좋은 일이 몇 가지 겹쳐서, 작업을 조금 더 늦게 시작했어요.
2주일동안,
'어머니가 자기를 독살하려 한다고 진지하게 믿고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실제로 몰래 독살하려 하는 어머니 이야기'
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만화는 저번 만화의 반밖에 시간이 없었고 그마저도 작업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1학기보다는 훨씬 연출이라던가 선이라던가 대사 선정이 나았습니다. 훨씬요.
심지어 대충이지만 명암을 넣어서 입체적인 분위기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만 소재 자체가 온건하고, 제 그림 실력은 여전히 찝찝했기 때문에 1학기보다 인기가 없더군요.
8. 다만 신문용지를 살 생각을 한 것은 그 때였습니다.
괜히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하는 데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더 늦기 전에 아무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것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 보고 싶더군요.
앞으로 글도 많이 쓰고, 그림도 많이 그리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