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대립들을 접하며 든, 조잡한 단상

책에봐라 8 1512
왜 우리는 '여자는 이래서 문제다', '남자는 이래서 문제다' 류의 거친 성별론에 쉬이 휘둘리고, 걸핏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는 걸까요?

이를테면 동성끼리는, 간혹 상대방이 내 기준과 다른 언행을 보이더라도 '개인의 차이'로 여기며 넘어갑니다.
그런데 유독 이성끼리의 의사 소통에서는, 상대방이 내 기준과 다른 언행을 보일 때 '성별의 차이'로 쉽사리 단정해 버립니다.
그러면서 '여자를 이해 못 하겠다', '남자를 이해 못 하겠다'라는 전제를 깔아 버리죠.

이는 아마도 (소수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자가 여자로 될 수 없고, 여자가 남자로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성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역지사지'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드)ㅂ니다.
자연 조금만 다른 모습을 보여도 (어차피 내가 굳이 바꿔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성의 차이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단정하기에 좋다는 거죠.
실제로는 아닐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말이죠.

즉 저런 단정에 깔린 문제는, (정말 식상한 말이지만서도) 모든 일은 케바케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겁니다.
비록 남녀 사이에 일정한 경향성을 띠는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물론 이 역시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그 역시 결국은 비중의 문제이고 확률의 문제일 뿐입니다.
정말 극단적으로 거칠게 말한다 해도 '여자는 거의 이렇더라', '남자는 거의 이렇더라'가 되어야 할 겁니다.
우리가 손쉽게 '성별의 차이'라고 치부해 온 차이들이, 실은 그냥 일개인끼리의 차이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애초에 저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몇 안 되는 이성 인물들만으로 해당 성 전체의 경향성을 단정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성별 대립으로 콜로세움이 벌어질 때마다, 가끔은 저들이 상대를 일개인이 아닌 다른 성별로서만 인식해서 그런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건전하고 유의미한 논의를 위해서는 상대방이 '이성'이라는 점보다도 '사람', '인간'이라는 점부터 전제하는 게 어떨까요.
그럼 다소간의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그 차이는 (동성 사이에서는 쉽게 적용되는 기제인) '개인의 차이'로서 훨씬 부드럽게 인식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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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Sir.Cold  
결국 범주화의 문제고 요즘 읽고있는 악셀 호네트의 인정이론에서 인정 대상이 되는 문제 "주체" 상정의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하나의 현상이 있고 이것의 특징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여성이라는 집단으로 상정할 수도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특정 특수 개인으로 상정해야하는 경우가 존재하겠지만 상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섬세하게 이를 따진다기보다 너무 관습적으로 혹음 무작정 ~~아몰랑~~으로 상대 성별로 범주화 시켜버리는 거 같습니다.
책에봐라  
네네... 훨씬 간명하고 분명하게 짚어 주셨네요. 역시 중언부언 유치한 누구 글과는 달리... 에헤헿;;
XOBcuzesurio  
인간은 저래서 문제다와 크게 다를 거 없...
책에봐라  
뭐 그런 셈이죠?
양양  
저도 수년 전쯤부터 책에봐라님과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여자는 거의 이렇다 라든가 남자는 거의 이렇다는 도식이라는 건 어찌보면 사회문화적 요소상으로 어느 정도는 맞을 수도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커뮤니티가 남녀 비율 1:1이 아니기 때문에(하다못해 집에서조차도!) 명백하게 사회가치적 인식형성이 인간과 인간이라는 차이로 먼저 받아들여지는 게 아닐테니까요. 먼저 중학교만 되어도 남중 여중으로 흩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각기 집단안에서 형성해오는 문화적 차이는 분명 생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나 사춘기 시절에 신체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부분들은 필경 문화적 차이를 더욱 벌리도록 할 테지요.
...그렇기에 속해 있던 커뮤니티로부터 얼마만큼의 영향을 받았느냐가 핵심이 될 겁니다만... 원래는 그래야 할텐데 말이죠... 인간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런 세부 정보를 얻기 어려울 겁니다. 여기에서 오류가 발생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ps. 게임이론으로도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되는 구도가 되겠습니다만...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이하생략하겠습니다. 아마 읽으면서도 "이 뭔 소리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사실 저도 짤막하게 설명하려다보니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텐데, 막 생략하다보니 제 리플보다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군요.
책에봐라  
하긴 전혀 실체가 없는 범주화도 아닐 거예요.
말씀하신 대로, 어떤 사람이 살아오며 거치게 마련인 환경만 보더라도 결국 개인의 차이라기보다는 성별의 차이로 판단하게끔 하는 경우가 많죠.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두서없지 않고 상당 부분 이해가 됩니다.
박정달씨  
듣기 좋은 말이 언제나 옳은건 아닌법이죠.
책에봐라  
사실 저 스스로도 '상황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빠진, 그저 듣기만 좋은 말 아닌가' 싶어서 마지막의 공익광고협의회 운운하는 취소선 문장을 첨가해 두었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