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와 유세 떠는 것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요?

Nullify 12 1608
개인적으로 수준이 높은 개인이 수준이 낮은 개인에 대해서 취하는 반응으로 충고와 유세는 강도만 다른 똑같은 행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좀 "계도"를 해주겠다는 마음이 일정 선을 넘어가면 남을 깔아보는 시선으로 변질된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 중에는 그냥 "무지하다는 것 자체"가 깔보일 수 있는 이유고 따라서 내가 남을 깔아보는 건 유세와는 거리가 멀고 그냥 단순히 이끌어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얼핏 보면 그냥 좀 자신보다 무지한 사람에게 충고해주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그냥 남을 까내리고 그걸 당연시하는 경우 말이죠. 제가 당한 적이 몇 번 있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실제로도 남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게 보이는데도 그걸 저지르는 쪽에서는 그냥 지극히 당연한 충고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은근히 많거든요. 그렇다고 그게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당하는 쪽에서 수준이 낮춰지는 게 원통하다고 "무조건 쟤가 깔보고 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합니다. 정말 충고해주는 것인데 남들보다 좀 과격한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까내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죠. (물론 굳이 남을 생각해주겠다는 행동에 과격한 자세로 임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인격적으로 충분히 글러먹었다는 반증이긴 합니다만 이건 좀 다른 이야기니 패스. 게다가 개중에는 정말로 타인의 열등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파렴치한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상대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공격이 될 만한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유세 떤다고 보진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자기 스스로가 남에게 설교할 가치도 없는 나쁜 놈이 되는데 주변의 시선이 두렵지 않은 이상 누가 그럴까요. 

옛날 이야기 좀 하자면 얼마 전에 제가 실수한 것 가지고 다른 누군가에게 무지하다고 까이고서는, 그 주제에 잘난 척까지 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한동안 잠도 못 잔 적이 있습니다. 정작 저쪽이 실수한 게 더 많은데도 휙 넘겨버리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났을 땐 이미 늦어있어서 더 짜증이 났죠. 

그런 의미에서, 충고와 유세를 확실히 구별할 방법이 있다면 그게 뭘까요? 만약 충고와 유세의 기준 자체가 철저히 말하는 쪽에서 자의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면 그걸 받아들이는 입장은 얼마나 생각해줘야 할 것 같아 보입니까?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 신고

Author

Lv.1 黑魄  2
653 (65.3%)

응?

12 Comments
전위대  
태도가 고압적이고 오만하면 유세일 가능성이 높겠죠.
Nullify  
그런데 본문에서도 썼듯이 태도가 고압적이고 오만하다는 것 자체가 보는 입장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충고에 있어서 고압적이고 오만한 게 필수요소가 된다고 믿는다면 그건 정말 인격적으로 더러운 게 맞지만, 단순히 남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만을 말할 뿐인 경우도 충분히 가능한데 그걸 꼭 고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서 깜빡하고 강조 안 했는데 자기가 무지하다는 걸 지적당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단순히 그걸 했다는 사실만으로 충고를 유세로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여기에 대해선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전위대  
그래서 저도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고압적 태도를 갖추었지만 충분히 진정성있는 충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Nullify  
말하는 사람 쪽에서는 얼마든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정녕 계도를 원한다면 고압적 태도가 능사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상대에게 압력을 가해서 영향을 끼치겠다는 발상 자체가, 그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전달력이 영 딸린다는 반증이라고 보는지라. 솔직히 "때리지 않는 체벌" 같은 느낌이랄까요.
박정달씨  
이 문제는 철저하게 받아들이는쪽 입장에 달린 것 같군요.
Nullify  
그런데 그렇게 결론내버리면 정말 남이 오만해서 저런 경우랑 받아들이는 쪽의 피해의식이 심해서 그런 경우랑 구별이 안 된다는 문제가. 분명 차이는 존재합니다.
박정달씨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물론 그렇죠. 허나 듣는 사람에게 차이는 없다시피 하다고 봅니다. 카리스마나 능력 혹은 인품으로 간접적 압박을 주면서 말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잔소리가 들을때마다 진심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진심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건 듣는 사람쪽이 철들기 전에 불가능 한 것 처럼 말이죠.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합니다.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고압적으로 말하든 듣는사람이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대부분 좋게 넘어갑니다. 이경우는 말하는 사람의 논리가 말이 되느냐 안되느냐로 거부감이 들기는 하는데, 이 역시 말하는 측 입장에서는 경험에 의한 주관적인 추론으로 나온 결론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것만으로 구분짓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말하는 쪽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납득가능한 설명을 연구하는 방법밖에 없지요. 허나 이 역시 안먹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람의 말과 표현이라는  게 남에게 쉽게 맞출수 있는 부분의 문제라면 아무도 소통부족으로 고통받지 않겠죠.

여기까지는 나름대로의 개똥 이론이고, 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평소에 사적인 친밀감을 쌓아놓는 것이 큰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 상대에게 "이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죠.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행동하면 가끔 유세라고 떨어대던 사람이 '그냥 해본말인데...'하면서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Nullify  
말씀하신 대로 양 쪽 다 철저히 자기주관에 의거해서 판단할 수 있는 건 맞지만 말하는 쪽에서 나는 "충분히 이해받을 수 있을 언행을 했을 뿐인데" (= 다 저놈이 귀닫고 안 듣는 탓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건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다면 남 탓을 하기 이전에 전달이 잘못되었나 따져보는 게 정상인데 아무래도 그런 유형보다는 그냥 자기는 신경쓸 거 다썼고 나머지는 니 몫이라는 투로 일관하는 사람이 약간 더 많은 것 같더군요.

성의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물론 서로 친하다면 애초에 유세 떠니 뭐니 할 이유가 잘 안 생기겠지만 말입니다.
박정달씨  
사실 말씀하신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는 상대에 맞춰서 표현을 바꾸는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더해서 남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역시 얼마나 어려운일인지도 알기때문입니다. 남의 말대로 따라가는건 종속관계에 불과하며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는 표현을 아무리 부드럽게 해도 던져넣기 이상이 되는 경우를 찾기 힘듭니다.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이는걸 싫어하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의 발언이 설득력이 떨어질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죠.

간단히 말해서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고 완전히 맞추는 것은 한쪽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만약 말하는 쪽이 논리와 태도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 만으로 어느누구든 설득할 수 있다고 믿으신다면 제 주관적인 경험에서 나온 결론으로는 '꿈을 꾸고 계시다'라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군요. 뭐 꿈이 나쁜건 아니고 세상에는 꿈을 현실로 이뤄내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어왔고 있을 것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패배자의 논리이니 신경 안쓰셔도 될 듯합니다.
Nullify  
어렵다는 건 익히 잘 알고 있고 딱히 그렇게 해서 항상 성공하길 바라고 있지도 않습니다. 철저히 타인에게만 이해를 요구하는 게 당연시되는 환경에 남들보다 반감을 많이 가지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진짜 부질없든 아니든 왜 잘못되었는지 안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까는 것은 이상할 건 전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까서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할일은 하는 거라고 보네요.
함장  
원래 어드바이스는 돈 받고 유료로 해주는 겁니다.
먼저 부탁하면 기분 좋을 때는 해줄 수도 있습니다만.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공짜로 해줄 필요는 없어요.
Nullify  
확실히 그냥 자기 기분대로 하는 어드바이스는 남 앞에서 재는 게 되기 쉽죠.

하다못해 돈받고 해주는 어드바이스도 별로인 경우가 있는데.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