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NTX]K리그 심판의 승부조작 사건, 1심 결과와 평가

양양 7 1620

* 법의 판결을 다루고 있지만, NTX에서 말하는 민감한 종류의 사회이슈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2013~2014 K리그 때 벌어졌던 심판의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1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1심에서는 K리그 심판들에게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1. 승부조작 의뢰금으로 받은 모든 돈은 추징
2. 승부조작에 관여한 심판 4명은 징역 10개월~1년, 집행유예 2년

위 판결에 대해서 K리그 팬들이 바라보는 눈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1번 같은 경우는 당연한 판결이라 볼 수 있지만 2번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거지요.

제가 보기에도 1번은 충분히 납득이 되지만, 2번은 납득하기 좀체 어렵습니다. 판결취지를 보면,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것은 경기의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프로축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스포츠의 건전한 발달을 저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피고인들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실제 불공정한 심판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과 수수금액 규모와 범행 동기 등을 참작했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답답한 부분은 "실제 불공정한 심판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언급입니다. 당시 강원과 강등다툼을 하고 있던 경남은 강원과의 경기에서 심각한 반칙을 저지르고도 카드를 받지 않았으며, 이후 다른 경기에서는 강원이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공지된 추가시간보다 1분 이상을 더 끌어 강원을 비기게 만든 사실도 있습니다.

스플릿이 정착된 2013 K리그의 경기 수는 총 38경기입니다. 그리고 1경기만 삐끗해도 승점이 0이 될 수도, 3이 될수도 있습니다. 만약 수능에서 문제를 빼돌려 단 1문제라도 부당하게 이득을 보게 만들었다면 과연 이런 판결이 나왔을까요? 수능에서 1문제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듯이 축구구단들 입장에선 이 1경기에서 얻는 승점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만듭니다.

어찌보면 이런 행위가 수능보다 더 최악인 사실은, 수능문제 유출은 이 해당문제의 정보를 입수한 응시자의 점수가 올라가는 걸로 끝이지만 1번의 승부조작은 피해자의 정당한 노력을 뺏어 부정자에게 넘겨주는 겁니다. 본질적으로 보면 직접 피해를 주는 행위가 더해진 것이기에 악질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볼 수 있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걸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은 K리그 팬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당연하지만 이번 판결은 K리그 팬들에게 있어 결코 만족스럽지도 않고, 나아가 대한민국 법원의 스포츠 중재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최근 정부의 스포츠규제정책이 여러모로 잡음이 많은 가운데(꾸준히 제기되었던 토토의 규제와 4대구기단체의 반발, 도핑에 대한 스포츠 규제원칙의 모호성 비판 등) "스포츠의 원할하고 건전한 운영"을 표방하는 공권력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도핑같은 경우는 선수의 사회생명을 아작낼 수준까지 강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스포츠경기의 근간을 흔드는 심판의 승부조작은 그에 걸맞지 못하는 모양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일반적인 인식으로 볼 때 도핑이나 심판의 승부조작이나 똑같은 수준의 범죄입니다. 비유하자면 날치기냐 소매치기냐의 차이 정도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번 판결은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으며, 제가 담당검사였다면 당장 2심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싶을 정도로 열불나는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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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타이커습니다  
뭐, 야구계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임모씨나 이모씨도 아직 재재같은걸 받지도 않았는데...(그러고보니 최모씨도 있었죠.)
타이커습니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옛날에 제 중학교 국어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적이 있었죠. '판사나 검사같은 직업은 무식한 애들이 해야 한다. 그래야 법대로만 하거든.' 딱히 여기에 평을 붙이긴 그렇지만,  어찌보면 한국에서 법관련 직종에 대한 신뢰도가 얼마나 시궁창인걸 잘알수 말이죠...
paro1923  
하기사, 변호사들은 정의를 구현하는 게 아니라 의뢰인을 이기게 하는 게 목적인 사람들이라 거기에 판사나 검사가 휘둘리는 일이 적지 않죠.
양양  
스포츠법학이 아직 우리나라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게 사실 가장 큰 이유이긴 합니다. 보통 유럽과 미국은 프로스포츠가 성립한지 1세기가 넘었고, 반면에 우리나라는 겨우 30여년정도밖에 안 되었지요. 프로스포츠가 오래된 국가는 페어플레이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걸 넘어 "명백히 스포츠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사건을 여러번 겪으면서 협회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관습과 규정이 법으로 확대되어 정착된 경우가 많습니다.
헌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외의 경우를 따라가기엔 많이 미흡합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자체가 자립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할 만큼의 단계도 못 밟는 수준인지라 "명백한 산업"으로 인식도 어렵고, 이에 따라 페어플레이를 법으로 지키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페어플레이를 "법 수준"에서 지키게 할 수 있는 장치는 도핑과 같은 아주 일부에 한해서만 제재가 가능할 따름이지요.
현재진행형  
딴건 모르겠는데 임태훈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지언정 명문화된 법을 어긴게 아닌데 그걸 법으로 심판하려고 할수 있습니까?

  최진행의 도핑은 도핑을 처벌하는 형법이 존재 합니까?

  최진행이 KBO에서 받은 징계가 솜방망이라고 비난할수 있을지언정 도핑을 국법으로 처벌할수는 없을텐데요.

  MLB에서 도핑이 법정 공방으로 넘어간건 A로드나 그 외의 사람들에게 위증죄가 걸려서 처벌할 건덕지가 생긴거지 도핑 그 자체에 대한 처벌이 아닙니다.
양양  
약간의 첨언을 드리자면,
1. 이제 프로스포츠에서의 도핑은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되어 불법스포츠도박과 마찬가지로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2.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과 국민체육진흥법에 의거하여 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도핑검사를 통해 적발된 선수에 대해 KBO, KOVO, KBL, K league 등 프로스포츠협회를 대신하여 (협회차원의) 처벌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관한 규약은 각 협회가 의결을 통해 이와 같은 문광부의 정책을 따른다는 의사표명을 하는 즉시 발효됩니다.
3. 단, 최진행의 경우엔 이 법안과 KBO의 규정이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통해 바뀌기 전에 발견되었고, 또 당시의 법과 규정하에서 처벌이 끝난 상황이라 최진행을 바꾼 법의 틀로 소급적용하여 처벌을 내릴 순 없습니다.
현재진행형  
그러니 하는 말입니다.

최진행에 대한 소급 적용이 불가능한 마당에 그걸 가지고 뭐 검사가 어쩌고 하는건 애초에 말이 안되는 소리잖습니까.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