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겸손하다는 사실에 교만해질 수 있을까요?

Nullify 9 1685
얼핏 보면 옥시모론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타인의 오만한 행동을 보고 "아 난 저렇게 안 하니 난 저 사람보단 겸허하군"이라고 생각하고 그 타인을 까내리는 케이스는 은근 많습니다.

따지고 보면 오만이라는 건 남을 내리깔아본다는 점 자체에서 문제가 되는 거지, 누가 누굴 얼마나 낮추고 그럴 자격이 얼마나 되는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자신은 스스로를 "딱히 드높이지 않으니까" 남 앞에서 스스로를 내세워 보이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겸손하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은데 애초에 그런 비교 자체가 남을 내려다보기 위한 포석이고, 따라서 거기서 겸손 운운하는 건 본질을 망각한 행위라는 거죠. 게다가 애초에 그런 인식 자체가 자의적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런 평을 내릴 당위성은 더더욱 줄어들죠.

자기가 남보다 잘났다고 믿는다면 남을 깔아보는 것 자체를 교만으로 보지 않고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경우도 은근 많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겸손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원래부터 콧대가 높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남을 보고 얼마든지 거만하다느니 평가하면서 그 평가에 대한 책임은 안 지는 위험한 사태까지 가는 것을 보면 뭔가 섬뜩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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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9 Comments
박정달씨  
그래서 겸손이란 표현을 쓰지말자는건가요 아니면 실제야 어찌되었건 나을 낮추어보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건가요?
Nullify  
주어가 모호해서 뭐라 이해하기 힘들군요. 죄송합니다.

한가지 분명한 건 겸손이란 말을 쓰지 말자는 의도로 쓴 글은 절대로 아니라는 겁니다.
박정달씨  
왜 주어가 모호하다고 하신가 봤더니 오타가;;:
 스  
어떤 사람이 겸손하고 어떤 사람은 교만해서 저런 행동을 하는 거다, 이런 말은 써먹기 힘들다고 봐요.
보통 타인을 지적할 때 그 이유는,
지적하는 자신이 항상 타인보다 잘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남의 행동이 이제까지 몸에 밴 자기 예절에 벗어나면 자연스럽게 지적하는 거라고 봐요.
또 애초에 인간 관계에 뛰어들어 보면 상대방이 교만한 생각을 하는지 겸손한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으니, 저는 그걸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봐요.
오랫동안 만나고 알아가다 보면 그냥 "저 사람이 대략 어떤 성격이구나", 이 정도 태도를 갖는 것까지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Nullify  
겉으로 보기에는 중립적이라도 실제로 그런 "지적"들은 상대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청산 혹은 내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많고, 그에 반대되는 자신은 문제없으니 남을 비하해도 좋다는 믿음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인상을 내포하는 행동은 그 의도가 어떻든 문제가 되기 마련입니다. 오만하다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쓰인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었나요?

게다가 본문에서 거론한 "니가 깔보인다고 생각하던 말던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거야"의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더더욱 문제가 큽니다.

만약 인터넷상에서같이 일방통행적이고 상대에 대한 공감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더더욱 두드러지는 점이지요.

"몸에 밴 자기 예절"이란 표현도 문제가 있는 게, 애초에 자신과 다른 생활상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빌미로 악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나이드신 분들 중에는 콧방귀 뀌고 고개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주제넘다고 여기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사람이 한 둘이라도 있다고 해서 고개 들고 다니는 사람 모두가 남을 상처입힌다고 지탄받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거야말로 강요이고 폭력이지요.
박정달씨  
죄송한데 너무 일반화를 하시는것 같습니다.
Nullify  
확실히 단정적 어투로 대답한 건 제 착오가 맞습니다만, 이런 지적을 보면 느끼는 게 "범죄자를 보고 범죄자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잖아' 식으로 반박을 들었을 때"와 매우 흡사합니다.
Nullify  
뭐 사실 제가 직접 본 경우가 아닌 것에 대해서도 싸잡아서 논하는 이상 일반화의 굴레를 벗긴 어려울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 하루이틀 듣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지요.

다만 자기가 부정적으로 여기는 행동을 남이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거기서 자유롭고 남을 까내려도 된다는 인식에 대한 발로가 될 수 있다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planetarian  
제가 위의 글과 리플을 읽으면서 느낀건 '범죄자가 될 소지가 있는 사람을 보고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야' 라고 이야기 하는걸로 보입니다. 기수범에게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니라요... 말씀하시는것도 전부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섬뜩하다' 같이 주관적이고 가정적인 화법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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