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NTX]구도가 된 수원

양양 2 1636

* 일부 정치인이 언급될 수 있으나 정치이슈와는 무관합니다.

2015 승강플레이오프의 승자는 1, 2차전 합계 0:3으로 수원 FC(이하 수프)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로써 수원은 수원 삼성(이하 수삼)이 K리그에 1995년 창단, 1996년 첫 K리그 참가한 이래 20년만에 1부리그에 2팀이나 보유하게 되면서 자타공인 축구수도라 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삼은 1995년 창단하면서부터 모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받아가며 당대 최고의 감독(김호)과 최고의 선수(이운재, 고종수, 데니스 등)를 영입하였기에 신생팀 답지 않은 출발을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창단 첫 해에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웠고, 김호감독이 03시즌까지 맡으면서 짧은 시간임에도 K리그 2회우승, ACC 2회 우승 등 K리그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프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수프의 역사는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축구단입니다. 2003년 창단으로 수삼보다 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새미프로로 볼 수 있는 실업팀의 특성상 프로팀에 비해 구단의 투자규모가 원체 적었습니다. 그러나 2003년 창단 이래 2012년까지 총 3번의 우승을 경험하였으며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13년 프로화를 선언, K리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2013시즌부터는 K리그가 승강제를 실시하였기 때문에 2부인 K리그 챌린지에 들어오게 되었지요. 이때 기준으로 봐도 K리그 클래식, 챌린지 할 것 없이 2팀 이상 보유한 도시는 오직 수원밖에 없었으며, 이는 2015시즌에 서울이랜드가 창단/합류하기 전까지 유일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수프가 1부리그에 합류하게 되면서 오직 수원만이 1부리그에 2팀 이상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수원시는 수프가 승격함에 따라 시장인 염태영이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수프의 K리그 챌린지 합류도 현 시장인 염태영이 지난 선거에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에 결정된 사항이었고, 또 인접도시인 성남의 사례를 보았을 때, 충분히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성남과 수프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구단주: 성남과 마찬가지로 수프의 구단 지배구조는 시민구단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는 구단주가 지자체장임을 의미하며, 수프의 구단주는 수원시장이 됩니다. 현 수원시장 염태영은 성남시장 이재명보다 더 오래전부터 축구에 관심을 보인 바 있기 때문에 클래식에 합류한 수프에 대한 지원 수준이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남만큼 관심이 있다면 정말로 좋겠지만 성남만큼 관심이 적을지라도 최소한 광주나 경남, 인천, 강원보다는 훨씬 나은 구단주의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스포츠를 자신의 정치력에 활용할 생각이 충분히 넘치기 때문일 겁니다.

2. 검증된 감독: 성남은 일화시절의 엄청난 지원을 뒤로하고, 시민구단으로 새출발하면서 많은 진통을 겪은 바 있습니다. 당장 다음 스포츠에 들어가서 샤다라빠의 풋볼 다이어리만 봐도 새출발 이후의 그 구구절절한 슬픔~~혼돈, 파괴, 망가~~이 느껴질 정도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팀을 잡아준 것은 적절한 감독의 선임이었습니다. 성남은 새출발 초기에 겪었던 잡음을 김학범 감독의 지도력으로 차근차근 해결을 보았고, 그 결과 FA컵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내었습니다. 이는 김학범 감독이 일화시절에 성남에서 이미 지휘봉을 잡아본 바 있기에 빠르게 안정화 시킬 수 있었지요.

수프의 조덕제 감독은 팀의 프로화 이전부터 꾸준히 맡아온 감독으로 비록 프로팀 감독으로선 수프가 첫 경험이지만 팀을 상당히 오랫동안 맡으면서 선수장악이 이미 잘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팀 리빌딩을 위한 자금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상위스플릿은 어려워도 올 시즌 광주처럼 잔류할 수 있는 희망은 충분히 꿈꿔 볼 수 있을 겁니다. 잔류만 되어도 수프 입장에서는 매우 성공적인 결과가 되겠지요.

이런 공통점이 있기에 수프는 미래의 성남을 꿈꿀 수 있습니다. 만약 16시즌에 잔류에 성공한다면 최소한 부산이나 대전처럼 "미움받는 구단"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수삼은 전북이나 서울처럼 강등이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는 구단이기에 수원은 충분히 사랑받는 구단을 둘 이상 보유하게 될 겁니다. 이 때문에 수원은 축구에 있어선 분명 "수도"라 불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수프의 "잔류"지요. 수프의 불안요소는 과거 성남일화처럼 경기장에 찾아오는 팬이 매우 적다는 겁니다. kt위즈의 창단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만 가장 큰 원인은 분명 수프가 챌린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K리그는 클래식도 관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챌린지는 이보다 훨씬 더 열악하지요. 염태영이 지원을 약속하였다고는 하지만, 염태영은 분명 정치인이기에 수프의 성공에 자신을 대입시키면서 정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런 발표를 한 것임은 자명합니다. 이는 이재명이 예전에 밝혔듯이 "시민구단에 대한 투자는 정치와 완전히 무관하기는 어렵다"는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지요. 만약 수프가 잔류에 실패한다면 염태영의 적극적인 지원은 분명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어 질 수 있으며, 이는 수프의 성장이 저해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수원이라는 도시 전체의 축구명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프의 팬들은 지금의 기쁨을 누리고 있으며, 수삼의 그랑블루 역시 이런 분위기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30분 거리에 있는(진짜로!) 지역 라이벌 팀의 등장은 수원의 모든 축구팬들을 고양시키기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분명 다음시즌은 몰라도 2016 K리그의 축구수도는 수원이라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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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paro1923  
샤다라빠 만화에서 '15분 원정 더비'란 말이 나오는 걸 보고 웃었습니다.
양양  
주말에 차가 좀 막히는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지요. 수원종합운동장이 현재 kt위즈파크가 있는 곳인데,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아주대 바로 옆이라 자차로 안 막히면 대략 15분정도 걸립니다. 주차시간 이런거 제외하면 딱 그 정도 걸립니다. 엄청 가까운 동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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