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은 평타치기도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양양 9 1624

카X오 페X지라는 무료 소설 제공 서비스 중에 몇몇 대체역사소설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퀄리티가 참... 입에 담기 민망한 수준이더군요.

원균명장론 같은 놀랍도록 창의적인 뻥을 도입하질 않나... 대쥬신 이야기가 나오질 않나(...).

대체역사소설의 대부분은 개인이 갖고 있는 우리 역사에 대한 불만을 "정제"과정 없이 그대로 표출해서인지 그다지 높은 수준의 글을 보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뭐랄까, 언론과 정부비방에 대한 통제를 표현하고자 화씨 451을 만들고 싶었지만 아무 생각없이 만드니 결과물이 긴급조치 19호가 된다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역사라는 것은 너무나도 방대하여 인간의 지혜론 감히 그 전체를 가늠하는 게 불가능하니 어떤 역사가도 장님 코끼리 만지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얼마나 더 많이 만졌느냐에 따라서 그 전체적인 모습을 진실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느냐의 문제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연구한 사람들조차도 전체에 대한 역사에 대해 감히 논하기 어려울진데 여기에 자위적인 요소가 들어갔으니 엔터테인먼트는 담보할 수는 있어도 예술성이나 작품성과는 철저하게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물며 저런 원균명장론(...) 같이 선조명군론보다 더 지지를 받기 어려운 요소들의 활용은 기실 "자손, 운명의 순간"이라는 도조 히데키 미화보다 역사적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일본 우익도 도조 히데키를 미화하려는 움직임은 있어도 전장에서 명백히 무능했던 대한독립유공자 무다구치 렌야를 미화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무능한 장군에 대해 유능하다고 말하긴 어렵거늘... 참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얼마나 "정제"작업을 하지 않았기에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는지도 신기하고, 이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더욱 신기할 따름이지요.

이미 돈, 혹은 지나친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기 위해서 진실과 정제작업을 포기하였으니 나오는 물건은 당연히 저질이 될 수 밖에 없겠지요. "세상이 아직 날 따라오지 못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만 글쎄요... 솔직히 개인적으로 지금 와서 봐도 임경업전에 부여할 수 있는 가치는 민속학적 관점으로 볼 때 민간신앙과 사회현실과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한 하나의 자료로써의 가치는 인정할 수 있으나 그 문학적, 예능적 가치를 높게 주기는 어렵습니다. 자위하는 AV를 보면서 나도 자위하면 한때는 기분좋을 수는 있으나 결국은 현자타임이 오게되면 자괴감만 더해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별 스토리 없이 키모찌, 야메떼로 점철된 작품이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하면 제 의견을 수정할 의사는 있으나 과연 그날이 올지, 아니면 제가 이 평가글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게 더 빠를지 내기하고 싶어질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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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양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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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전위대  
정말 어럽죠.
양양  
역사란 시간에 따라 기술, 가치관, 문화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나는 사실이라서 정말 어려운 부분인데 이걸 소설로 자위하면 그 결과야...
paro1923  
정확히는 작가 본인이 다루고자 하는 게 '역사의 가능성'인지 아니면 '대리만족'인지에 따라서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만족감'에 걸고서라도 저절로 브레이크가 걸리니까요.
양양  
어느 작품이든지 나름의 절제가 필요하지요. 즉홍곡이라 할지라도 명곡의 반열에 오른 곡들은 대개가 절제된 아름다운을 뽐내기 때문이니까요. 취권과 주폭의 차이는 여기에서 오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대체역사물 모두는 껏해봐야 주폭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paro1923  
'모두'라는 건 요즘 남발되는 '대체역사의 탈을 쓴 자위물'을 말씀하시는 것이겠죠, 물론?
양양  
자위물이지요.
사실상 조선으로 넘어가 국왕과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들...도 여기에 끼우는 분도 계실지 모르나, 이건 주된 목적이 로맨스이니 대체역사소설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체역사는 "이렇게 된 이상 제국주의로 간다!" 같은 느낌의 물건들을 이야기하지요. 혹은 "사실 히틀러도 착한 놈이었어"도 사실상의 자위역사소설에 포함되리라 생각됩니다.
타이커습니다  
복거일같은 사람은 찾기 힘들죠 뭐(물론 1980년대의 그로 한정해서말입니다) 다만 역사의 특정 사건을 뒤틀면 전혀 다른 시대로 흘러간다는 점이 대체역사물의 묘미기도 합니다. 그게 자위물쪽으로 간다면 골치아파지지만요...
노루토끼  
말씀하시려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무료 소설 제공 서비스의 문제만은 아닌가요?
양양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안 그런 대체역사물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혹시 작가의 정제를 거친 대체역사물(타이커스님이 소개하신 복거일의 작품, 비명을 찾아서 류)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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