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쓰는 잡담

 스 3 1615
1. 몇달 전에 말입니다.

서양 고대철학사 강의를 맡고 계신 교수님이, 철학과생들이 자주 가는 카페에서 맥주 500cc 들이키시며 왈.

"자네들 세대는 죽기 전까지 세계여행을 한 번쯤은 해보고 죽을 거라네. 우리는 안 그랬지만..."

"교수님, 철학과 나오면 굶어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세계여행은 너무 과장한 거 아닌가요"

"철학과 나오면 굶어죽는다니! 그런 걱정을 왜 하나! 나는 내 동기들 중 굶어죽었다는 말을 하는 친구는 본 적이 없네."

"그야 굶어죽은 사람은 말을 안 하니까요."

(…)



2. 뭐 위와는 별개로 도가철학 전공하신 강사님 동양철학개론 수업하시다 왈.

"사람의 삶은 어쩔 수 없이 기복이라는 게 옵니다. 바이오리듬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가 아니라,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다음에 당연히 오죠. 죽을 때까지는 말입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내가 말한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듣기나 합니까. 다들 철학이고 뭐고, 대충 저 강사가 학점 잘 준다니까 온 거, 잘 압니다. 취업 할 생각에만 가득 차서 말입니다."

그래서 교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예? 저희가요?"

(…)

"아, 여긴 철학과 전공 수업이었지. 내가 그걸 잊고 있었네. 뭐, 철학 따위에 인생을 갖다 버리는 것도 좋은 시도입니다. 잘 해보세요."

(…)

"그럼 저희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이 말은 내가 젊은 친구들 볼 때마다 꼭 말하는거지만, 너무 착하게 살려 하지 마세요. 그러다 자살한 사람 여럿 봤습니다. 내가 학부생일 때 친했던 친구들 상당수가 그렇게 죽었어요."

"너무 착하게 살려 하지 말라고요?"

"인생에 가끔 큰 고비가 한 번씩 찾아오는데, 그 때 억지로 착하게 살려 하지 말고 나쁜짓 많이 하시라고요. 그렇게 안 하면 인생 못 삽니다. 인생 장난으로 보여요?"

(…)



그래서 최근에는 어떻게 살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



3. 신학과 형이상학 전공하신 교양 라틴어 교수님 수업 도중 왈.

"광주시에서 제가, 광주시를 자동차 100만 대를 생산하는 산업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의 중추에서 산업 계획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오오, 그렇군요."

"그러니 이 학교 나왔다고 기 죽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취업 길을 열어주기 위해 저를 비롯해서 여러 어른들이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우와, 교수님 그럼 철학과는요."

"아, 철학과는……. 라틴어를 열심히 공부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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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paro1923  
1. 돌직구 참... 교수님 삐지실라...

2. '무위자연'도 정도가 있지(?)...
Nullify  
2. 역설적이게도 저 지론이 바로 "착한 삶"을 막아버리는 원인이라는 게.

쓴소리도 너무 솔직하면 값어치 떨어지건만 왜...
타이커습니다  
대학이 여러모로 굉장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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