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를 읽을 때 가장 신기한 점 ⑤ - 마법(아공간) 편

양양 5 1610

마법은 판타지세계의 아이덴티티에 가깝습니다. 환상문학의 "환상"은 사실 이걸 나타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요. 무협소설에 "무"가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SF소설에 초능력 및 과학기술이 없는 작품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환상문학에서 마법은 작품을 이루는 아주 중요한 도구라 할 수 있겠지요. 때문에 마법에 대한 설정을 어떤 식으로 가져가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과 세계관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맥루한의 명언을 빌어 본다면 "마법이 곧 세계다"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신기한 것은 마법이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면에선 현대사회를 능가하는 모습을 보임에도 사람들은 이걸 제대로 활용할 생각을 전혀 하질 않습니다. 이게 짧은 기간이라면 말을 안하겠지만 경우에 따라면 수세기는 물론이고 수십세기에 걸쳐서 말이지요. 비유하자면 현대식 항공모함을 만들어 화살로 공격하는(...) 꼴입니다. 이런 경우를 "그럴듯한 세계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좀 있어 보이는 말로 한다면 핍진성의 부재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이번에 다뤄볼 마법은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 같은 아공간입니다.

1. 아공간이란 무엇인가?
판타지에서 아공간은 마법적 법칙에 의해 존재하는 또다른 공간입니다. 대개 아공간은 게임에서처럼 "인벤토리"의 개념으로 사용되며, 해당 세계관에 있어 아주 편리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파이어볼처럼 이름은 같아도 소설마다 그 특징과 묘사가 다르듯이 아공간도 그 설정이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대개는 아래의 특징들 중, 하나 이상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마법적 처리를 통해 무게와 부피의 제약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진다.
2) 무게가 완전히 느껴지지 않는, 즉 완전히 다른 공간에 두는 경우도 있지만 아공간배낭과 같이 어떤 매개물을 통해 만들었다면 원 무게보다 다소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3) 무한한 공간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ex: 9클래스 마법으로 만들면 무한, 6클래스가 만들면 40피트 컨테이너 정도)
4) 아공간은 마법에 의해 현실과 괴리된 공간이므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설정을 가진 소설이 많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주인공이 마을에서 준비한 도시락은 현실의 레이션보다 훨씬 우수할 정도로 보관이 용이하다.
5) 살아있는 생명은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살아있다"는 판정을 받으면 아예 못 들어간다고 묘사하는 소설도 있지만, 더 많은 소설에서는 "아공간은 공기가 없어 들어가면 죽는다"는 설정을 갖는다.
6) 어떤 경우에는 "마탑"과 같은 마법기술을 제공하는 기관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무게와 부피를 얼마나 많이 효율적으로 줄여주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면 알겠지만 매우 유용한 기술입니다. 특히 무게와 부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속성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요. 허나, 이런 사기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판타지 세계에 속한 사람들은 아주 멍청하다 못해 창의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못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부분이 문제일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2. 개선되지 않는 판타지 세계의 물류문제
가장 먼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 환상적인 기술이 어째서 물류에 도움이 되지 않는가?"라는 겁니다. 물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물류가 왜 발달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텐데 상당히 의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공간이라는게 드래곤과 같이 "인간이 아닌 존재"만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소설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닌 경우엔 인간에 욕심에 의해 이 부분은 발전해야만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아공간 하나만 있어도 교류는 매우 쉬워집니다. 무한한 아공간을 갖는 경우에는 세상의 부는 완벽하게 돌고돌며 제한적인 아공간이라 하더라도 거래규모는 최소한 몇배 이상 증가합니다. 가령 당나라의 어떤 상인이 아공간을 가지고 있다 친다면 그 상인은 실크로드를 제압하는 정도를 넘어 로마부터 당나라에 이르는 모든 무역로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무게와 부피라는 현실적인 제약에서 자유로워졌는데 그깟 실크로드 따위는 당연히 제압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여기에서 몰고 올 사회적 변혁은 어마어마하겠지요. 게다가 사막같이 사람이 도무지 가기도 어렵고, 작년에 있던 오아시스가 올해는 없어서 죽을 수도 있는 길이 사막길인데 이조차도 서호보다 더 많은 양의 물과 식량을 준비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말하자면 대항해시대를 플레이하는데 "적재량 제한이 없는" 배를 몰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조금 생각을 해본 작가들은 "대륙과 대륙을 넘으려면 마력폭풍지대를 거쳐야만 하는데 이게 정말로 어렵다"라든가 "국가에서 무역을 금지시켰다"같은 제약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설정조차도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건 매한가지입니다. 비록 아공간이 무한한 공간과 0에 가깝게 무게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쳐도 "썩지 않는다"는 설정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라도 산지와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겨울에 모아둔 얼음을 여름에 장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동이 없더라도 계절적 변화에 무관한 특성을 이용해 "이동하지 않는 물류의 성장"까지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두가지가 결합된다면 더더욱 무서운 물류의 변화가 옵니다. "사막에 물이 아니라 얼음을 파는" 상황까지 만들 수 있는 마법이 바로 아공간입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시는 분들은 감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어찌된게 아공간 가방을 팔기까지 하는 세계에서 이런 물류의 발전은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3. 병참과 전쟁의 기교가 왜 발전하지 않는가?
전쟁을 계획할 때는 당연히 병참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생각 안 하다가는 牟田口廉也 꼴 난다는 건 더 이상의 설명이 必要寒紙? 이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과 전쟁이 존재하는 한, 절대로 끝나지 않을 고민거리입니다. 그런데 아공간은 이러한 고민의 상당부분을 날려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넣고 다닐 수 없으니 그렇다쳐도 공성병기, 식량, 식수 등을 아공간 하나에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결됩니다. 특히 영지물의 경우에는 이 아공간의 존재 하나만으로 밸런스가 그냥 깨질 수 있습니다. 비록 아공간의 성능이 무한이 아닐지라도 엄청난 효율을 보일 수 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식수와 식량을 무한에 가깝게 준비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병참선이 길어져도 이전에 비해 안전하다는 건 사실이며, 적의 보급을 습격해서 태울 필요도 없이 다 챙겨갈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무게와 부피의 제한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짐에 따라 병력의 이동속도도 비교할 수 없이 빨라지기 때문에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사실은 변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육전뿐만 아니라 해전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2번에서 설명한 바대로 "적재한도가 존재하지 않는 군함"이 되기 때문에 상황만 주어지면 상당히 긴 상륙작전범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혹은 "배를 통째로 넣어"다니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상황입니다. 수에즈 운하 없이 홍해와 지중해의 사이를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거 the 혁신 of 혁신 아닙니까?
...그런데 소위 양판에서 "명장"이라고 하는 등장인물들 중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것도 수천년동안이나 말이지요. 마치 진격의 거인 작가가 말한 것 처럼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바보로 만들었다"고 밖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어찌보면 양판의 퀄리티에 걸맞을 정도로 핍진성을 생각하지 않은 거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사실 아공간이라는 건 함부로 사용할 만한 마법도구는 아닐겁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생각하는, 그리고 양판을 제외한 장르소설 어디에서도 쉽게 찾기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이지요. 부피와 무게는 물론이고 시간까지 멈출 수 있는(=시점을 제어가능한) 능력은 사실상 신을 넘보는 수준이기에 함부로 쓰기엔 곤란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존재 자체가 "이 소설은 치트키가 존재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다만, 이게 워크래프트 2처럼 "너도 나도 치트를 쓰느냐?(아공간이 나만 쓰는게 아니다)", 혹은 심시티처럼 "나만 쓰느냐?(나만 아공간이 있다)"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적한 문제 말고도 제가 보지 못한 문제점은 더욱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더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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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양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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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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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안정성 한마디로 일축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본문이 "왜 이런 편한데 쓰지않고"식의 반박에만 집중하고 있네요.

주인공 보정도 있겠다 주인공급 인물이라면 쪼그만 아공간 가방정도는 들고다닐 수 있겠다 칩시다. 본문에서처럼 일상적으로 물류나 병사같이 대규모로 전송시키는 데 아공간을 함부로 썼다가 슈로대의 모 오리지날 세력처럼 뜯어보니 20%밖에 전송이 안되었다~ 아니면 차원의 균열로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러면 아주 난리납니다. 나라 하나는 통째로 말아먹고도 남지요. 보편적이지 않다는 건 바보라서라기보단 겁쟁이라서에 더 가깝지요.

현실에서만 봐도 애초에 고급기술이 상용화가 되려면 표준 수준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써도 대형사고가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사용을 간소화시키거나 아예 용도를 단순한 걸로 바꿔버리는 과정이 반드시 들어갑니다. 아무리 프로토타입이 의문투성이라도 양산형은 누구나 만져댈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아공간 명도에서 운석 소환해서 떨군다는 정도는 클리셰에 해당하지만 이것도 그 세계관에서 상당히 고급기술로 통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알고 있고요.

그리고 저렇게 귀중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일부러 막으려고 마법사들이나 국가에서 독점하는 경우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큐에 자기나라에 떨어져서 다 쑥재배해버릴 수 있는 기술인데 함부로 상용화시켰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요.

그전까진 확실히 정문일침이라고 봤는데 이건 너무 확대해석이 들어있는 것 같네요. 애초에 양판소에서 이걸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정 자체의 당위성을 폄하하는 건 좋지 못하다고 봅니다. 만약 주인공 외의 "고급인력"이 능력을 애먼 데다 쓰면서 노닥거리는 게 문제라면 비단 아공간 설정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Nullify  
제가 더 웃기다고 생각하는 건 아공간에서의 물리법칙같은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미지의 공간인데 아공간으로 통하는 가방에 내가 손을 집어넣어서 꺼내는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능한데다 그 안에 뭐가있는지 식별까지 가능하죠. 게다가 안에 있는 것들이 뒤엉키는 일 자체가 없습니다. 어쩌다 아공간"들"이 서로 겹칠 수도 있는데 말이죠.

공기가 없다는 것도 "공기가 없어서 안썩는다"식의 면피용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도 닫힌 반응계는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오러가 있는 세계관이라면 산소하고 접촉할 필요도 없이 그냥 오러에 피폭되어서 변질될 수도 있지요. --오러 = 방사능--

굳이 "상식이 안통해서 그래"라고 딱 잘라말하는 게 더 설득력있을 지경입니다. 그건 말그대로 뭐든지 가능하게 해주니까요. (...)

사실 아공간 가방의 시초는 양판소 자체와는 거리가 먼(응?) 던전 앤 드래곤이 시초이지만 알 게 뭡니까. 양판소에서 D&D를 지독하게 우려먹으니 뭐 이상할 건 없지요. 쩝.
양양  
제가 짚고 싶었던 것은 지적하신대로 능력을 애먼데 쓰는 게 합리적이지 않은, 말하자면 판타지 세계지만 "사람"이 존재하므로 보여줄 수 있는 일반적인 합리성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말합니다. 양판을 까기 위해선 아공간에서의 물리법칙같은 부분들은 사실 용인하고 이야기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가령 진공상태에서의 생태계 같은건 핍진성의 성립을 위해 "백번 양보해서" 성립이 가능하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1권 초반기준)처럼 우주선의 일반적인 에너지는 "석탄에너지", "천년단위의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는 "심리역사학"이라든가 올슨 카드의 엔더 위긴 시리즈처럼 상대성법칙을 완벽히 위배하는, "초광속 워프상태에 있는 존재와 0G 및 운동상태가 없는 위상에 있는 존재끼리의 시간오차 없는 통신의 성립"같은건 생각하지 말자는 거지요. 양측에 있는 시간의 흐름이 명백히 다른데 어떤식으로 동시 통신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답변이 곤란하지만 매력적인 세계를 위해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넘어가 주자는 거지요. 이건 작가들이 밝혔듯이 장르문학상에서 "현실에선 결단코 말이 안 되지만, 마법도 그렇게 생각하면 아예 말이 안 되는건 아니다"라고 작가가 부여한 핍진성에 독자도 핍진성을 부여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보고 이건 따지지 않은 겁니다. 그리고 이 부분도 생각을 안 했던건 아니라서 무협의 냉기무공과 판타지세계의 아이스 마법은 "대체 어떤 방식으로 '흡열/발열'이 일어나길래 이게 가능한 현상인거냐?"고 쓸까 했습니다만... 쓰고 보니 그리 참신하지 않은 주제인 것 같아 방향을 선회했지요.
예전에 양판을 자주 읽을 때는 "돈을 벌기 위해 아공간을 써서 무역해야겠다"고 쓰고, 나중에는 자신이 쓴 이러한 다짐을 주인공이 까먹는(...) 작품도 있는 등, 자신이 성립하도록 만든 핍진성을, 작가 스스로 개연성의 상실로(...) 쓰지 않았던 황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법과 같은 이적을 통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더욱 향상시킨다"는 기본적인 개연성과 행동원리를 위배하는 양상을 다뤄보고 싶었지요. 말하자면 이전에 루나브레이크 님이 언급해 주신 "얼불노 작가의 일침"처럼 마법에 대한 설정과 이 설정에 맞춰 행동하지 못하는 세계를 도구(=마법, 여기에서는 아공간 마법) 사용자들의 행동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한 5년 전쯤에 봤던 "카레인"이라는 소설을 예로 들자면 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영지를 성장시켜야 하고, 그 복수대상은 처음엔 "정체불명의 검은조직"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제국입니다. 그래서 제국(=검은조직)에 맞설만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려고 단기간에 큰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해적이 닿지 않는 무역로를 개척하려 하지요. 헌데, 주인공이 아공간을 얻을 때 작가 스스로 "무한공간에 안정성은 기본, 시간도 흐르지 않는 공간"이라는 설정을 2권인가에 써 놓고 5권쯤 항로를 개척한 이후엔 무역규모를 늘릴 수 있는 아공간에 대한 사용은 까맣게 잊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기 자신이 직접 무역하러 배타고 갔으니 아공간을 쓸 기회는 몇번이나 있었음에도요(!). 그래서 제국에 맞설만큼의 돈이 빠르게 쌓이지 않아 후에 고생을 하게 됩니다. 이건 주인공이 "깜박했다"같은 후회조차도 없어서 작가 스스로가 만든 세계의 핍진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사례입니다.
이외에도 인간이 그냥 멍청하다(...)라고 볼 수 밖에 없는 묘사가 계속 나오니 "주어진 도구를 쓰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오류를 까고 싶은 거지요. 이런 문제는 이 소설 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바, 제가 생각하기에 좀 참신성이 보여서 이걸 다루게 되었습니다.

ps. 그러고보니 아예 마법의 사용자체를 "전쟁의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참신성 없는 세계"라는 설정을 가진 양판도 있었는데... 제목을 생각하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게다가 그 전쟁의 도구라는 것 조차도 응용력이 없어 다른세계에서 넘어온 주인공이 "너네들은 언제쯤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질래?!"라고 부하들을 갈구는(...) 장면도 심심찮게 나왔었는데... 왕이 되어서도 엘프를 포함해 모든 종족들이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걸 보고 "이 세계는 원래 이런갑다"하고 마지막엔 체념하는 게 웃겼던 기억이 납니다.
타이커습니다  
뭐사실 마법사들이 그런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서...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앞의 분이 먼저지적해주셨네요.... 사실 아공간으로 물건을 보낼경우엔 차원의 틈새로 날아가버렸다!가 나와야 할텐데 이상하게 그런 경우는 안나오더군요...이건 뭐 그냥 사차원주머니도 아니고...
양양  
대개 "아공간이 마법에 의해 만들어졌으므로 일반적인 물리법칙과는 다르게 적용된다"고 작가들이 설명하고 있으니 그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거지요. 이건 SF의 거장들도 물리법칙이나 사회학을 무시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위의 댓글에 적어둔 사례 등등) 나름의 핍진성을 완성하기 위해 각종 설명을 붙이고 추후 스토리의 진행에서 해결하고 있으니 양판소의 아공간도 "백번 양보해서 저 아공간은 특수한 아공간이다"라고 동의해 주는 거지요.(여기에 현실과 괴리되는 것이 뚜렷하게 나오는 SF에 의문을 던지는 작가들이 "하드SF"라는, 정말로 과학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세부장르가 출연합니다.) 문제는 이걸 사용하는 사람들이 "합리성"을 보여줘야 개연성과 핍진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건데 대부분의 양판은 아공간이라는 사기적인 물건에 대해 "합리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걸 까고 싶었지요. 이로 인해 나타나는 세계의 모습은 결국 "인간이 존재하지만 인간적이지 않은" 세계라고 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가 "핍진성이 있는 세계"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걸 근본부터 부정하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공간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을 건담으로 비유하자면 "코디네이터가 존재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시드에 언급한대로 코디네이터와 내츄럴의 갈등양상이 실제로 성립할 수 있느냐?"에 더 가깝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