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환경과 습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양양 4 1684

지난 휴가때 고향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함께 보냈지만, 일부 시간을 할애해서 오랜 친구 하나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완전 폐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히키코모리가 되어 있더군요. 1년여 만에 만났는데, 사람이 이제 '못쓰겠다' 싶을 정도로 정신이 망가져 있었습니다. 하도 바깥바람을 안 쐬어서 그런지 아예 밖에 나가서 놀고 오자는 저의 권유에도 움직일 생각조차 없더군요.

멀리서 벗이 찾아옴에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옛말은 진짜 옛말이 되어버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망이 컸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에게는 근래 되는 일이 없었으니 답답한 심정인건 알겠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에게 이렇게 냉랭하게 나오니 할 말이 없더군요. 듣자하니 이런 생활을 근 1년 넘게 해 왔다고 하니 참...

사람은 계속된 습관이나 노출된 환경에 계속 영향받기 마련일텐데, 방구석에 틀어박혀 근 1년을 지내니 주머니에는 돈이 없고, 자신감은 사라지고, 하는 것이라곤 게임같은 것 밖에 없으니 순식간에 폐인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뭔가 도와주고 싶기도 했지만 의욕은 다 사라져 있고, 남은 것이라곤 뒤틀린 믿음밖에 남지 않은 녀석에게 제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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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책에봐라  
...문득 저 자신 역시 다른 친구에게 지금 양양님께서 느끼시는 실망감을 준 적은 없는지 반성하게 되네요.
양양  
그런 실망을 책에봐라님에게서 느낀 적은 없지요.
고통이 와서 괴로워하고 있으면 그건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문제는 제 친구녀석은 지금 그 고통조차 못 느끼는 상황에 온 것 같았습니다.
마치 끓는 냄비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처럼 시나브로 악화되는 모습에서 무언가 위기의식을 갖지 못했던 데다가 "밖으로 나가자"(냄비에서 잠시 나와서 생각해보자)는 제 권유를 단순히 "귀찮다"는 이유로 거절한 모습에서 상당한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근 1년여만에 만나는 친구인데... 반가움은 고사하고 그런 반응이 나올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게 실망감만을 안겨주었지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인식 - 해결방안 모색 - 실행 - 문제해결"이라는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누가봐도 문제인 상황을 해결하려는 행동과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그렇다치더라도 도움의 손길을 뻗었는데 "나는 문제없다"는 식의 반응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지요.
일단 개인시간이 난다면 다시 한번 더 찾아가 볼 예정입니다만, 정말로 친구에게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지는... 솔직히 개인적으로도 자신이 없군요.
타이커습니다  
그 친구분한테 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그리 되신건지...
양양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사실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만한 사건은 없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일종의 나태함이 쌓인데다가 나태함이 지나치게 쌓인 것을 지적해 줄 수 있는 주변인이 없었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도 먹었으니, 여기에 쓸데없는 완고함까지 생겨서 문제가 더 악화된 점도 있었던 것 같았고요.
이래저래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휴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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