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우울감이 싹 가시는군요.

야생의주지스 4 1646
1.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부터 시작합니다.

동생들이 치킨을 좋아하길래 뼈 없는 냉동 닭튀김을 사다가 튀겨줬는데,

글쎄 맛도 영 좋지 않고 눈으로 보기에 영양가도 별로 없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

싼 가격으로 좋은 질의 음식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고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뭔가 값비싼 음식이라도 사주려고 보니 제게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울했습니다.



2. 그래서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편의점 점장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평일 새벽 알바가 그만 뒀으니,

네가 이번 한 주만 평일과 야간 업무를 모두 맡아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이번 주는 개강이란 말이죠.

하지만 어쨌건 돈을 더 벌고 싶으니 일단 어떻게든 해보기로 했습니다.



3. 그래서 어제 새벽에 편의점 카운터를 보다가, 새벽 세 시쯤이었나.

사람이 없어서 C언어의 전위형과 후위형 증감 연산자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단 말이죠.

근데 편의점에 경찰 두 명과 한 남자가 들이닥쳤습니다.

남자 말하길.

"아저씨, 저 이제 집에 가봐도 되죠?"

그러자 경찰들이 어서 꺼지라며 그 남자를 쫓아내고,

편의점 CCTV를 봐야겠다고 말하더라고요.



4. CCTV를 살펴보니 제가 12시쯤에 제가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방금 경찰 따라 왔다가 집에 간 남자가 소주 몇 병 사서 계산하고 나가는 모습이 찍혔더라고요.

경찰 왈.

"맞네."

무슨 일인지 설명을 들어보니,

방금 집에 간 남자의 일행들은 아파트 뒷마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다같이 만취해서 노래를 불렀는데 소음 때문에 신고가 들어와서 잡혔고,

경찰이 잡아놓고 보니 미성년자인게 확인되더라.

그리고 CCTV 확인해보니 제가 그 학생들을 대학생이라고 오인하고 멍청하게 술을 팔았다는 이야기(…)

계산할 때는 대학생처럼 보였는데,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중에 CCTV를 보니 제가 영락없는 바보짓을 한 셈(…)



5. 음 그래서 아마 벌금이 나올 것 같습니다.

돈 좀 더 벌어보려다가 개념을 집에 두고 와서 제 월급은 이미 훌쩍 넘는 돈을 벌금으로 내게 생겼군요.

껄껄 그래서 우울감이 오랫만에 싹 가시고 지금은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아버지 왈, "돈 주고 인생 공부 했다고 생각해라"

일도 하고 돈도 쓰고 아이 좋아라

젠장 학교가서 즐겁고 신나는 라틴어 강의나 들어야겠...아니 잠깐.

즐겁고(…) 신나는(…) 라틴어(…)

(…)

뭐 별 일 있겠습니까(…)



ps. 그나저나 점장님께 참 죄송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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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XOBcuzesurio  
즐거운 일 때문에 우울감이 가신 줄 알았는데... 힘내세요.
야생의주지스  
그런데 사실, 벌금으로 얼마나 돈을 날려먹을 것인가와는 별개로 우울감을 쫓은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양  
저도 즐거운 일 때문에 우울함이 가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책에봐라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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