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로봇대전의 피해자 - 기동전함 나데시코 편

양양 16 1697

슈퍼로봇대전은 일본 거대로봇물에 큰 영향을 미친 2차 작품입니다.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작품들의 판권을 구입하여 만든 콜라보레이션으로 과거 거대로봇물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원작이 가지고 있던 스토리들을 크로스오버하여 새로운 설정을 만들어내기에 이르지요.

특히나 슈퍼로봇대전을 통해 소개된 원작 스토리들이 "재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하면서 거대로봇물에 영향을 많이 끼치게 되었습니다. 가령 씨앗건담의 사례를 보면 "설정은 상당히 탄탄하였으나 감독과 각본가를 잘못 만나(?) 불우하게 전개된 작품"으로 평가가 엄청나게 격상된 경우라 할 수 있겠지요. 이런 식으로 참전작에 대한 호감을 높여주는 부분도 있었기에 건프라 판매에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제 동생은 건프라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슈퍼로봇대전 W에서 레드 프레임과 블루 프레임에 반한 나머지 저에게 칭얼댄 게 원인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알아서 건담을 찾아보다가 00에 꽂히면서 제가 사준 00건프라가 진열장을 꽉 채우고 있네요. 마이스터 4인방은 말할 것도 없고 그라함이 탔던 기체는 다 모을 기세입니다. 여기에 가오가이거도 조립프라모델이 있었다면 아마 저에게 칭얼댔을 것 같은데... 다행히도 용자동네는 조립프라가 없어서 더 큰 지출은 막을 수 있었던 아찔한 기억이 납니다.

어쨌거나 현재 거대로봇물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슈퍼로봇대전이 끼친 영향은 상당합니다. 그러나 위의 씨앗건담의 사례처럼 긍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사례도 분명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슈퍼로봇대전의 피해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번엔 슈퍼로봇대전(이하 슈로대)을 통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작품들을 한번 다뤄볼까 합니다. 그리고 그 첫 스타트는 나데시코 입니다.


1. 엄청나게 약화된 메카닉

슈로대에 참전하면 언제나 게이머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성능"입니다. 그리고 나데시코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나데시코의 첫 참전은 임팩트였는데... 여기에서 나데시코의 성능은 처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원작에선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상전이엔진이지만 슈로대의 상전이엔진은 백만스물두번을 자랑하는 에너X이X는 고사하고 로X트 밧데리보다 더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디스토션 필드가 잡아먹는 에너지량이 어마어마해서 떡밥으로 던졌다가는 바로 방전되어 장갑이 해제됩니다.

원작 기준의 나데시코는 초기형 기준으로 상전이엔진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에너지를 통해 디스토션 필드를 펼치고, 이 디스토션 필드를 깨기 위해서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실탄병기나 같은 중력파를 이용한 그래비티 블래스트로 공격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실탄을 제외하고 중력을 왜곡시키지 못하는 빔병기는 디스토션 필드 자체를 아예 뚫을 수가 없지요. 이런 압도적인 위용 덕분에 나데시코 크루는 화성에 도착할 때 까지 "게임을 즐기면서" 전투다운 전투를 하지도 않고 갑니다. 공격이 없었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모 웹사이트의 어머니가 게임 패드를 가지고 놀 때 목성도마뱀들이 쏘아댄 빔이 수없이 많았지만 "괜찮아 튕겨냈다"면서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이쯤되면 역대 건담시리즈의 전함들은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인데 어찌된게 나데시코의 성능은 자붕글에 나오는 아이언기어만도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나데시코 세계관은 건담세계관에서는 꿈도 못꿀 관성제어와 중력제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정도 과학력이면 은하영웅전설에 필적하는 수준입니다.

나데시코 뿐만 아니라 에스테바리스도 눈물이 나올 지경인데 에스테바리스가 강캐였던 슈로대는 지금까지 단 한편도 없습니다. J때는 그래도 전함대전이라는 별명처럼 시스템의 혜택을 많이 받아 명함을 내밀 수준이라도 되었지만 에스테바리스는 그런거 없습니다. 합체기가 없으면 도무지 못 쓸 물건으로까지 격하되었던게 바로 에스테바리스였지요. 그러나 에스테바리스도 디스토션 필드를 전개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중력파가 아니라면 손상을 주는 것도 어렵고, 또 후대로 넘어가면 상전이엔진을 소형화시키는데 성공하기에 그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말하자면 씨앗건담의 하이퍼듀트리온 엔진보다 더욱 괴악한 성능을 지닌게 상전이엔진인데 에스테바리스가 스트라이크 프리덤이나 레전드 건담보다 강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덕택에 에스테바리스는 "팬심이 아니면 키울 수 없는" 물건이 되었지요.


2. 파일럿도 평가절하

메카닉만 피해를 본게 아니라 파일럿도 피해를 많이 본 작품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성능"은 메카닉의 성능뿐만 아니라 파일럿은 능력도 포함됩니다. 백년간 지구에 이를 갈며 전투만을 준비해온 목성 도마뱀에서도 손꼽히는 에이스 파일럿들이 료코 3인방에 의해 죽습니다. 그것도 몇년동안 은퇴했다가 잠깐 훈련에 복귀한 상태에서 말이죠. 설정상으로는 에스테 3인방은 목련에서도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괴물입니다. 목련 최강의 파일럿이라고 하는 겐이치로 정도가 아니면 아예 상대가 안되는 수준이지요. 화성의 후계자들과의 싸움에서는 적들을 웃으면서 잡아먹는 모습을 보이며 역샤에서 샤아의 ~~명언~~ "아무로가 없는 전장이 이렇게 쉬웠었나"와 비견할 만한 포스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들이 슈퍼로봇대전에서 샤아에 준하는 능력을 보이냐면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능력을 보면 안문호나 곽달호를 넘어 웃소횽에 비견해야 할 수준이어도 될 이들의 능력치는 평범한 수준입니다. 눈물이 나올 지경이지요. 시대를 대표하는 파일럿에 대한 대우가 이 정도입니다. 애시당초 나데시코 크루가 되기 위한 조건 자체가 "정신상태가 어떻든지간에 각 분야의 최고만을 크루로 태운다"는 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은 주인공인 아키토 한명 뿐이었고요. 나머지는 어딘가에 결함이 있어도 각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우리바타케는 최고의 공학자이고, 이네스는 최고의 과학자, 유리카는 불패의 함장, 쥰은 유리카에 이은 랭킹 2위, 에스테 3인방은 최강의 파일럿, 호메이는 최고의 요리사, 루리는 ~~모 싸이트의 어머니~~ 전자의 요정 등등 지구권 최고의 인재들로만 꾸린게 나데시코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한번에 묶을 만한 지구권 최고의 재력과 정치력은 물론이고 에스테3인방에 준하는 파일럿이기도 한 네르갈의 총수 아카츠키 나가레까지... 면면을 봐도 론드벨 저리가라 할 지경인데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가히 브라만과 수드라만큼 대우의 격차가 있지요. 덕택에 나데시코를 안 본 세대는 슈로대의 기준만을 생각하여 나데시코의 기술력이 엄청 후진 줄 압니다. 실제로는 건담 세계관, 특히 우주세기는 감히 명함도 못 내미지만 슈로대의 대우가 안 좋다보니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3. 설정왜곡

1번에서 설명했듯이 디스토션 필드는 중력을 왜곡하여 메카닉을 감싸는 방어막인데 단순한 중력왜곡을 넘어 보호대상에게 날아오는 빔 에너지의 방향을 왜곡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런 효과 때문에 나데시코 1화에서 후쿠베 제독이 이끄는 지구연합우주군의 빔 선제공격이 무효로 돌아갔고, 결과적으론 목성 도마뱀군을 제대로 막지 못해 아키토가 살고 있는 화성에 지옥도가 펼쳐지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연합은 당시 상황을 검토하면서 목성 도마뱀이 화성의 기술을 이용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디스토션 필드는 평범한 빔 병기로는 유효타를 먹일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화성의 유산을 통해 그래비티 블래스터만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으로 결론짓습니다. 이런 사실은 네르갈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기에 목련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나데시코 시리즈에 그래비티 블래스터를 탑재하게 됩니다. 여기에 디스토션 필드를 근거리에서 뚫을 병기로 "소형 게키강 플레어"로 볼 수 있는 필드 랜서가 추가 개발될 정도로 나데시코 세계관에서 디스토션 필드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디스토션 필드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사도의 AT필드를 뚫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에바의 AT필드인 것과 같습니다. AT필드의 대항마는 AT필드이듯이 "화성의 유산에 대항할 가장 효율적인 대책은 화성의 유산"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슈퍼로봇대전에서는 이상하게도 디스토션 필드가 그래비티 병기에 강하고, 일반적인 빔 병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상한 설정으로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적어도 제가 해본 슈퍼로봇대전에서 디스토션 필드는 빔보다 그래비티 병기에 더 방어력이 뛰어납니다. 완벽한 설정왜곡이지요. 중력을 왜곡시키는 그래비티 병기가 하라는 중력왜곡은 안 하고 설정을 왜곡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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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양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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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Nullify  
뭐 공중B인 하늘의 제오라이머같은 것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설정이 왜곡을 당했다기보다는 슈로대 자체가 게임으로서 성립하기 위해 희생된 거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스 말이에요.

"밸런스 맞춘답시고 저랬으면 왜 캐사기유닛/MS같은 게 멀쩡히 나오냐!! 그냥 작품편애다!!"라고 따지겠지만, 당장에 슈로대의 역대 사기유닛은 (요즘 트렌드는 워낙 뒤죽박죽이라 잘 모르지만) 적어도 중반부는 넘어야지 "제대로 굴러가는" 모습을 보이고, 초반부터 사기유닛으로의 강함을 보여주는 유닛(A의 건담+G파이터 콤비)들은 대개 "시스템"의 맹점을 플레이어들이 멋대로 이용해서 탄생한 경우에 가깝습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난이도 조절 차원에서 너무 강하지 않게 일단 디메리트를 주고 그걸 게임 끝까지 갖고가도 별 문제없을 정도로 책정해놓아야죠. 물론 임팩트같이 밸런스가 막장이라 아예 사기유닛을 갖고놀 줄 아아야 되는 작품도 있긴 하지만...그런 "조절"이 실패했다고 그 의의까지 매도해선 안 될 겁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나데시코는 작품을 막론하고 이런 "사기유닛"들보다는 훨씬 일찍 합류합니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원작처럼 나왔다간 D필드로 MS한테 완전무적이고 못해도 2700 넘어가는 그래비티 블래스터로 D필드 가진 목련유닛을 그냥 갈아마신다? 전함 단기가 아니라 에스테 하나하나가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사기입니다. 그냥 사기라고요.

이건 나데시코 작품 하나만 보고 따진 거니까, 이제 모든 참전작에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봅시다. 슈로대라는 브랜드가 존속할 수나 있을까요? 존속한다고 해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같은 가위바위보 놀이밖에 더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양양  
말씀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압니다. 그리고 각자 다른 세계관이 모인 슈로대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강캐와 약캐가 존재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데시코의 경우는 등장기체들을 "제대로 써 먹을 수 있는" 작품보다는 "써먹기 곤란한"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은건 사실입니다. 그나마 W처럼 전원 상향평준화가 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못써먹을 물건입니다.
"조절"이 실패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참전작에서 계속 나데시코가 약하게 나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그냥 "참전하면 약캐 당첨"에 가까운 이미지가 되는건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약캐인 것도 한두번이라야지 거의 대대로 별 특징도 없어 쓰는 것 자체가 계속 어렵다면 이건 문제가 있는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hypnotica  
뭐지...님 글대로라면 나데시코 유닛들은 슈로대에 절대로 나와서는 안될 캐사기유닛들이군요
그야말로 밸런스는 물말아먹은 캐막장게임이 되어버리겠네요
Nullify  
에이, 제네식 가오가이거같은 우주적 존재들도 멀쩡히 슈로대 나오는데요 뭘.

저 글이 사실이라도 나데시코는 100번 등장하고도 남습니다.

단지 밸런스를 위해 원작파괴를 너무 많이 가했다는 점이 문제겠죠.
양양  
아무래도 제가 쓴 글이 부족하여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건 아예 사용하는 걸 회피할 정도로 약화된 작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슈퍼로봇대전에서 밸런스를 따지는건... 사실 별 의미가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윙키때는 말할 것도 없고, 임팩트는 사상 초유의 물건이었습니다. 후에 W나 Z처럼 참전작들의 세계관이 어떻던지 상향평준화 시킨 건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건담 시리즈들이 놀라울 정도로 "만능"에 가까운 유닛과 리얼로봇계라는 특징 때문에 약한 화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혼"을 장착한 캐릭터가 즐비한 반면, 나데시코는 혼을 가진 파일럿이 전통적으로 텐카와 아키토와 야마다 지로 정도만 있다는 것, 그나마도 MX와 BX에서는 야마다가 죽는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건 그냥 쓰지 말라는 수준입니다.
슈퍼로봇대전이 가지고 있는 선기능 중 하나는 팬 서비스라는 차원도 분명 있습니다. 과거의 작품들의 특징을 잡아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점인데 나데시코는 이런 점에서도 분명 제대로 된 지원이 거의 없었습니다. 후에 W와 BX에 와서야 이런 특징을 어느 정도 잡아주고 있지요. 디스토션 필드에 대한 확실한 대항마는 빔 병기보다는 실탄병기나 디스토션 필드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중력왜곡무기인데, 나데시코는 이런 특징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습니다. 이건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임은 확실합니다. 같은 제작사의 파프너가 참전하면 파프너는 페스툼의 "동화"와 "생각을 읽는 능력"에 대항하는 보호시스템이 있기에 페스툼에 대한 확실한 대항마는 파프너가 됩니다. 그리고 파프너는 對 페스툼 전에서 보정능력을 받는다는 걸 생각하면(마크 자인은 페스툼과 같은 "동화" 능력이 있어서 공격 성공시 잡몹 페스툼을 100% 제거 등) 상당히 충실한 경우라 생각되는데 나데시코는 이런 것조차도 씹어먹었습니다. 이런것만 존중했어도 나데시코의 메카닉들은 對 목련계열 적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타이커습니다  
뭐 이것저것 생각해봤을때 양양님의 글은 '원작대로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써먹을수는 있게 해달라'가 아닌가요?'성능수준이 우주세기 주역들수준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유용한 수준이었다면 이런 말이 나오지도 않을텐데요..나데시코쪽 메카들을 OG로 비유하자면 전부 양산형 휴케수준이 되어버렀다는건데 불만이 안생길수가 있나요...
Nullify  
음 글쎄요. A같이 오래된 작품에서 나데시코가 약한 건 그 구닥다리 시스템이 문제지 스펙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A에서 아무도 쓰는이가 없었던 에스테 계열이 AP에서 "싼값에 잘써먹는 유닛"으로 환골탈태한 것만 봐도 말이죠. 그리고 말씀드렸듯이 나데시코는 합류시기가 빠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설정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다른 작품들을 봐도 눈에 띄지는 않을지언정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는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작 상전이포에 대한 코멘트가 없네요. A만 빼면 필중 + 상전이포는 꽤나 잘 써먹었는데 말이죠.
양양  
상전이포에 대한 입장도 전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게 원작의 설정을 존중하지 않는 상태에서(디스토션 필드의 효용이 "빔 > 중력병기 > 실탄"이 아니라 "중력병기 > 빔 > 실탄") 단순히 중력병기의 연장선에만 놓였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상전이포는 그 압도적인 출력 때문에 디스토션 필드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는(후에 강화된 목성 도마뱀의 D필드를 무효화시키는) 중요한 병기가 된 만큼 그래비티 블래스터와는 다르게 필드 랜서의 다운그레이드 형으로 "D필드 무효화" 정도만 넣어 줬어도 파프너와 동일하게 "원작의 적들에게 무시무시한" 전함이라는 이미지 그대로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상전이포는 문자 그대로 중력포가 아니라 공간을 전이시키는 왜곡포지요. 화성의 연산제어유닛과는 상관없이 강력한 에너지의 투입을 통해 돌아올 좌표를 설정해 주지 않는 "강제 보손점프"의 개념을 가진 무기라서 단순한 그래비티 블래스터의 상위 병기라는 설정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양양  
양산형 휴케바인...보다 더 처참하니까 원작을 훼손하는 정도가 되었다고 전 보고 있습니다. 약한게 아이덴티티인 지구방위기업 다이가드처럼 "원작반영한 X끼 나와! 잘했어!"라면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겠습니다만 나데시코에 적용한 기술은 지구를 초월한 테크놀로지(화성의 유산)이기에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걸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건 가오가이거에 "용기"와 "근성"을 배제한 것 만큼이나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양산형 휴케바인이면 다행인데... 현실은 옥토소대 최약체 러셀의 게슈급인 경우가 압도적입니다.
현재진행형  
덮어놓고 나데시코계열만 피해를 입었다고 하기에는 원작에서 핵공격도 대수롭잖게 막아내던 오라배틀러들은 뉴 건담의 해드 발칸에도 뚝뚝 떨어졌었고, 건버스터는 격추되는 순간 피아식별안되는 맵병기가 한발 나가야 될테고, 제네식 가오가이가나 이데온도 절대로 그정도 위력으로 나올 물건은 아니지요.

  사이즈 보정이 존재하는 로봇대전 시리즈에서 사이즈 小인 에스테바리스는 그걸 극복할 어빌리티가 있다고 해도 어빌리티 슬롯 하나 정도를 손해보고 들어가는것도 사실 입니다.

  그리고 마치 에스테바리스가 로봇대전만 나오면 약캐로 나오는듯 말씀하시는데, BX에서는 오라배틀러급 강캐입니다.(...)
현재진행형  
아 그리고 잊으시면 안되는게, 블랙 사레나는 약했던적이 거의 없어요.
양양  
어쩌다보니 오해가 나온 거 같습니다.
저는 나데시코만 덮어놓고 피해를 봤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이데온과 토비카게, 단바인 등, 기타 작품들도 "크로스오버"란 미명하에 상당부분 원작을 오해할 여지가 많아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번 반프레스토 오리지널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작품들은 주요 우주세기 이외의 설정이나 분위기 등이 훼손당한 부분이 많습니다. 나데시코 말고도 다른 작품들도 다룰 생각이었고 나데시코는 그 첫 타자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BX에서도 엄밀히 말자하면 강캐라고 보기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BX도 W와 마찬가지로 제가 보기엔 상당히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는 작품이라서요. 임팩트, MX, A, R, J까지만 봐도 에스테바리스가 강캐라고 보기엔 어려웠고, AP와 W등 신규 시스템과 더불어 작품군의 상향조정된 이후에서나 나데시코의 에스테바리스가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W는 보스보로트도 초반부터 활약이 가능할 정도로 상향평준화인 상황에서 에스테와 블랙사레나, 알스트로메이어의 성능을 논하기엔 좀 어렵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블랙사레나의 설정상 블랙사레나는 압도적으로 강하게 만든 물건이 아니라 원래 1대 다수의 전투를 상정하고 개수한 것이기 때문에 R에서의 약화는 상당히 원작구현이 잘 된 거라고 봅니다. 생존력을 강화하였지만 다양한 공격과 세밀한 움직임이 불가능해졌기에 무장을 희생하면서 개수한 경우니까요. R에서 나데시코 스토리와 설정중에서는 이게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걸로 생각되네요.
현재진행형  
그런데 SRW라는 게임은 애당초 원작 하나하나의 설정을 자세히 살리기 힘든 게임 아닙니까.

솔직히 스펙다운이라고 한다면 4차 시절 단쿠가만큼 피본 유닛도 사실상 없고(...) 원작에서 나오지 않는 크로스오버가 나온다는게 SRW의 매력인데 그걸 부정해 버리면 좀 아니죠 그건.

에반게리온에서 브라이트가 차원을 넘어와서 신지를 두들겨 패진 않으니까요.

애초에 SRW의 시스템이 계속 개선된 이유는 에스테바리스같이 사이즈도 작고 임팩트 있는 공격도 드문 유닛들을 제대로 쓸수 잇게 만들어 줄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점도 있지 않습니까.

작품 외적으로 보기에 피해를 봤다고 하기엔 꽤나 껄끄러운게, SRW에 참가 함으로서 유저들이 한참전에 끝난 작품인 나데시코니 단쿠가니하는 물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재조명이 일어난다는겁니다.

애초에 반프레스토가 판권료를 납득할만 한 선에서 협상할수 있는것도 그런 부수입 덕분이기도 하고 말이죠.

나데시코의 설정을 정말 충실하고 완벽히 살리려면 로봇대전에서 찾으면 안되죠.

그런건 뭐 예전에 DC로 발매된 게임판을 하던가 해야 할겁니다.
양양  
현재진행형 님이 말씀하시는 피해와 제가 말하는 피해는 의미가 다른 것 같습니다. 원작의 설정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나데시코 뿐만 아니라 원작의 설정을 오해할 만큼의 피해가 존재하는 것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피해가 상쇄된다는 것은 분명히 틀린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건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의 이득인 경우지, 원작 팬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이득이 아니라 피해임은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기를 일으킨다는 건 분명 제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건담 시드의 재평가화"와 같이 원작을 틀었음에도 이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분명 원작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 아닐까요?
나중에 이데온에 대해서 쓸 부분 중, "슈로대식 이데게이지"처럼 정보 교환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이게 진짜인줄 알고 소개한 게임잡지도 있었습니다. 이게 FF발매 후에 나온 실제 이야기입니다. 전설거신 이데온 본편을 보면 알겠지만 이데가 "힘을 빌려주는" 상황은 이데온의 피격뿐만이 아니라 솔로쉽의 위기에도 발동하며, 솔로쉽도 여기에 영향을 받습니다. 예전에도 적었지만 셰릴이 바이파 루를 일부러 위기에 몰아 "이데여 보소서!"라고 말하며 이데에게 힘을 빌려주길 강요하는 장면은 이데온 뿐만 아니라 솔로쉽에 이르기까지 "이적"이 발생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기도 합니다.
헌데 3차 알파나 F시리즈에서 솔로쉽의 위치는 그냥저냥 전함입니다. 적어도 탑승자를 대변할 수 있는 함장인 베스의 기력이 올라갔을 때나 이데 게이지가 찼을 때 방어막이 생긴다던가 하는 시스템 정도는 넣어줘도 무방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게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을 훼손하는 수준이 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적어봤습니다.
현재진행형  
글쎄요, 전함의 기력을 올리는게 쉬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합체기도 아닌 이데온 자체의 성능을 쓰는데 별개의 유닛의 기력을 올려야 한다고 하면 육성 자체도 꽤나 번거로워질거라고 생각 합니다.

애초에 원작의 설정을 완전히 나타내지 못하는게 피해라고 한다면 SRW에 참전하는 유닛 중 피해가 없는건 반프레스토 오리지널 정도 아닐까요?

마징가 Z의 원작 TVA 스토리는 지금까지 제대로 구현된적도 별로 없습니다.

중전기 엘가임은 멀쩡한 팬타고나 월드 놔 두고 지구권에서 치고 박았고 말이죠.

애당초 그런 '피해'를 없애려면 답은 그냥 SRW라는 시리즈가 없어지는수 밖에 없을거 같습니다만...
양양  
엄밀히 말하자면 반프레스토 오리지널도 OG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흐름의 캐릭터가 충격과 공포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D의 경우는 크리스와 리아나가 별개의 존재인데 크리스가 스토리상 소멸이 됩니다.
이것에 대해서 저를 포함한 D의 팬들 입장에서는 D의 마지막에서 크리스와 리아나의 결말과 완전히 달랐기에 여기에서 온 충격이 제법 컸습니다. 당장 원작보다 더 심각한 배드엔딩이 오면, 그리고 원작에서조차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참사를 2차에 와서 상실감을 느끼는 걸 좋아할 팬이 있을까요? 이런 것에 대해서 팬의 입장에서 불만을 가지라는 것도 안 되나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서로 다른 작품을 잇는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고, 이는 홈즈와 루팡의 대결처럼 어떤 식으로든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희생된 부분에 대해서 팬은 분명 상실감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이걸 단순히 "SRW라는 시리즈가 없어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이라는 말씀은 지금 제가 생각하는 "피해"를 정확히 짚으신 건 아니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전 슈로대를 GBA판 2차부터 즐겨왔던 팬입니다. 그런 제가 슈로대 시리즈가 안 나왔으면 한다는 말을 언급한 적이 있나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명백히 해당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적은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부분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충분히 조명될 수 있음에도 거기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과 이에 따르는 불만을 토로하는 것인데 이게 팬의 입장에서 쓸 수 없는 이야기라 생각하신다면 정말 마음이 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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