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블래터 사임과 FIFA동향 예상

양양 4 1638

블래터는 5선에 도전하였고 결과는 블래터의 당선이었습니다. 그러나 돌연 블래터는 사임의사를 표합니다.

블래터의 사임이 선거기간동안 이루어졌다면 처음부터 FIFA의 개혁안을 가지고 온 상황에서 입회한 후보가 선출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지 모르나, 블래터가 선출되고 사임하는 형태로 갔기 때문에 현재 FIFA는 복마전과 똑같습니다. 가장 강력한 적인 블래터가 사라진 이상, 상대방 후보를 견제할 카드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즉, 게임의 참여자와 숫자가 달라졌기 때문에 FIFA회장 당선을 위한 공약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블래터가 모을 수 있던 표의 대다수는 약소 축구협회들에 대한 지원과 주앙 아발란제 7대회장 후기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진 비주류 대륙에 대한 편의를 통해 얻어진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AFC나 CONCACAF, CAF등의 비주류 대륙에 속한 축구약소국들의 지지를 얻을수는 있었지만 이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FIFA는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이 비용으로 블래터는 비리의 온상이라 불렸고, 블래터의 대항마로 지목된 이들은 블래터의 정치윤리적 약점을 꼬집으며 주요 공약으로 비리척결을 언제나 들고 나왔습니다.

...일단 블래터의 대항마로 불렸던 사람이 별로 없었던 부분은 잠시 치워두도록하죠.


그리고 현 상황은 혼란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앞으로 FIFA에 불어닥칠 상황을 위해 몇가지 정리를 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FIFA회장 당선절차

차기 FIFA회장자리는 FIFA의 회원들이 1표를 행사하며, 후보자는 이들로부터 2/3 이상의 표를 받아야지만 당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플라티니조차도 UEFA만의 힘으로 당선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현 FIFA의 회원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총 209개 협회

* 아프리카(CAF) - 54개 협회

* 유럽(UEFA) - 53개 협회

* 아시아(AFC) - 46개 협회

* 북중미카리브해(CONCACAF) - 35개 협회

* 오세아니아(OFC) - 11개 협회

* 남미(CONMEBOL) - 10개 협회

따라서 회원국 209개 협회에서 최소한 140표 이상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UEFA의 의사 하나만 가지고는 결코 FIFA회장 당선은 불가능합니다. 유럽으로부터 단 1표도 받지 못한다손 치더라도 오히려 CAF, AFC, CONCACAF의 몰표를 받고나서 5표만 OFC나 CONMEBOL로부터 얻을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차기 회장에 당선됩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UEFA는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자리가 바로 FIFA회장선거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FIFA회장에 당선된 인물을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번에 사임한 블래터지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블래터는 축구 약소국에게 상당히 많은 지원을 약속하면서 연이어 회장에 당선되어 왔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대항마로 출마했던 인물들(CAF: 이사 하야투, AFC: 함맘)을 돈과 정치적 압박으로 굴복시키며 그들의 표밭을 빼앗고 CAF(54)와 AFC(46)의 광대한 표를 바탕으로 군림해왔습니다. FIFA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저 상위 4개 대륙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일종의 공식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지요.

그러나 문제는 UEFA와 그 이외의 대륙들의 입장차가 사실상 좁혀지기 어렵기 때문에 UEFA로부터 몰표를 받아 당선되는 시나리오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2. UEFA와 그 이외 대륙단체간의 입장차

UEFA는 축구시장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FIFA에서 인정하는 최상위등급 클럽대회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륙급 국가대항전인 유로는 미니 월드컵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습니다. 이런 UEFA이기 때문에 UEFA는 기득권자로써 타 대륙과 구별되는 "존중"을 받고 싶어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움직임이 바로 월드컵 티켓 배정에 대한 불만표출입니다. 그만큼 유럽축구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UEFA의 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알아두어야 할 것은 현재 UEFA의 월드컵 본선진출 배정 티켓은 지금도 심각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UEFA가 배정받은 티켓은 총 13장으로 FIFA와 UEFA에 동시 가입된 54개국과 비교하면 약25%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게다가 저 13장을 분수의 분자로, 본선진출 31개팀(주최국 제외)을 분모로 보면 약 40%에 가까운 비율입니다.

유럽이 가져간 티켓만큼 손해를 보는 곳은 당연히 CONMEBOL을 제외한 4개 대륙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UEFA뿐만 아니라 모든 대륙단체는 "축구 최강의 대륙이 된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따라서 최강의 단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월드컵에서의 성과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UEFA의 월드컵 본선티켓배정을 늘린다면 피해를 볼 것은 명약관화하지요. CONMEBOL은 UEFA와 함께 최상위 리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수준은 이미 FIFA가 클럽월드컵으로 보증한 바 있습니다. 또한 FIFA 월드컵 본선 티켓은 4.5장으로 총 10개 협회가 있는 CONMEBOL은 UEFA에 비해 더 많은 비율로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CONMEBOL이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은 겨우 10장에 불과합니다. 대세를 완전히 좌지우지할 수준의 힘은 결코 갖출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FIFA회장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UEFA 전체의 입장을 수용하기에는 치뤄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나도 큽니다.


3. 후보자들의 딜레마

회장 당선을 위한 대전략은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정말로 간단합니다. FIFA 회장 당선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축구약소국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만을 위한 공약은 무의미하며 전국을 아우르는 공약을 내걸 수 밖에 없습니다. 부자도 1표를 행사하지만 빈자도 1표를 행사하는 원리는 FIFA에서도 똑같습니다. 세계적인 축구강국 피파랭킹 1위인 독일이나 꼴지 209위인 앙귈라나 똑같은 1표를 행사합니다. 그럼 최선의 방법은 블래터가 한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입니다. UEFA에 기득권을 인정해주고 공고히 해주는 것 보다 어떻게해서든 자금을 끌어모아 다른 대륙에 지원해 주는 방법이지요. 그리고 월드컵 개최지도 가급적 UEFA의 주류국보다는 타 대륙에 우선 배정을 신경쓰고 티켓의 분배도 유럽의 13장을 1장 정도 떼어와 0.5장씩 다른 대륙에 분배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당연히 이 방법대로 나간다면 전임 비리회장 블래터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블래터의 대항마라며 비난했던 사람들이 똑같이 따라한다면 이건 자신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일 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목표를 생각하면 또 블래터와 거의 같은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지요. 그렇다고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득을 보지 못했던 협회들은 냉정하게 반대표를 던질 것이 뻔합니다. 후보들이 갖고 있는 딜레마는 거의 이렇습니다.

블래터의 씀씀이는 FIFA의 영향력 확장에 가장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 블래터의 씀씀이를 그대로 안으면서 비리문제가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디 만수르와 로만이 손오천이랑 트랭크스마냥 퓨전이라도 해서 로수르가 탄생, 개인재산으로 돈지랄을 넘어선 돈발광을 해야 해결이 될 것입니다.


4. 뻔히 보이는 空約

FIFA의 힘이 커지게 된 이유는 세계 각 지역에서 축구를 중요시하는 풍조가 서서히 확장되었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상당한 양의 자금이 투입되었습니다. 3번에서 제가 드래곤볼 퓨전마냥 부자끼리 퓨전해야 운영할 수 있다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는데, 이건 농담이 반쯤 섞여있는 진담입니다. FIFA의 자금출처는 다른 스포츠협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부분 스폰을 받아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세금처럼 각 회원들로부터 돈을 징수받아 FIFA세, 대륙단체세 등으로 나눠쓰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블래터는 돈이 검은지, 흰지, 색깔과는 상관없이 모으고 모아 어마어마하게 축구약소국들에게 각종 이문의 형태로 주었습니다. 당연히 비리가 생길 수 밖에 없으며 블래터의 아킬레스건이 되었고, 사임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했지요. 즉, 각 대륙간 명백한 축구격차를 줄이기 위한 첫단계로 각 대륙간 축구실력의 부익부빈익빈을 방지하는 정책을 내 놓는 것과 더불어 UEFA에 집중되어 있는 축구경제흐름을 다소 분배할 수 있는 형태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제 개인적인 아이디어라서 상당히 허술한 논리이긴 하지만 FIFA의 보증하에 각 대륙에 할당받은 월드컵 본선 티켓을 두고 한시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면(0.5티켓을 주고 UEFA 챔피언스 리그 수익의 일부를 가져온다든지 등) 축구약소국은 당장 축구역량의 성장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며, UEFA는 내부의 불만을 비교적 그들의 입장에서 저렴한 금액으로 월드컵 유치에 맞먹는 효과를 얻어내면서 무마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당장 직면하는 문제로 자금의 분배, FIFA의 보증대금과 실제로 티켓을 거래하기 위한 의사결정구조가 야기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런 움직임은 필요합니다. 각 대륙간의 give and take를 명확하게 하는 구조말이지요.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대륙간의 마찰을 중재시킬 만한 공약을 내 놓은 후보자는 대체 어디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장 언론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다. 껏해봐야 정몽준의 FIFA회장 출마 고민 같은 별로 영양가 없는 이야기나 하고 있지요.


5. 새로운 회장 체제하에서 앞으로 FIFA의 미래?

사실 전 그리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보는 미래는 블래터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블래터가 선거 도중에 사퇴하였다면 이미 반 블래터 진영의 논리가 비리척결이었던데다가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공감이 대부분 남아있는 상황에서 FIFA의 개혁은 미약하나마나 진행되었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러나 블래터가 사임으로써 선거에 아예 나오지 않는, 즉, 블래터라는 마왕이 없는 상태에서 용사들은 이제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되며 이건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려 세계를 구하는 명랑동화에서 구음진경을 둘러싼 동사서독남제북개의 화산논검이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리면 해피엔딩이지만 용사가 용사를 죽이면 그건 마왕엔딩 플래그입니다.

게다가 이미 FIFA의 자금집행 규모를 비리 이전으로 돌린다는 것은 FIFA의 영향력이 떨어짐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차기 회장이 이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럼 자금은 어디서 나오게 될까요? 아마 똑같이 블래터의 루트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검은돈의 유입은 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FIFA회장 = 비리의 온상이라는 공식이 깨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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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hypnotica  
결국 블래터는 마지막까지 똥을 주고 떠나는 모양새로군요
양양  
블래터가 사임이 아닌, 사퇴였다면 사태는 조금 더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최종투표에 남을 2인이 누가 될지가 문제인데, 전 누가 남느냐에 상관없이 누가 제2의 블래터가 되느냐만 남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플라티니와 알리 왕자의 합종이 깨지고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함장  
난감하네요
양양  
축구를 계속 보면서 이맘때쯤 제일 답답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번 투표에서는 요르단의 알리 왕자가 카타르의 함맘보다는 정치적 약점이 적어 블래터로부터 큰 공격을 받지 않았기에 비리 척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블래터의 돌연 사임으로 진짜 미궁속에 빠진 상황이지요.
현재 각 대륙은 팝콘을 들고 어떻게 이권을 취할지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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