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밴조 산 이야기를 안 했군요.

作家兩班 0 1633
 낙원상가를 돌아다니던 중 기타뿐만 아니라 만돌린, 밴조, 우쿨렐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G업체를 만났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알아봤던 그 45만원짜리 밴조는 4현짜리이고, 아이리시 음악에서는 잘 쓰지 않는 악기인데다가, 보컬 반주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악기입니다. 보컬 반주용으로는 5현 밴조나 6현짜리 기타밴조를 주로 사용하거든요. 이 G업체는 기타도 물론 안 파는 건 아니지만 만돌린, 밴조, 우쿨렐레 이 세 가지 악기를 정말 종류별로 많이 들여다 놓고 전문적으로 취급을 하는 업체입니다. 심지어 점포 한구석에는 아이리시 부주키까지 팔고 있습니다! (사실 만돌린 크게 만든 8현짜리 악기는 이름이 정말 다양하고, 같은 악기라 하더라도 지칭하는 명칭이 하도 다양해서 가늠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만돌라, 만도첼로, 시턴, 옥타브 만돌린, 아이리시 부주키 등등.) 5현 밴조 가운데 가장 싼 게 얼마냐고 물었더니 28만 원이라 하더라고요. 20만 원 가격대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조금만 깎으면 되겠다 싶어서, 일단은 밴조 치는 데 필요한 금속제 피크 두 개(검지, 중지용)와 플라스틱제 엄지 피크를 먼저 산 다음 정작 지금은 하나도 안 쓰고 있지만, 며칠 뒤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밴조 울림통(밴조 울림통은 북처럼 된 프레임에 진짜 북처럼 얇은 막이 씌워져 있습니다)에 기스가 좀 나 있더라고요. 이 기스는 어차피 치다 보면 생기는 거고, 기스가 거슬린다면 갈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전 기스 따위는 개의치 않습니다. 조금만 할인해 줄 수 없냐니까 밴조는 할인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카드가 아니라 종이돈으로 하면 25만 원에 해 주겠다는 겁니다. 기스에 대해서 잠깐 이걸 어떻게 할까 하고 있으니까, 기스 난 막을 갈지 않고 그대로 가져가면 23만 원에 해 주겠다는 거예요. 그렇게 흥정이 끝났고, 전 23만 원에 밴조를 드디어 득템했습니다.
 
 제가 산 밴조는 뒤쪽이 뚫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판으로 막혀 있고 북의 프레임과 나무판 사이에 공간이 있어서 소리가 나무판을 맞고 증폭되어 나가는 블루그래스 밴조(레조네이터 밴조)입니다. 그래서 앰프를 굳이 연결하지 않아도 소리가 무지하게 크게 들립니다. 밤에는 치기가 겁이 날 정도라니까요. 그래서 아예 옆집과 벽을 마주하지 않는 방에 가서 치는 걸로 했습니다. 야외에서 예배를 인도하거나 (실제로 지지난 주말에 실내에서 제가 다니는 교회 예배를 인도할 때 한 번 써먹었습니다. 강단에 올라오기 전부터 그게 뭐냐는 질문 공세에, 밴조를 딱 들고 강단에 올라오는 즉시 전 교인 시선 집중. 앰프 그런 것 없이도 충분히 큰 소리가 나는 악기라 얼마나 편했는지 모르겠네요.) 버스킹을 할 때는 정말 편할 것 같습니다. 앰프 없어도 되니까요. 원래 밴조는 가장 낮은 줄부터 gDGBD로 튜닝하는 게 가장 보편적입니다만, 밴조는 다양한 방식으로 튜닝이 가능합니다. 저는 기타의 1, 2, 3, 4번 줄에 맞춰서  gDGBE로 튜닝을 했습니다(5현 밴조의 5번 줄은 헤드가 아닌 넥 한가운데에 감겨 있으며, 이 줄은 누르지 않는 줄입니다. 항상 같은 g음을 내는 줄이죠.).
 
 그 이후로 기타와 만돌린은 문자 그대로 찬밥 신세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기타도 쳐 보고 만돌린도 쳐 봤지만 저에게 맞는 보컬 반주용 악기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습니다. 기타는 일단 너무 흔한데다가 화음은 풍부하지만 소리가 너무 개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돌린은 소리가 너무 날카로워서 한 줄씩 뜯으며 연주하기엔 좋지만 코드를 잡고 반주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만돌린은 크기가 작아서 아무래도 칠 때 멋이 너무 없는 것도 같았고. 그런데 이 밴조가 진짜 저한테 딱 잘 맞는 보컬 반주용 악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졸지에 기타와 만돌린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고, 요즘은 현악기라고는 밴조만 주구줄창 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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