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다가 든, 내장형 근육과 근육미녀에 대한 의문

Loodiny 8 2711
자캐의 세미누드(?) 그림에 도전해 보려고 대강 외형을 잡았습니다.
 작중에서 근접해서 치고박고 싸우는 경우가 가장 많은,흔히 말하는 '싸우는 미소녀' 캐릭터고, 근육 내 크레아틴 인산과 미오글로빈 함량이 일반인의 어쩌구 저쩌구한 설정도 있는 '근육미녀' 컨셉이라,확실히 팔 근육 라인을 잡았는데,

왠 고릴라가 나왔습니다.

아니,백만 보 양보해도 목보다 상완이 굵은 건 명백히 이상하잖아요;;
(게다가 전 목을 굉장히 굵게 그리는 축입니다)


결국 오늘 어떻게든 떡 벌어진 어깨를 깎고 깎아서 생물학적으로 구현 가능한 팔 근육을 대강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이렇게 보니까 플롯상에서 구상해 놓은 근력이 여기서 나온다는 게 좀 어색해 보이더라구요. 시체 두 구를 가볍게 들어올렸다는 묘사를 이미 해 놓았단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이런 의문이 생기더군요.

창작물 속의 히로인들이 그 가느다란 팔로 터무늬없는 괴력을 내는 것과(흔히들 내장형 근육이라고 빈정대죠),
그런 터무늬없는 괴력을 내기에 충분해 보일 만큼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비현실적인 걸까요?


당연한 말이지만,과학적으론 둘 다 말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쪽이 덜 어색한가,어느 쪽이 덜 비난받는가 정도가 적절하겠군요.

일단 제 쪽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SF적인 설정이 덕지덕지 붙어있을 뿐더러, 굳이 AYA화백님 작품을 보면서 겪었던 컬처쇼크를 후대에 물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얌전히 현실적인 운동하는 여성 수준의 근육을 붙였습니다만...
단순히 실현 가능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현실에는 스테로이드라는 것도 있고 말이죠...


사실 이건,단순히 무투파 여성 캐릭터 조형의 취향 문제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 '현실적'이라는 건 뭘까요? 무엇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걸까요? 우리는 대체 무엇을 선호해야 하며, 그것은 왜 보편적일까요?


덤으로 말하자면,그림은 하반신에서 팔과 비슷한 과정으로 망했습니다.(...)
진짜로,여친님께 모델이라도 부탁해 볼까요...근데 이쪽은 걸어다니는 해골이시라.
진짜 상업지 베껴 그리기라도 해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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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안샤르베인  
어떻게 그렸는지 궁금해지네요
Loodiny  
요약해서 말하자면, 끔찍합니다.(...)
제가 친구한테 한 표현을 빌리자면, '남자 그려놓고 여자라고 우기기'...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옼스 그려놓고 인간이라고 우기기'가 더 맞는 거 같네요...
로크네스  
현실적이라는 건 뭘까요? : 엄밀히 말하자면 소설에서 중요한 건 "현실감"이지 현실적인 게 아니라고 봅니다. 읽는 사람이 이걸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한 거죠. 하지만 현실감=재미가 아니고, 현실감을 깎아서라도 재밌게 만들어야 한다면 그래야겠죠.

무엇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걸까요? : 어디에 총 나올때마다 고증 얘기하면서 분노를 토해내는 일부 밀덕들 얘기라면, 그 사람들은 항상 화가 나 있습니다. 아마도 서든어택 한 다음에 총 전문가인 척 하는 놈들 때문이겠죠. 이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은 소설을 쓸 거 아니면, 사실 좀 무시해도 돼요. 다른 고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대체 무엇을 선호해야 하며 : 선호해야 "하는" 게 어딨나요. 글쎄요, 히틀러라면 모두가 자기를 선호해야 한다고 주장했겠죠. 우린 히틀러보단 좀 더 나은 사상을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것은 왜 보편적일까요? :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뭐...인류는 대체로 좌우대칭적인 얼굴을 선호하도록 진화해오긴 했겠죠. 근데 꼭 그게 절대적인건 아니잖아요?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선호받을 만한 유희를 원하신다면, 소설 그만 쓰시고 부작용 없는 마약을 만드세요.
Loodiny  
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만, '현실감'에 대해서는 제 단어 선택이 좀 부적절한 편이었던 모양입니다.

로크네스님 정의대로라면,'무엇이 현실감인가?'로 바꿔 읽어주세요.
로크네스  
현실과 일치하는 정도가 아닌, 독자가 생생하게 느끼는 정도라고 보면 어떨까요. 반지의제왕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그걸 읽으면서 충분히 현실감을 느낄 수 있죠.
Papillon  
여태까지 루디니 님이 창작에 대해 쓴 글들을 보고 솔직한 감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루디니 님이 창작과 관련된 글을 쓸 때마다 꼭 나오는 내용이 있습니다. 현실성, 특정 설정에 대한 비판(혹은 비난)하는 사람들, 무엇이 좋은 것인가? 무엇이 우리가 즐겨야 하는 것인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이런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저는 루디니 님이 그런 현실성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솔직히 그런 현실성이나 과학적인 설명을 좋아하는 거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루디니 님의 글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건 이겁니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까이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남이 나를 까는 걸 부당하다고 여기게 하고 멈추게 할까?"

보행병기에 대해 사람들이 현실성 가지고 깐다고 자기가 생각한 현실적인 설정을 들고 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지적해달라고 하고 "이런 이런 부분은 솔직히 아니다"라는 답이 들려오니까 그 부분을 어떻게든 매꾸려고 합니다.
자신은 강화복 설정을 쓰고 싶은데 강화복/현실성에 등의 글에서 이런이런 까임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과거에는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으로 보였을 "잠수함/현실성" 같은 걸 써서 보복하고 싶다는 글을 씁니다.
국내 판타지 소설이 양판소 소리를 듣는데 그 때마다 지적당하는게 설정이라는 글을 씁니다. 그리고 그러니까 설정 좀 바꿔서 환상문학으로 진화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내놓은 주장은 결국 "난 까이기 싫다.", "나를 까는 건 부당하다.", "안 까이려면 우리들은(혹은 너희들은)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내용입니다. 거기서 저는 루디니 님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무엇을 위해 그런 설정을 필요로 하는 지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저 남에게 까이기 싫다는 도피와 오기만 보입니다.

그런 류의 걱정을 하실거면 차라리 아래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세요.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어떻게 하면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루디니 님에게도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앙그라마이뉴  
저도 감히 충고할 입장은 못되지만 그냥 호수가에 파문 생기는 정도의 조언이나 던져드리겠습니다.

남의 눈초리 따위 신경쓰지 마세요. 설정? 그딴거 그냥 글 쓰고 난뒤에 하나하나 붙여도 안 늦어요.
paro1923  
'비현실의 현실'을 만드는 데에는 설정은 부차적인 겁니다. 비난받거나 태클걸릴 걸 먼저 생각했다간 이도저도 못합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