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K리그에서 나온 오심

양양 2 1580

오늘 서울과 전남의 경기에서 전반 12분에 터진 서울의 골은 명백한 오심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의욕을 상실한 전남은 그대로 3:0으로 미끄러지게 됩니다.

그 누구도 스포츠경기에서 오심을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심이란건 말하자면 태풍이나 지진같은 자연재해라서 이걸로 인해 당장은 자신들이 이익을 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보면 모두가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판정시스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으냐에 따라서 예방 수준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도 있어 인재로 구분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당장 이번엔 서울이 오심으로 이득을 봤지만 ACL에서 서울이 오심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할 뻔한 경험은 그다지 유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 리그에서만 나오는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라 리가를 꾸준히 보는 건 아닙니다만, 라 리가를 다루는 웹툰작가 칼카나마의 지적을 빌리면 스페인 프로축구의 심판 자질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으며, 이는 EPL이나 세리에같은 다른 유럽리그에서도 잊을만 하면 꾸준히 언급이 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이 때문에 유럽의 빅리그에서는 1주심, 2부심, 1대기심이라는 4심제에서 골라인을 담당하는 선심을 두명 더 보강하여 6심제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며, 더 나아가 아예 비디오판독이나 호크아이까지 고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최근 팬들이 형성한 여론이 재시작 준비에도 시간이 흐르는 축구의 흐름을 깬다는 단점보다 오심에 의해 떨어지는 흥미가 경기의 만족(혹은 재미)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분야의 선구적인 판별시스템을 갖춘 테니스는 호크아이의 도입 이후에 "호크아이로 판독하는 것"까지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처럼 작용되는 부분도 있으며, 야구나 배구에서는 비디오 판독이 이루어진 이후 팬들이 바라보는 경기의 총체적인 만족도는 훨씬 더 높습니다. 배구에서는 비디오 판독 요청이 피리어드 당 제한된다는 점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전략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왔습니다. 자연재해를 엔터테인먼트로 활용한 경우라고나 할까요?

그런 점에서 현재 K리그가 갖고 있는 시스템적 문제의 핵심은 오심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칠 수 밖에 없습니다. 심판을 추가하거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은 분명 경기시간을 늘릴 수도 있으며, 고무줄 처럼 길게 늘어날 수 있는 경기는 K리그가 중계하면서 가질 수 있었던 강점인 일정한 경기시간이란 부분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K리그에서는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손실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프로축구연맹에 대한 불만이 쌓여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때는 K리그 멸망의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 누구도 자연재해를 바라는 사람은 없고, 여행지에서 자연재해를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단연코 없습니다. 경기장은 즐거움을 얻으러 가는 곳이지 자연재해를 만나러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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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마로니에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l/124789/125102
동영상만 보면 공이 골대 근처에서 튕겨져 나온 것 같은데, 제가 잘 못 본건가요?
양양  
공의 흐름이 대략 이렇습니다.(동영상 2분경)
차두리 헤딩 -> 에벨톤 헤딩 -> 크로스바 맞고 아래로 떨어질 때 골 안쪽방향으로 진행됨 -> 그러나 공은 완전히 통과한 상태가 아닌, 바닥(선 부분)을 맞고 골 반대방향으로 튕겨나오는 장면이 보임. -> 하지만 주심은 확신이 들지 않았고, 부심이 골로 판단하여 의견을 피력 -> 골로 결론을 내는 오심이 발생.
비디오로 보면 이렇게 흘러간 것으로 보이는데 축구의 규정은 골이 선언되려면 공이 골라인을 걸치면 안 되기 때문에 명백한 오심으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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