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참 뭐같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가 생각하는, 그리고 일반적으로 기업체에서 연구원이 하는 직무와 지금 제가 하는 일간의 괴리가 너무 큽니다.
제 본업은 연구원입니다. 전 회사나 전전 회사에서도 연구와 관련된 일을 주로 했죠. 그러니까 실험이요. 그런데 지금은 실험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것도 행정 처리 관련된 것 때문에요. 심지어 저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전화까지 해야 합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게 있거든요. ...그러니까 저를 뽑기 전에 그 전철을 밟아둔 게 아니라 저를 뽑아놓고 시작하는거죠.
덕분에 저는 제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실험은 아예 하지도 못 했고, 사무실에서 낯선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한 주를 보냈습니다. 행정 처리는 5월까지 완료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왜 5월까지인지 처음에 언급조차 해 주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가 제가 해야 하는 일이고 어디까지가 제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지, 그 경계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어서 그런지 제가 모든 걸 떠맡다시피 했습니다. 행정처리 관련된 것을 원래 신입사원이 떠맡는건가요?
이번주에는 거의 울 번 했습니다. 사표 쓸까, 그것까지 생각했었어요. 주변에 털어놓을 사람도 없고, 너무 지쳤습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건망증이 심해지는데, 지금 메모지가 없으면 업무를 진행 못 할 정도로 건망증이 심각해요. 헌데 사표를 쓰기엔 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여기를 관둔다고 해서 다음 직장을 금방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요. 전에도 거진 1년정도를 이력서 날리면서 놀았으니까요. 그 분...도 계시긴 한데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다른 부서, 다른 층인데다가 만나기가 너무 힘들고, 볼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도망쳤으니... 아마 싫어한다고 오해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