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바보짓.
야생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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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8 21:22
오늘 강의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외투 지퍼 밑부분이 고장나 있는걸 발견하였습니다. 하지만 외투를 버리기에는 아까웠습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아랫쪽으로 입고 벗으면 되었죠. 이 외투의 이점인 많은 주머니 중 안주머니를 쓸 수 없다는게 안타깝지만 어차피 안 쓰니 상관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분 전에 저는 그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의자에 앉으니 고장나서 벌려져 있는 밑부분 지퍼가 보이더군요. 순간 내가 저걸 고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투를 고치기 위해 지퍼를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좋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제가 "이거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의 약 90%가 실은 못하는 것이라는걸 잊고 있었어요. 지퍼는 제 목 바로 밑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제 벗을 수 없게 되었어요. 제 손을 거쳐간 외투는 일반적인 디버프 아이템에서 저주템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목 바로 밑만 지퍼가 잠겨져 있고, 나머지 부분은 그대로 열려서 무슨 판초라도 된 모양새입니다.
지금도 이 외투는 제 몸에 걸쳐져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벗을 수 있을지 감도 안 오는군요. 벌써 목 언저리가 갑갑해지고 있습니다.
추신: 결국 지퍼 일부를 박살내 탈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