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국가대항전을 유지할 수 있는가?
냉정하게 보면 야구는 충분히 권위있는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리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것도 종주국인 미국 때문에 말이죠.
어떤 스포츠든지 세계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교류가 필요합니다. 축구가 세계최고의 스포츠로 발돋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협회의 힘이 강하고, 또 A매치를 강제함으로써 지속적인 교류를 유도하였기 때문입니다. FIFA의 회원이라면 특별한 사유(ex: 선수들이 축구에 집중하기 힘든 정도의 자연재해나 전쟁 등)가 없는 경우에는 A매치를 통한 국가간 축구교류를 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협회나 선수 입장에선 상상도 하기 싫은 징계가 돌아옵니다.
문제는 야구는 최상위 협회가 그리 힘이 있지도 않고, 또 대회의 권위를 세울만큼의 역사도 없으며, 종주국이라는 곳은 세계야구발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FIFA에서 A매치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축구를 끊임없이 교류하게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축구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를 이루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월드컵 32강 티켓의 30장 정도는 유럽과 남미가 독식했을테지만 지역안배를 통해 끊임없이 "수준논란"이 일어남에도 티켓의 분배는 가급적 대륙간 균형을 이루고자 하지요. 이렇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뒤떨어지는 팀들이 월드컵에 참가하지만, 계속 참가하다보면 자연스레 세계축구의 트랜드를 접하게 되고 실력이 늘게 됩니다. 큰 대회를 통해 보다 높은 수준의 경기를 경험하게 되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각 국가는 해당 종목에 대한 경쟁력을 얻어가게 됩니다. 덕택에 유럽&남미의 축구실력과 그 이외 국가들의 축구실력은 갈수록 그 갭이 좁아지고 있지요. 그리고 늘어나는 실력만큼 축구에 대한 인기도 점차적으로 높아졌습니다.
헌데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는 반대로 현 상황에서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건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이번 대회에도 미국은 MLB에 뛰는 40인 로스터는 참가가 아예 불가능했고, 일본은 결승전을 생중계할 생각조차 없지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WBSC는 그저 꿔다놓은 보릿자루에 불과했습니다. WBSC는 겨우 한 국가의 스포츠협회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또 중계가 늘어나는 만큼 얻을 수익이 명확함에도 주최국인 일본의 결승전 중계방송 스킵에도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최상위 단체인 WBSC가 겨우 하위 단체 및 일개 주최국의 전횡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있으니 솔직히 야구가 세계스포츠에 차지하는 비중은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