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NTX]K리그 심판의 승부조작 사건, 1심 결과와 평가
* 법의 판결을 다루고 있지만, NTX에서 말하는 민감한 종류의 사회이슈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2013~2014 K리그 때 벌어졌던 심판의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1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1심에서는 K리그 심판들에게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1. 승부조작 의뢰금으로 받은 모든 돈은 추징
2. 승부조작에 관여한 심판 4명은 징역 10개월~1년, 집행유예 2년
위 판결에 대해서 K리그 팬들이 바라보는 눈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1번 같은 경우는 당연한 판결이라 볼 수 있지만 2번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거지요.
제가 보기에도 1번은 충분히 납득이 되지만, 2번은 납득하기 좀체 어렵습니다. 판결취지를 보면,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것은 경기의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프로축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스포츠의 건전한 발달을 저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피고인들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실제 불공정한 심판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과 수수금액 규모와 범행 동기 등을 참작했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답답한 부분은 "실제 불공정한 심판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언급입니다. 당시 강원과 강등다툼을 하고 있던 경남은 강원과의 경기에서 심각한 반칙을 저지르고도 카드를 받지 않았으며, 이후 다른 경기에서는 강원이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공지된 추가시간보다 1분 이상을 더 끌어 강원을 비기게 만든 사실도 있습니다.
스플릿이 정착된 2013 K리그의 경기 수는 총 38경기입니다. 그리고 1경기만 삐끗해도 승점이 0이 될 수도, 3이 될수도 있습니다. 만약 수능에서 문제를 빼돌려 단 1문제라도 부당하게 이득을 보게 만들었다면 과연 이런 판결이 나왔을까요? 수능에서 1문제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듯이 축구구단들 입장에선 이 1경기에서 얻는 승점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만듭니다.
어찌보면 이런 행위가 수능보다 더 최악인 사실은, 수능문제 유출은 이 해당문제의 정보를 입수한 응시자의 점수가 올라가는 걸로 끝이지만 1번의 승부조작은 피해자의 정당한 노력을 뺏어 부정자에게 넘겨주는 겁니다. 본질적으로 보면 직접 피해를 주는 행위가 더해진 것이기에 악질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볼 수 있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걸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은 K리그 팬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당연하지만 이번 판결은 K리그 팬들에게 있어 결코 만족스럽지도 않고, 나아가 대한민국 법원의 스포츠 중재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최근 정부의 스포츠규제정책이 여러모로 잡음이 많은 가운데(꾸준히 제기되었던 토토의 규제와 4대구기단체의 반발, 도핑에 대한 스포츠 규제원칙의 모호성 비판 등) "스포츠의 원할하고 건전한 운영"을 표방하는 공권력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도핑같은 경우는 선수의 사회생명을 아작낼 수준까지 강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스포츠경기의 근간을 흔드는 심판의 승부조작은 그에 걸맞지 못하는 모양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일반적인 인식으로 볼 때 도핑이나 심판의 승부조작이나 똑같은 수준의 범죄입니다. 비유하자면 날치기냐 소매치기냐의 차이 정도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번 판결은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으며, 제가 담당검사였다면 당장 2심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싶을 정도로 열불나는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