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껄끄러운 번역들
일본에서 나온 장르소설들의 번역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은 매끄럽지 않게 표현하는 경우가 자주 보여 읽기 껄끄럽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가령 원(元, もと)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이는 "예전"이라든가 "전직" 등 앞서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전(前)을 쓰지요.
번역이라는 건 그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최대한 고스란히 담는 것도 필요하지만 바꿀 언어의 표현도 분명 신경써야 할 겁니다. 영어로 "former president"라는 단어가 있으면 이걸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 "前 대통령"내지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번역할 겁니다. 영국이라면 "former prime minister"라는 표현을 "전직 수상"이라고 쓰겠지요. 그런데 왜 일본어 같은 경우는 왜 "元内閣総理大臣"을 "원 내각총리대신" 내지는 "원 수상"이라고 이상한 번역을 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예(例)라는 것도 자꾸 "예의 그것"이라고 쓰는 것도 실제로는 매끄럽지 못한 번역입니다. 딱 잘라 이야기하자면 오경화와 동급이거나 그 이하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예의 그것"이라는 식의 표현을 누가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번역은 글에서 보여주는 상황에 따라 "여느 때"라는 의미를 지닌 "지난번에 있던"이라든가 "늘 해오던 것"을 가리키는 제대로 된 표현이 있을 겁니다만 번역할 때 생각하기 싫은건지 그냥 이런 표현을 자꾸 씁니다. 가령 바에서 손님이 바텐더에서 例の物を라고 말했다면, "늘 마시던 걸로"라고 해석하는게 자연스럽겠지만, "예의 그것을"이라고 쓰면 이상한겁니다. 여러분들이 대학교 단골 술집에서 "이모~ 늘 먹던걸로 주세요~"라고 말한적은 있겠지만 "이모~ 예의 그것을~"이라고 말하신 적이 있나요? 없다면 부자연스러울 겁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글을 보면 껄끄러워요.